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노르웨이의 꿈, 꿈같은 여행
"정말 아쉽지 않다. 너무 좋았다!"
노르웨이 여행이 얼마 남지 않았던 오슬로에서의 나는 자꾸 이 말을 되뇌었다. 아쉽지 않다고, 우리 가족은 여기서 누릴 만큼 다 누리고 돌아가는 거라고 속으로 또 밖으로 얼마나 많이 말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강한 부정은 강한 긍정이라고 했던가. 나는 마음 한 켠에 '아쉽다'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노르웨이 공항의 긴긴 수속 절차 때문에 면세점 구경도 할 시간이 없이 비행기 탑승구 앞으로 갔다. 너무 서둘렀던 탓인지 생각보다 많은 시간을 대기해야 했는데 거기서 아이를 갓 낳은 듯한 부부를 만났다. 아이가 너무 작았는데 태어난 지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우와 대단하네요. 우린 이 애가 10일 되었을 땐 집 밖에 나갈 생각도 못했어요."
"저희도 마찬가지예요.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파키스탄에 가는 거예요."
"파키스탄이요? 거긴 한 번도 안 가봤어요."
"남편 고향이 파키스탄이에요. 저는 어릴 때 파키스탄에서 노르웨이로 이민을 왔고요."
"노르웨이에 이민을 왔는데 결국 파키스탄 사람과 결혼했군요!"
"네~ 세상 참 신기하죠. 결국 이렇게 두 나라를 오가며 살아가게 되었으니까요."
"노르웨이 시민권을 가졌다니 부럽네요."
"저는 한국에 꼭 가보고 싶어요. 드라마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공항에서 그 부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한국에서 가져온 마지막 과자도 나눠 먹으며 대기 시간을 보냈다. 옆에 앉아있던 다른 아이가 과자를 뚫어지게 쳐다보길래 다른 과자를 나눠주기도 하면서 말이다. 이 부부는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고 했다. 노르웨이는 너무나 'boring'하다고, 스펙터클한 한국을 경험해 보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다. 난 여기 사는 그들이 부러웠건만, 역시나 사람은 가지지 못한 것을 갈망하는 어리석은 존재인가 보다.
이제 비행기에 타야 했다. 반대 방향으로 돌아가서 그런지 노르웨이로 올 때보다 한국으로 갈 때 비행시간이 1~2시간 정도 적게 걸렸다. 도하 공항에서 아이를 신나게 놀리고 옷을 갈아입히고 환승도 잘했다. 아이는 잘 자다가 밥시간이 되면 또 신기하게 일어나서 밥을 먹고, 비행기에서 나오는 영화를 보고 게임도 하면서 시간을 잘 보내주었다. 수월하게 비행을 마치고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왔다.
한국에서 가장 먹고 싶었던 건 신기하게도 '짬뽕'이었다. 심심했던 노르웨이의 음식에서 벗어나 가장 자극적인 것을 먹고 싶었던 것 같다. 공항 근처에 평이 괜찮은 짬뽕집을 검색해서 짜장면, 짬뽕, 볶음밥을 앞에 두고 나니 이제 정말 한국에 왔구나 싶었다. '역시 한국음식이 짱이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 한 그릇을 맛있게 비우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고 나니 시차 적응이 꽤나 힘들었다. 노르웨이에서는 하루 이틀 만에 시차 적응을 모두 끝냈던 것 같은데 한국에 돌아와서는 한 일주일 정도를 비몽사몽 했다. 이런 밤을 보내고 있던 어느 날, 나는 이런 꿈을 꿨다.
나는 여느 때처럼 노르웨이의 자연 속에서 차를 타고 우리 가족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그 풍경이 페이드 아웃되면서, 서울 그러니까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가 나타났다.
"안돼...."
나는 아쉬움과 슬픔에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아쉽지 않다고 여기서 만족하자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내 마음은 그렇지 않았나 보다. 노르웨이가 꿈같았는지, 꿈에 노르웨이가 나온 건지 모를 만큼 꿈이 참 생생했다. 왠지 마지막으로 노르웨이가 내게 그 모습을 한 번 더 보여주기 위해 꿈에 나타난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르웨이 안녕!
우리 기회가 되면 언젠가 꼭 다시 만나면 좋겠다.
고마웠어! 즐거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