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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꿈슬 Sep 12. 2020

PT가 끝나자마자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의 일기



PT 20회가 끝났다.

체력이 약간 좋아졌다. 약 ! 간 ! 약 세 달간의 헬스장 체험은 운동에 잠깐 발만 담근 느낌이었다. 계속 운동을 하려고 다짐했고, (강제로라도 하기 위해) 브런치에 글을 썼다. 운이 좋게도 그 글은 어디 메인에 걸렸는지, 조회수가 꾸준히 상승했다. 응원해주는 고마운 댓글도 많이 달렸다. 운동을 꾸준히 하라는 계시구나! 싶었다.  시작부터 좋은 느낌이었다.


그리고 헬스장이 문을 닫았다.




헬스장을 다녀보니, 나는 홈트가 안 맞는 사람이었다. 지금까지 왜 수도 없이 홈트를 실패한 이유도 알게 됐다. 나는 내 몸이 어디가 움직이는지 잘 느끼지 못한다. 어떤 동작을 익히는 데도 시간이 꽤 걸렸다. 마지막 pt 날까지, 자세가 헷갈렸다. 50분 내내 트레이너쌤에게 묻고 또 물은 걸, 반복해서 질문했다.



“이렇게 하는 게 맞아요?”

“감이 안 와요. 어디가 움직이는 거예요?”

“왜 무릎이 아프죠 ???”



옆에서 쌤이 지켜보는데도, 순간 힘을 잘못 줘서 허리도 다쳤었다. 어이가 없었다. 일주일을 찜질을 하고, 진통제를 먹으면서 지냈었다. 제대로 자세를 잡고, 힘을 줘야 근육이 쓰인다는 걸 알게 되니 홈트는 (무서워서) 못 하겠다.




그래서 택한 방법은 브릿지와 스트레칭, 걷기다.

나한테는 매일 무언가를 꾸준히 한다는 게 중요했다. 욕심내지 않고, 내가 질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걸 해야했다. 한 때는 자주 봤던 운동 유튜브 영상도 보지 않았다. 유튜브를 보고 근력 운동을 하기에는, 거울 없이는 제대로 하지 못할 것 같았다.


요즘 걷는 게 좋은 이유


거리두기가 2단계가 된 이후, 근처 초등학교 운동장도 출입이 금지됐다. 우리집 근처에는 하천이나 강변도 없어서, 운동코스가 없다. 한강 근처에 사는 사람이 부러웠다. 그래서 나는 그냥 무작정 동네를 걸었다. 걷다가 수없이 횡단보도를 건넜다. 지하철 3~4정거장 거리를 마스크를 끼고 열심히 걸어다녔다.


평균 7,000보 정도 걷는다


방송국 공채가 연달아서 뜨고 있는 지금, 나는 거의 하루종일 의자에 앉아있다. 앉아서 자소서쓰고, 작문 쓰고, 스터디원의 글에 피드백을 하고. 그러다보니 시간이 아까웠다. 종종 걷지 말까? 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


그래도 걸었다. 원래 음악을 들으면서, 걷는 걸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좋아한다고, 열심히 한 건 아니다) 조금만 공부에 집중이 안 되면, 마스크를 끼고 무작정 나갔다. 허리가 아플 때는, 오히려 더 열심히 걸어야 한다는 말도 듣기도 했고.


내가 세운 규칙은 식사 후 바로 나가는 거다. 


밥 먹고 2~30분 걸은 게 다일 때


밥 먹고 바로 나가면, 꽤나 좋다. 우선 눕지 않는다. 밥 먹고 눕는 게 세상에서 제일 편한데, 역류성 식도염이 오니까 눕지를 못한다. 그래서 무작정 나가서 30분이라도 걷는다. 요즘같이 가을의 차가운 공기가 느껴지고, 하늘이 높아 기분이 좋아지는 날이면 1시간도 걷는다.


1시간에 한 번씩 일어나서 스트레칭도 한다. 이리저리 목을 늘리고 당기고, 어깨도 푼다. 허벅지도 늘리고, 긴장한 등근육도 풀었다. 이게 운동이라고 ? 싶겠지만, 나한테는 이걸 매일 한다는 게 중요했다.


30회 브릿지도 마찬가지다. 요가 매트를 까는 게 귀찮으면, 그냥 바닥에 누워서라도 했다. 하다가 삘이 꽂히면, 크런치도 몇 번 했다. 적어도 내가 브릿지는 제대로 할 줄 알아서 다행이었다.




이렇게 조금이라도 걷고 있다.

운동이 아닐 수도 있지만,

적어도 꾸준히 움직이려고 노력하고 있다.


시작도 못한 운동일지다.

글을 쓰다보니, 한편으론 또 그런 생각이 든다.

운동이 뭐 별 거인가 ..?

내가 이거라도 하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한테는 살기 위해서라도 조금씩, 매일 움직이는 게 운동이었다. 조금 더 잘 살고 싶어서 시작한 운동이었고, 여전히 그렇다. 오늘도 나는 걷고, 목을 풀고, 브릿지를 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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