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다 슬퍼

(15) 아름다움에 무뎌진 시골 나라

by 서이담
D2349B15-6A03-4E0D-B166-C4D4B5A217F0.jpeg 마지막 내셔널 씨닉 라우트였던 아울란스피엘레의 전망대

노르웨이에 와서 매일 같이 노르웨이의 그것도 장관이 이어지는 내셔널 씨닉 라우트를 돌았다.


"대박이다."


"와.. 무슨 신화에 나오는 곳 같아요."


"눈물이 나올 것 같아요."


하던 감탄과 경이로움의 시간이 매일 이어졌다. 그랬더니 이제는 아무리 멋진 풍경을 봐도


"대박!"


"장엄쓰~"


정도의 가벼운 감탄사만 내뱉고는 직접 내려서 경험해보기가 살짝 귀찮아질 정도로 이런 장관에 익숙해져 버렸다. 생활이 아닌 여행이기에 어쩔 수 없다지만 '이 아까운 풍경을 이렇게만 흘려버리다니 너무 아쉽다.'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였다. 체력이 좀 더 좋았다면, 아쉬움이 좀 더 컸다면 조금 더 즐길 수 있었겠지만 가족들의 컨디션도 봐 가면서 여행을 해야겠기에 어쩔 수 없다는 생각도 든다.

8196655C-9A15-4E55-8EF8-ADBA78CF0C80.jpeg 송네피오르 씨닉라우트의 모습, 여기서 나는 아름다움에 무뎌진 내 자신을 발견했다.

여행 막바지에 다다른 날, 송네 피오르와 가까운 숙소에서 잠을 청한 우리는 자기 바로 직전에 숙소 바깥에서 몰래 풀을 뜯고 있는 야생 사슴을 보았다. 우리가 사슴을 발견하고 소리를 내니 그리 큰 소리가 아니었음에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우리를 바라보고 바짝 경계하고 있는 사슴들의 모습이 정말로 신비했다. 이곳에서는 양들과 염소들을 도로에서 정말 너무나 쉽게 마주칠 수 있다.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곳, 노르웨이 사람들은 자기 고향의 희소성을 잘 알고 있을까? 어쩌면 우리처럼 이렇게 무뎌져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입국하는 날 노르웨이 출입국 검사소에서 검사관이 우리에게 했던 이야기가 기억이 난다.


"왜 이렇게 출입국 절차가 오래 걸리는지 궁금하죠? 당신 나라에서는 이렇지 않을 테니까요. 우리는 이런 ‘시골(country)’까지 사람들이 찾아오는 이유가 정말 궁금하답니다."


이때 이 분이 시골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그게 어떤 의미인지 여행을 하는 내내 잘 알 수 있었다. 이곳은 사람들이 정말 드문 드문 살고 있었고, 대부분의 도로가 2차선 아니 1차선이었으며, 모든 것이 정말 시골스럽게 느리고 여유로웠다. 바쁘다 정신없다는 말은 여기 사람들에게 전혀 해당되지 않았다. 그리고 이곳과 정반대 되는 도시에서 온 나는 이들이 너무나 부러웠다. 그러면서도 '익숙함'에 속아 감사함을 잊는 것은 이곳이나 저곳이나 모두 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시로 와서 비로소 누릴 수 있는 여유와 편리함도 분명 있을 텐데 나도 그걸 홀랑 잊어버리고 비교 상대도 아닌 나라와 비교를 하고 있으니 말이다.


자신이 있는 곳에서 더 감사하는 사람이 더 행복할 수 있음을 기억하며 여행이 끝나감을 너무 슬퍼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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