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가 다른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지나쳤던 마을들

2024.9.16.

by 친절한 James


9월의 햇살이

그들 머리 위에서 아른거렸다.

완만하게 굽이치며 이어지는 오르막길,

양옆으로 낮은 풀숲이 비스듬하고

길 꼭대기에는 구름 조각이 나풀거리는

하늘이 푸른 고요 속에서 반짝거렸다.


A와 B는 전국 도보일주 중이다.

12년 우정의 한 모퉁이에서

그들은 한 가지 약속을 했다.

사회로 나가기 전

큰 여행을 하자고,

조금 느리지만

의미 있는 시간을 갖기로.

3번의 보름달을 맞이하며

계획을 세우고 준비했다.

일정은 1년, 서울을 출발해

해안을 따라 걸으며

광역시마다 거점을 두고

주요 도시들을 들르기로 했다.

작은 마을도 자연적, 역사적인 곳은

방문했다. 때에 따라

자전거를 탔는데 유용했다.

처음에는 무모하다 싶었다.

어려운 일도 많았다.

포기하고 싶은 날도 있었지만

끝까지 잘 이겨내길 참 잘한 것 같았다.

참 많은 만남과 추억, 그리움이 쌓였다.


여행 시작 후 2달째 되는 날

그들은 T에 도착했다.

마침 봄 축제가 열렸고

사람들이 북적거렸다.

잠시 머무르며 행사를 도왔고

숙식을 해결했다.

군상이 모이면 진상도 꼬인다.

때로는 책 보다 생생한 삶이

직격탄으로 쏘아댔다.

Q도 인상적이었다.

산맥을 따라 들어간 숲 속 마을.

쌓였던 피로와 설움을 쏟아내기 좋았다.

인공적으로 만들지 않은

호수공원이 아늑했다.

들꽃 만발한 오솔길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러고 보니 K도 떠오르네.

전통이 깃든 고택이 많았다.

생존형 체험이었지만 그래도 좋았다.

시간에 기대에

앞으로의 날들을 그려보기도 했다.

A는 매일 일기를 썼고

B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하루만 머물고 떠난 곳도 있고

일주일 가량 지내다 떠난 곳도 있다.

항상 떠남을 간직하며 지내면

어딘가 다른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지나쳤던 마을들이 솟아나고 사라진다.

그중 그들이 가장 놀란 것은 J였다.

지금껏 겪은 일들은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곳은 특별했다. 아주 특별했다.


어딘가 다른 목적지로 가는 도중에 지나쳤던 마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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