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운명하실 거 같다고 그러더라고

14 남편을 떠나보내던 날

by 서이담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남편이 나보다 더 일찍 죽게 될까? 아니면 내가? 어렴풋이 상상을 이어가 보지만 결국 끝맺음을 하지 못한다. 아니, 하기가 싫다. 끝을 상상하기 싫은 관계이기 때문이다. 특히 남편이 나보다 먼저 하늘나라로 간다는 생각을 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먹먹하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는다는 것은 그만큼 세상에 내려두고 가야 할 것들이 많다는 의미이리라. 그래서 삶을 허투루 살면 안 되지 싶다. 매 순간순간을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고 싶다. 현실은 비록 육아와 일에 지쳐 감기는 눈을 부릅뜨고 이 글을 쓰고 있지만.


오늘은 할머니가 이야기해주셨던 할아버지가 하늘로 가시던 날 이야기를 좀 더 자세히 써 볼까 한다.


할머니: 네 증조할아버지(할아버지의 아빠)도 그렇고 증조할머니(할아버지의 엄마)도 그렇고 돌아가실 때 아무 말씀이 없으셨어. 그런데 할아버지도 그랬어. 말도 전혀 않고. (돌아가시기 전) 한 일주일간 말을 전혀 안 하셨어.


나: 그럼 예감이 왔어요?


할머니: 나는 그냥 그런가 보다 하는데. 의사가 하루는 “오늘 저녁까지 계시지 못할 것 같다고. 운명하실 거 같다고” 그러더라고. 그래서 독실로 가 가지고 10시경인가 전부 식구들 모여가지고 앉아서 교회로 목사님 오시라고 해가지고 예배드리고, 찬송 불르고. 그러고선 가신 것 같애.


나, 너희 엄마, 너희 이모, 너희 삼촌이 다 같이 있었어. 여러 사람이 같이 있었으니 아무 정신이 없지 뭐. 저렇게 가시니까 이제 고만이구나 하고 아무 생각을 못 했어. 맥을 못 추고 기가 막혀서 그냥. 병원 직원들이 모두 돌아가신 양반을 영안실로 옮겨놓는 거 같더라고. 거기서 우리는 영안실로 간 거지. 그게 벌써 9년이 됐다. 2012년에 돌아가셨으니까. 10월 3일 날 가셨어. 그래서 잊어버리지도 않어.


10월 3일은 개천절 아닌가. 하늘문이 열려서 할아버지가 가셨을까?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도 장례를 돕는 손주가 되어 자리를 지켰다. 장례식장은 그 어느 때보다도 붐볐다. 자식들이 모두 현직에 있었기 때문에 화환도 많았고 사람도 손주에 친척에 엄청 북적였다. 나도 정신이 없었는데 할머니는 얼마나 정신이 없으셨을까. 그렇게 우리 가족은 허둥지둥 할아버지를 보내드렸다.


당시의 엄마의 모습도 기억이 난다. 내 기억으로는 엄마가 정말 많이 우셨던 것 같다. 당시에는 엄마가 최선을 다해서 병간호도 오랫동안 했고, 자식 노릇을 다 했는데도 저렇게 눈물이 나는구나 하는 건조한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나는 엄마의 죽음을 상상도 못 하겠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슬퍼져서. 부모의 죽음은 그런 게 아닐까. 어린아이가 엄마의 손을 놓치고는 그 황망함에 결국 눈물을 흘리듯이 어른도 아이가 되어 목놓아 울고 싶어 지는 그런 기분.


나: 집에 와서는 어떻게 했어요? 집에 오면 되게 쓸쓸할 것 같아요.


할머니: (식구들이랑) 같이 왔겠지. 영안실에서 화장터로 가 가지고 화장터에서 화장해서 납골당 홍성으로 가서 할아버지 모시고 그러고선 차 타고 교인들하고 친척들하고 전부 같이 다녔지. 그러구선 끝나구선 집안 식구들이랑 친척들이랑 같이 우리 집에 왔었지.


나: 홍성에서 한우 국밥 먹었던 기억이 나요.


참 나도 나다. 그 날 먹었던 메뉴가 생각이 났다. 그 날은 슬프지만 따뜻했다. 많은 사람이 할아버지의 죽음을 애도했고, 가족 모두 함께였다.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병상에 계셔서 가족들이 모두 마음의 준비를 했다고 생각했지만 할머니는 생각보다 꽤 오래 힘들어하셨다. 나는 옆 마을에 살면서 할머니 집에 자주 들락거리곤 했었다. 할머니가 해 준 밥을 먹으려는 것 때문이었던 것도 있지만, 할아버지 돌아가신 후 할머니가 적적해하시는 것 같아 너라도 자주 가보라는 엄마의 말이 있어서다. 할머니랑 밥을 먹고 같이 잠을 자고 하는데 할머니 집이 너무 넓게 느껴졌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나는 처음으로 죽음을 아주 가깝게 느꼈다. 당시에 대학생이던 나는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슬픔보다도 내 생명에도 결국 끝이 있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하면서 큰 충격을 받았다. 저렇게 사람이 죽는 거구나. 내 삶은 유한한 거구나. 그러면 나는 존재의 소멸을 겪을 텐데 사람은 왜 이렇게 허망한 걸까. 무엇인가를 이루려 열심히 살아가는 게 과연 의미가 있는 것일까? 결국 다 스러져 없어지는 것일 텐데 등등 싱그러운 20대 젊은이가 하기엔 조금 무거운 생각을 했다. 그리고 그 답을 열심히 찾아나갔다.


지금은 어렴풋이나마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안다. 아마 그때의 고민을 시작으로 삶에 어떤 계기가 생겼을 때마다 조금씩 생각이 커 왔던 것 같다. 왜 사는가 보다도 어떻게 사느냐가 중요하고, 그 과정 중에 삶의 의미가 생긴다는 것을.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할아버지께 감사하다.


Photo by Kenny Orr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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