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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l 30. 2024

우리가 돌아왔을 때

2024.7.30.


떠난다.

우리는 떠난다.

모든 이는 어디론가

떠난 적이 있고 떠나고

또 떠날 것이다.

누군가로부터, 무언가로부터,

때로는 자신으로부터...


우리는 살면서

잠깐 떠날 수도 있고

영영 떠날 수도 있다.

전자는 돌아옴을 전제로 한다.

현재는 이곳과의 일시적 이별이지만

언젠가 다시 볼 수 있다는,

확신에 가까운 생각이 있다.

등하굣길이 그렇고 출퇴근길이 그렇다.

방학이나 휴가도 마찬가지다.

돌아올 방향과 장소가 비교적 명확하다.

그래서 앞서 두고 온, 과거에 두고 온

장소나 시간에 대해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다시 예전처럼 시공을 마주하고

옛 시간을 이어서 미래를

맞이할 수 있으리라 여긴다.


영영 떠난다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그것이 무엇이든,

어떤 대상으로부터 영원히 분리될 수 있을까.

그럴 수 있는 것이 있으며

그럴 수 없는 것이 있을까.


생각이란 건 어떤가.

우리는 하루에도 참 많은,

이른바 오만 가지 생각을 한다.

별의별 심상이 생겼다 사라지고

떠올랐다 가라앉는다.

우리는 이런 생각을 떠나

살 수 있을까. 오롯이 현존할 수 있을까.

보통 비슷한 생각이 이어지고

새로운 생각은 가끔 머릿속을 스친다.

어떤 특정한 생각에 푹 빠져 있거나

아예 아무런 생각도 없이 살 수 있을까.


말은 어떤가.

한 번 입 밖으로 내뱉은 말은

다시 주워 담을 수 없다.

혼잣말이라도 내 귀와 내 마음을 따라

내면에 흘러들고 스며든다.

여러 사람들과 나눈 말은

더해지고 뭉쳐져서 더 큰 결과를 초래한다.

말은 누군가에게 힘이 되기도,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 대상은 자신이 될 때가 많은 것 같다.

우리는 생각과 말로부터

영영 떠나기가 참 어렵다.


죽음은 어떤가.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일을 겪는데

'죽음'이란 것을 경험할 수 있을까.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

하지만 며칠 동안의 여행처럼

그 길로 갔다가 돌아온다는 건

일반적이지 않다.

임사 체험이라고, 그런 일을

몸소 겪은 사례도 있다.

일부는 거짓이기도 하고

또 일부는 진실인 것 같다.

그런 일이 있었던 사람은

삶이 많이 바뀐다고 한다.


살면서 엮이는 수많은 관계,

그 영원한 시선으로부터

벗어나고 달아나는 모든

현재의 숨결을 담아낼 수 있을까.

꼭 죽지 않아도,

현재의 의미를 살피고 잡을 수 있다면,

혼란스러운 환영으로부터

내면의 목소리를 따라

우리가 돌아왔을 때,

무엇이 바뀌지 않을까.

그럴 수 있기를 기원한다.

사랑과 감사의 마음을 담아.


우리가 돌아왔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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