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명히 재미없었는데 말이죠

(18) 노르웨이에서 돌아오고 나서

by 서이담
B3031408-EC74-4113-AA61-4EA4D7E917F9.jpeg 정말 비일상적이었던 한 여름의 눈


우리 남편이 달라졌어요!


여행지에서 정말 신기했던 게 있다. 남편이 핸드폰을 자꾸만 차에 두고 내리는 거였다. 스마트폰이 꼭 몸에 딱 붙은 스티커처럼 매일 핸드폰을 쥐고 다니던 사람이 자꾸 핸드폰을 두고 내렸다. 이걸 어떻게 알았냐면 남편이 사진을 찍으러 갔던 사이 "어디예요?" 하고 물어보면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러고 나서 짜잔 하고 나타나는 거였다.


"얼마나 연락을 많이 했는데~"


"아~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렸지 뭐야."


"아 그랬구나."


너무 신기했다. 한국에서는 전혀 상상할 수 없던 일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만만치 않다. 남편이 여러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뉴스 같은 곳을 집중해서 본다면 나는 넷플릭스나 유튜브 등 각종 미디어에 빠져 있었다. 하지만 이런 나도 여행지에서는 줄곧 핸드폰에 별 관심이 없었던 것 같다. 드라이브할 때 음악을 들어야 했기에 여행지에서 가장 많이 이용했던 온라인 서비스는 음원사이트였다. 그 외에는 정말 별로 사용하지를 않았다. 왜냐면 지금 당장 볼 것과 느낄 것들이 한가득이었기 때문이다.


집에 돌아오니 다시 원위치다.


나는 넷플릭스로, 남편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으로 다시 쏘옥 들어갔다.


'우리 너무 무료하게 살고 있는 걸까?'


한국에서의 생활이 바쁘기도 하지만 바쁜 것도 모두 어느 정도의 단조로움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이런 온라인 콘텐츠에 푹 빠져 사는 것은 아닐까. 분명히 스마트폰이 너무 재미없을 정도로 재밌게 지냈었는데,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다시 스마트폰이 재미있어졌다. 살짝 서글픈 일이다.


하지만 여기서 벗어날지 말지는 내가 결정할 수 있다. 여행만큼은 아니겠지만 일상에도 기분전환 거리와 일탈 거리들이 있다. 소소하게는 시켜보지 않았던 점심메뉴를 먹어보는 것도, 산책로를 바꾸어서 새로운 길을 가보는 것도 모두 작은 여행이 될 수 있다. 그렇게 해서라도 내 몸과 정신이 지금 이곳에 집중할 수 있는 일들을 노력해서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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