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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l 18. 2024

밤바람에 대해 써라

2024.7.18.


어느덧 해가 졌다.

이글거리던 한낮의 햇볕은 감춰졌지만

대낮의 열기는 아직 가시지 않았다.

늦은 저녁을 마친 그들은 숙소로 돌아왔다.

오늘 함께 했던 시간을 즐겁게 되새겼다.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움직인 날이었지.

먼바다가 드넓게 펼쳐진 해안선 언덕,

듬직한 풍차와 새하얀 등대가

인상적이던 바다 산책길,

그리고 아담한 야생화 정원까지

알뜰하게 둘러보았네.

많은 사진을 찍고

더 많은 웃음을 지었던 시간,

아, 오후에는 요트도 탔다.

바닷가 숙소를 둘러싼 해변 앞바다를

두루 둘러보는 코스였는데

서른 명 가까이 탄 것 같다.

미풍을 맞으며 바다를 만끽했는데,

수평선에 감기는 노을의 물결에

흠뻑 취하고 물살을 가르는 두근거림에

미소를 띠었다 참 좋았다.


날은 저물고 하루가 기울어갔다.

몇몇은 휴식을 취하고

누군가는 일찍 잠들었다.

아쉬움이 남은 사람들은

산책을 하기로 했다.

밖으로 나와 계단과 내리막길을

시냇물처럼 졸졸 따라 걸었다.

어느덧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보이지 않아도 알 수 있지.

밤에 덮인 바다는

생동감 넘치는 춤을 추고 있었다.

덥지 않아서 더 즐거운가 봐.

낮보다 더 활발한 느낌.

쉼 없는 움직임이 어둠을 뚫고

그들의 마음을 간질였다.

에스프레소보다 짙은 바다향이

앞뒤로 그윽했다.

산들바람에 실린 짭짤함이

길에서 나풀나풀,

걸음을 옮길 때마다

보드라운 밤바람이 뺨을 두드렸다.

저기 밤하늘 위로 새카만 별이

움트고 있었다.

알알이 박힌 별들의 휘파람일까.

우주의 입김을 담은 바람결에

마음이 향기로워졌다.

여름의 열기가 잔잔한

밤 모퉁이 위에 하늘거리는 설렘을 얹었다.

이 길을 걷는 지금이

나중에 어떤 풍경으로 떠오르게 될까.

그때 나는 누구 옆에 있고

누구 옆에 내가 있을까.

모르지만 알 것 같은 기분이야.

보이지 않는 파도처럼,

소리를 듣고 알 수 있듯, 그런 것 같아.


수평선 너머 작은 반짝임이 보였다.

무슨 빛일까.

저기에서는 여기가 보일까.

서로가 멀리 떨어져 있지만

무형의 무언가로 이어진 느낌이 든다.

가까이 있지만 멀리 있고

까마득해도 곁에 있는 마음,

뭔지 알 듯 말 듯 그럴 듯 아닐 듯

그런 분위기,

괜히 한 번 더 쳐다보고

눈길 스쳐보려는 그런 감정이

가득한 밤바람, 산책길이네.


밤바람에 대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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