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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Jul 28. 2024

멀리서 뭔가 움직인다

2024.7.28.


날이 밝았다.

그들은 눈을 떴다.

고요한 아침,

멀리서 파도 소리가 들린다.

작은 오두막 창가에 햇살이 내리비친다.

해가 떴다는 건 움직일 시간이란 뜻이지.

부스럭, 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눈을 비비고 사방을 둘러봤다.


여기는 섬이다.

주민 없는 무인도,

걸어서 한 시간이면 둘러볼 크기,

찌그러진 사다리꼴 모양에 가운데

야트막한 언덕이 수풀로 빽빽한 곳.

가장 가까운 유인도와는 10여 Km,

육지는 남쪽으로 20여 Km 떨어져 있다.

오두막은 섬 북쪽 해안가 정박장 근처

둔덕에 있고 옆에 야외 화장실이 있다.

섬 중앙 언덕 위에는 간이 전망대가 있다.

이 세 곳을 제외하면 건물이 없다.

1년 중 두 기간,

상반기에는 4월~6월,

하반기에는 9~10월 동안

신청자를 선별해 이틀에서 최대 일주일을

머무를 수 있다. 상하수도, 전기, 가스 없는

이곳에서 참가자들은 식수와 식량을

미리 준비하거나 스스로 조달해야 한다.

오두막에는 침대 3개, 응급처치키트,

긴급연락용 전화, 작은 식탁과

나무 스툴 3개가 있다.

겉은 허름해도 안은 깔끔하다.

무엇보다 바다 쪽 통창이 시원스럽다.

창틀과 커튼도 쓸만하고

동쪽으로 난 빈티지 창가도 인상적이다.

문은 서쪽면에 있다.


1과 2, 3은 오랜 친구였다.

같은 초중고를 다녔고 동반 입대도 했다.

1은 사회생활을 일찍 시작했다.

대학교는 가지 않았지만 3년 차 직장인으로

경력을 쌓고 있었다.

2는 졸업을 앞둔 공대생이다.

제2의 일론 머스크를 꿈꾸며

창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3은 문학을 전공했고

매일 운동을 거르지 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가 롤모델이었다.


그들은 올해 초 신년회 겸 모였다.

2가 졸업하기 전 추억에 남을

이벤트를 하면 좋겠다며

아이디어를 모으던 중

1이 직장에서 들었다며

무인도 숙박 체험을 말했다.

2는 찬성했고 3은 망설이다가

결국 참여하기로 했다.

그래서 그들은 바다 한가운데에서

5월 중순 일주일을 보내게 되었다.


1은 좀 더 쉬겠다고 자리에 누웠다.

2와 3은 밖으로 나왔다.

해변 모래사장이 반짝거렸다.

고요하고 드넓은 풍경,

마음이 편안해졌다.

"해안 따라 산책이나 할까?"

2가 물었다.

"그래, 좀 걷자."

3이 대답하며 먼저 움직였다.

잠시 걷다가 언덕 너머를 살피던

2가 걸음을 멈췄다.

"그런데... 여기 무인도라고 하지 않았어?

  저기 뭔가 보이는 것 같은데..."

"그래? 어디?"

2가 손으로 가리키는 저곳,

멀리서 뭔가 움직인다.


멀리서 뭔가 움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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