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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는 게 이기는 거다. 진짜로

친절한 만큼 행복해진다

by 서이담

요즘 나는 회사에서 "미안합니다",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산다. 이전에는 미안하다는 말을 하면 큰일나는 줄 알았다. 내가 낮아지고, 상대방이 높아진다는 느낌이 들었달까? 또 그렇게 가르치는 선배들이 많았다. 그렇지만 지금은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


왜냐하면 결국 내가 먼저 무릎을 꿇어야 다른 사람에게서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걸 여러 차례의 경험을 통해 알았기 때문이다.




나에게 늘 여러 조언을 해주는 회사 선배에게서 이런 말을 들었다.


"회사 일은 결국 상호간의 신뢰에서 온다. 그런데 그 신뢰는 서로에 대한 좋은 감정에서 온다."


그 가르침에 크게 공감을 한 이후 만나는 사람들이 내게 최대한 좋은 감정을 가지게끔 무릎을 잘 꿇는다. 물론 진짜 무릎은 아니다. 내 관절 아직 튼튼하다.




가족과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본다. 아이가 아직 어렸을 때 한 번은 남편과 이러저러하게 말다툼을 했었다. 그 원인은 '나만 손해보기 싫어. 너도 같이 당해봐'라는 내 심보 때문이었다. 당시에는 아무래도 엄마가 아이를 키워야 한다는 인식 때문에 가족이나 친척 등 주위사람들이 ‘아이를 이렇게 키워야 한다, 저렇게 키워야 한다’ 며 아이에 대한 염려와 잔소리를 꼭 나에게만 쏟았다. 그런 일을 당할 때마다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나만 부모인가? 남편도 함께 아이를 키우고 있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지?’ 그리고 그 감정의 화살은 오롯이 남편을 향했다.


그런 날이 반복되기를 몇 번, 어느 날 퇴근해서 옷을 갈아입는데 화장대 위에 자그마한 꽃 한 송이가 예쁘게 포장되어 놓여 있었다. 남편은 나를 위해 샀다고 했다.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리고 마치 연애하던 시절 꽃 선물을 받았던 것처럼 기분이 날아갈 것 같았다.




꽃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연애 할 때 저 사람의 행복을 위해 이런 저런 애를 쓰며 그 수고로운 과정 또한 기뻐했었던 시절이 있었지. 그런데 이제는 그 남편을 이기려고, 남편보다 손해보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구나…’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서 뭔가를 더 얻고자 욕심을 부리다가 오히려 손해를 본 적이 많다. 자기 자존심을 세우고자 유관부서 사람을 다그치면 반발심만 키우고 마는 일도 많았다. 하지만 도리어 자신을 낮추고 부드러운 말로 상대방을 미안하게 혹은 찔리게 만들면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경우를 실제로 혹은 간접적으로 많이 접하게 된다.


가족간에도 내가 손해보지 않고자 마음먹으면 내 마음만 다치고 만다. 오히려 ‘넉넉히 베풀자. 오늘은 저 사람의 행복한 모습을 즐기자’하고 마음 먹으면 더 기쁜 마음으로 가족과 함께하게 되고 또 가족의 이해와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다른 사람의 행복으로 나 자신 또한 행복을 얻으니 결국은 내가 이기는 선택이라고 할 수 있겠지. 지는 게 이기는 거라는 말이 이런 것일까?


Photo by Vlad Sargu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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