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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l 13. 2024

과거에 방황하고 길을 잃었다

2024.7.13.


어지러웠다.

막연한 불안감에 초조하던 시기,

하루하루를 더듬으며 뒤뚱거리던

지난날이 떠올랐다.

어둡지 않았지만 밝지도 않았던 시간,

콘택트렌즈를 낀 듯

희멀건 회백색 분위기가

가시지 않던 나날.

뭔가 해보는데 되는 듯 아닌 듯

제멋대로 굴러다니던 일상,

그 속에 던져 넣었던 결심과 단념들.

얽힌 마음과 설킨 감정, 그랬다.

그랬던 때가 있었다.


지금도 그런 순간이 없지는 않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중심을 잡고 돌아온다.

회복력이 더 커지고 안정감이 생겼다.

물살이 센 개울 한가운데에 있는데

단단한 디딤돌 위에 서 있는 느낌,

옛날처럼 흔들리는 돌멩이가 아니다.

허우적거리지 않고

허리를 쭉 펴고 물의 흐름을 바라본다.

담담한 시선은 풍경을 훑는다.

물결에 휩쓸리지 않고 내디딜 곳을

차분히 살펴 걸음을 옮긴다.

언젠가 이런 날이 올까 했는데

그날이 바로 오늘이네.

되기를 바랐는데 정말 이루어졌다.

그대가 없었다면 만날 수 없었을 기적.


방황의 세월은 안갯길이었다.

바닥은 흙먼지를 날렸다.

새하얀 그늘이 길을 덮어버린 때,

아직 해는 뜨지 않았고

갈 길은 멀었다.

촉촉한 숨결이 폐에 들이차고

숨이 막혀왔다.

흑자부도가 나듯 시허연 사방에

눈앞이 깜깜해졌다.

눈감으면 보이지 않고

눈뜨면 아찔했다.

걸음을 옮기기 겁났는데

걷지 않으면 더 두려웠다.

양팔을 휘저으며 걸어 나갔다.

스스로를 향한 위로이자

무너지지 않으려는 몸부림,

머릿속에 주황색 불안이

머리털을 곤두세우며 뛰어다녔다.


그렇게 비틀거리던 길의 끝에서

고개를 넘어 그대를 만났다.

빛을 마주했다.

이 얼마나 다행이고 감사함이고 행운인가.

안개는 뭉게구름으로 둥실 떠오르고

휑한 벌판은 짙푸른 초목이 가득하다.

자유로운 재즈 선율에 리듬을 맞추듯

신나는 생동감이 마음껏 춤을 춘다.

스텝은 경쾌하고 몸짓은 유쾌하다.

포근한 동산 위에서 드넓은 꽃밭을

내려다보며 산들바람을 마음껏 맛본다.

지나온 길은 아련하고

나아갈 길은 아득하다.

그래도 좋다.

내 모든 감정을 안아 주네.

어두운 길도 더 이상 캄캄하지 않다.

별빛 같은 나의 사랑이 있기에 두렵지 않다.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당신

이제 일어나 함께 손을 잡고

나란히 걸어갈 시간이다.

즐겁게, 온전히 같이 가자.


과거에 방황하고 길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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