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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이담 Apr 19. 2021

아무도 없는 곳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10 엎드려 기도하며 키운 아들



할머니랑 내 근황 이야기를 하다가 회사가 우연히 우리 집 근처로 이사를 와서 집과 회사가 가까워졌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랬더니 할머니가 이런 이야기를 시작하셨다.


할머니: 인생이 그렇다. 그렇게 절망에 빠지는 걱정거리가 있다가도 잘 되려면 생각 외로 잘되게 하나님이 그렇게 이루어 주신다고. 그런데 좋을 때만 있는 게 아니야. 때로는 걱정거리도 주셔. 그럴 때 더 가까이 하나님 부르고 기도하면 돼. 월말에 내가 장사하면서 수금이 안돼서 기도를 그렇게 열심히 하고 아침에 출근을 하면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아무렇지 않게 잘 풀렸다고 이야기했었지? 살면서 그런 경험을 많이 했다.


또 이런 일도 있어. 너희 외삼촌 박사 과정 딸 때 걔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몰라. 기숙사도 없어서 소파에 누워서 쪽잠 자고 그러면서 공부를 했어. 그때 내가 장사하느라고 공부하는 곳에 자주 가보지 못한 게 후회가 돼. 공부하느라 고생하는데 가끔 가서 같이 공부하는 몇 놈들 밥이나 사줄 걸. 그래도 내가 너희 삼촌 공부하는 데에 가지는 못해도 장사 마감하고 꼭 퇴근을 교회로 했어. 그래서 거기서 삼촌 기도를 많이 했지.


퇴근 후 나는 헐레벌떡 집에 와서 텔레비전을 켜 놓고 늘어져 있기 바쁘다. 과연 나는 할머니처럼 지친 몸을 이끌고 교회로 가서 자식을 위해 기도할 수 있을까? 


할머니: 보통 퇴근 전 늦은 저녁에 교회 사람들 몇몇한테 전화를 해서 같이 기도를 하러 가곤 했지. 어느 날은 사람들의 오는 줄 알고 들어가서 기도를 했는데 다들 사정이 있었는지 아무도 안 온 거야. 비상등만 켜져 있고 아무도 없어. 


돌아갈 수는 없어서 깜깜한 본당에서 엎드려서 기도를 했어. 그런데 아무도 없다고 생각했던 예배당 2층에서 쿵 하고 뭐가 떨어지고 쉬익 하는 소리가 났어. 아주 무서웠었는데 그래도 그걸 꾹 참고 기도를 했어. 그리고 새벽 3시인가 4시이면 버스가 다니기 시작하면 그거를 타고서 집에 와서 아침 해서 먹고 출근하고 그랬지.


나: 으… 엄청 무서웠겠다.


할머니: 그런데 그런 소리를 들은 사람이 나뿐만이 아니더라고. 사람들이 말하기를 기도를 방해하는 보이지 않는 세력들이 있는 거라고 그러더라. 근데 그걸 이겨내고 기도를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지금 보면 그렇게 기도를 한 시간이 쌓여서 삼촌이 박사 되고 교수까지 했다는 생각이 들어. 


내가 딸을 둘 낳고 하나님께 아들 낳게 해 달라고, 그러면 장로로 잘 섬기게 하겠다고 기도를 했거든. 그렇게 하나님의 은혜로 삼촌이 태어나서 이렇게 잘 된 거라고 삼촌한테도 그렇게 이야기를 했었어. 그런데 간절히 기도를 해서 그런가. 너희 삼촌이 대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때인가 전도사 된다고 신학교 간다고 하는 걸, 나랑 너희 할아버지랑 반대하고 군대에 보내고 그랬던 기억이 난다.


엄마 욕심이 이렇다. 신께 자식 잘 되게 해 달라고, 그 인생을 맡긴다고 부탁을 하면서도 꼭 한계를 긋는다. 내 자식 고생하는 거 보기가 힘드니까.


누가 독실한 기독교 신자 아니랄까 봐 할머니는 자식 이야기를 하면 꼭 신앙 이야기를 하신다. 그만큼 자식 키우기가 인생에서 가장 간절한 일이었으리라. 그런데 할머니 말씀은 사실이다. 짧은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도 신은 나에게 행복만을 주진 않았다. 하지만 그 불행 덕분에 나는 많이 겸손하고 둥글어졌다. 그래서 불행은 불행으로만 끝나지는 않았다. 그 끝에는 감사가 있었다. 



Photo by Jeewoong Kang (instagram @nokchami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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