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James Jul 14. 2024

흑백 사진

2024.7.14.


찰칵!

짧고 경쾌한 소리가

생동하는 모습과 차분한 일상 속

끊임없던 시간 한 조각을

이미지로 담아냈다.

카메라 셔터음은

하루의 작은 부분을 얇게 떠내어

지금 이 순간을 펴 바르는 신호이자

미래의 어느 현재에 꺼내볼 수 있도록

담아 놓으려는 약속이다.


우리는 살면서 어느 때, 어느 곳에서

마음이 닿는 순간 사진을 찍는다.

그렇게 남긴 감각의 흔적은

훗날 추억을 잇는 꾸러미가 된다.

옛 사진을 꺼내보면 흐뭇하고 애잔하다.

즐거웠던 날들이 마치 압축파일이 풀리듯

눈앞에 펼쳐진다. 시간 한토막이

긴 영상으로 이어진다. 이제는 그날로

돌아갈 수 없음이, 그때와 지금의 간격만큼

커지다가 두 시간 사이의 제곱으로

현재에 대한 감사와 충만이

벅차오르기도 한다.


현실을 쏙 빼닮은 총천연색 사진이

점점 발달하고 있다.

사람보다 더 살아있고

배경보다 더 풍경다운

고화질 픽셀이 넘쳐난다.

채색으로 가득한 세상이다.

천연색 사진은 기억을 떠올리기도 쉽다.

그런데, 음.. 살짝 밋밋한 맛이 난다.

그래서 그럴까. 특별한 날에는

흑백 사진을 찍는다.

흑백 사진은, 뭐랄까,

선선한 따스함이 있는 것 같다.

흘러간 세월 속 빛바랜 추억이

온화한 감성에 담겨 있다.

애련한 아쉬움과

아련한 기쁨이

선명한 명암 속에

알알이 새겨있다.

보면 볼수록 오래 우려낸

진한 맛이 배어나는 것 같다.

TV보다 라디오가

더 어울릴 것 같은 기분이다.


잔잔한 클래식 방송을 들으며

흑백 사진을 보다가

애상에 빠져 눈을 훔치기도 했다.

웃음은 울음이 되었다가

눈물은 스틱스 강의 물줄기로 흘러갔다.

빳빳한 인화지가 그리움으로 물결쳤다.

장맛비처럼 쏟아 내리던

감정의 파도가 잔잔해지고

해맑은 무지개가 방긋 떠올랐다.

빛깔이 없어도 일곱 색깔이 느껴지네.

색색이 꾸민 기쁨과 사랑이

구슬 아이스크림 식감처럼 몽글몽글하다.

지난날의 아픔도, 슬픔도

송이송이 행복으로 열매 맺는다.

이제는 흑백 사진 속에서

화사한 꿈을 꾼다.

세상 그 어느 색감으로도

나타내지 못할 만큼

크고 밝은 행복의 시간,

그때가 우리를 기다린다.


흑백 사진


이전 06화 과거에 방황하고 길을 잃었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