(12) 자연과 하나 되어 사는 사람들
노르웨이 여행은 정말 좋았지만 딱 한 가지 아쉬웠던 게 있다. 바로 천지삐까리(?)로 널리고 널린 트래킹 코스를 하나도 완주해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관광 책자에는 '트롤퉁가(트롤의 혀)', '프레이케스톨렌', '쉐락볼튼'이라는 3대 트래킹 코스에 대해서만 많이 언급이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노르웨이에 가 보니 어떤 산이든 트래킹 코스가 난이도 별로 체계적으로 나뉘어 존재하고 있었다. 그리고 정말 많은 노르웨이 사람들이 아웃도어 장비를 가지고 이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 부부는 제주 올레길로 걷는 여행의 즐거움을 살짝 맛본 터라 더욱 아쉬움이 컸다.
트래킹뿐만이 아니었다. 길에는 유난히 카누를 매달고 다니는 미니밴이나 웨건들이 많았다. 심지어 미끈한 벤츠 세단에도 캐리어를 달아 카누와 아웃도어 장비를 실어 다니는 것도 심심찮게 목격했다. 유럽 국가들에서는 웨건(세단보다 트렁크가 넓어 훨씬 길쭉한 차량) 구매율이 높다고 해서 왜 그럴까 싶었는데 과연 그래야 하겠지 싶었다. 온갖 장비들을 지고 이고 먼 길을 다니려면 세단보다는 공간이 넓고, SUV보다는 승차감이 좋은 차량이 필요하니까 말이다.
겨울왕국의 배경이 되는 나라답게 여름 스키를 타는 진풍경도 목격할 수 있었다. 해발고도가 꽤나 높은 여행길을 가는 중이었는데 갑자기 스키장이 나타났다. 우리나라의 여름 스키장 풍경처럼 푸르른 잔디가 잘 깎인 슬로프가 보이는 게 아니라 만년설이 쌓여 있고 리프트가 운행하고 있는 진짜 스키장이었다. 겨울이 긴 나라라 스키 사랑이 대단하겠다 싶었는데 사람들이 차에서 내려 주섬주섬 장비를 챙겨 입고 스키를 타러 가는 장면은 우리에게는 참 생소했다. 우리 가족도 언제 또 이런 풍경을 즐기나 싶어서 차에서 내려 스키장 매점에 들러 핫도그와 음료를 먹었다. 스키를 타지 않았는데도 꿀맛이었다. 그러고 보니 여기엔 골프장이 별로 없었다. 이미 주어진 자연환경을 그대로 누리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서일까? (생각해보니 겨울이 너무 길어 골프를 즐길 여력이 되지 않을 것 같다. 허허)
이렇게 자연을 만끽하면서 사는 사람들 답게 자연을 보존하려는 노력도 대단했다. 참 신기했던 것 중 하나가 우리나라에서는 흔히 볼 수 있었던 4차선 도로나 8차선 도로가 여기에서는 수도인 오슬로 지역의 몇몇 군데를 제외하고는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도로는 1차선이었고, 고속도로조차 2차선이 전부였다. 또한 바다나 강 위로 난 경우를 제외하고는 다리도 찾아볼 수 없었다. 우리나라처럼 도로들이 이리저리 휘어져 겹쳐져 있는 모습도 이곳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마트에서도 이런 모습을 연이어 보았다. 포장재는 대부분 재활용된 자재로 되어 있었다. 우리나라는 종이 빨대를 도입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여기는 종이 빨대는 물론이고 종이 빨대를 포장한 포장재 또한 종이로 되어 있었다. 요구르트 숟가락은 자연 분해되는 나무로 이뤄졌음은 물론이다. 마트마다 재활용 캔이나 페트병을 넣으면 돈을 돌려주는 재활용 자판기도 있었음은 물론이다. 조금 더 용기 냈더라면 이런 자판기도 한 번 사용해보면 좋았을 텐데 아쉽다.
자연을 지키려는 그들의 노력에 대한 구체적인 수치를 생뚱맞게도 오슬로 중앙역 앞 어린이 놀이터에서 발견했다. 그곳은 오슬로의 자연을 테마로 한 놀이터였는데, 거기 있는 나무 모양 놀이기구에서 이런 문구를 발견했다. "Did you know that only 2% of Norway nature has been urbanized?" 자연을 지켜가며 살아간다는 게 노르웨이인들의 자긍심이었던 거다. 그런 생각들이 어린아이들이 노는 곳부터 심겨 있었다는 사실은 이 나라가 얼마나 많은 관심을 자연에 두는가를 보여주고 있는 증거였다.
부러웠다. 그들의 자연에 대한 끝없는 탐구와 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고 있는 나라 정책까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