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James Jul 16. 2024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

2024.7.16.


"아!"

낮고 긴 탄식과 함께

P는 잠에서 깼다.

달콤한 풍경이 아직 눈앞에 아른거려.

요 며칠 계속 꿈을 꾸는 것 같다.

기억이 잘 안 났지만 내용은 달랐다.

그런데 이번 꿈은 아주 생생했다.

다시 눈을 감으면

꿈의 세계로 돌아갈 것 같은 기분,

눈을 감아도 못 돌아가면

실망이 클까 봐 눈을 뜨게 되네.

기억을 더듬어보자.

뭐가 그리 좋았을까.

P는 어둠 속에서 실눈을 뜨고

방금 꾼 꿈을 떠올려보았다.


바다다.

넓은 수평선이 한가득 펼쳐지네.

땅은 보이지 않고

하늘길과 물길이 전부다.

뭉게구름 너머 저 멀리

금빛 태양이 솟아난다.

햇살을 따라 빛나는 물결이

탐스럽게 반짝인다.

일출일까 일몰일까.

포근한 풍경이 눈에 선하다.

시선은 수면에서 수평선을 지나

하늘로, 구름으로 점점 올라간다.

꿈속에서는 내가 나를 볼 수 있다.

나는 보드를 타고 있다.

바퀴 없는 나무 스케이트보드,

그 위에 서서 하늘을 날고 있다.

해를 향해 힘차게 날아오르네.

머리가 흩날린다. 바람이 느껴진다.

나뿐만 아니야. 수많은 사람들이

함께 날고 있어.

거대한 풍경 속 작은 점들이

자유롭게 떠다니고 있다.

파도처럼 물결치듯

높이를 조절하며 날기도 하고

왼쪽 오른쪽 방향을 바꿔가며

드넓은 공간을 가로지르네.

허공에서 내려다보는

엄청난 깊이감이 마음을 끄네.

좌우로 끝이 보이지 않는 바다는

하늘을 닮았다. 어느덧 눈길은

밑으로 내려와 멀어져 가는 무리들을

지긋이 바라본다.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는

한 사람 한 사람을 그리워하며

물속으로 잠기던 시야,

P는 눈을 뜨고 잠을 깼다.


하늘을 날 때 정말 신났다.

온몸에 짜릿한 전율이 가득했다.

몸을 감싸는 바람이 상쾌했고

빛을 향한 쾌속이 경쾌했다.

정말 몸이 두둥실 떠올라

대기를 마음껏 누비고 다녔다.

춤을 추듯 대자연과 하나 되어

어딘가로 날아간 시간,

다시 맛볼 수 있을까.

진짜 하늘을 나는 것 같았다.

반중력 기술이 실현되면

이런 꿈도 가능하지 않을까.

몇 밤을 더 자야 할까.

오늘은 어떤 꿈을 꿀까.

P는 기대하며 다시 잠자리에 누웠다.


하늘을 날아다니는 꿈


이전 08화 '내 배신의 목록'(토니 호글랜드의 작품에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