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1.
차츰 차오른다.
조금씩 새어 나온다.
마음의 틈새로부터,
머리 골짜기로부터
삐죽삐죽 튀어나온다.
분노, 분노가 터져 나오려 한다.
끓는 주전자 위에서 달그락거리는
뚜껑처럼 머리 뚜껑도 열릴 듯 말 듯.
뜨거운 김은 화를 형상화했다.
뜨아, 펄펄 끓어오른다.
분노는 무엇일까.
분노는 언제부터 생겼을까.
분노는 왜 생기며 어찌 다뤄야 할까.
분노라. 분개하여 몹시 성을 냄,
또는 그렇게 내는 성이다.
분개는 몹시 분하게 여김이다.
분(憤, 忿),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이다.
억울은 아무 잘못 없이 꾸중 듣거나 열받아서
답답하고 속상함이고 원통은 분하고 억울함이다.
뭔가 서로 꼬리를 물며 이어지는 느낌인데
내 마음대로 안 되고 불쾌한 감정과 기분이 드는,
마음에 안 드는 상황이다.
이건 언제부터, 왜 생겼을까.
아마 태어날 때부터가 아닐까.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결국 분노가 차오른다. 성인도 그렇다.
계획대로 안 되고 엇나가면 화가 난다.
감정이 침해받거나 안전이 위협받아도,
자신과 가족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도
우리는 분노를 표출한다.
그럼 분노가 생길 때마다
그냥 제멋대로 뿜어내면 될까.
시도 때도 없이 분노해도 될까.
우리는 분노를 어떻게 대해야 할까.
분노는 불과 비슷하다.
한번 타오르면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스스로를 태워버리고 삼켜버린다.
대인 관계가 파탄 나기도 하고
건강에도 매우 해롭다.
별것 아닌 걸로 오해하고 화 내면
다시 주워 담을 수도 없다.
나중에 후회해도 소용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지혜롭게 분노할 수 있는 방법이 있나.
분노가 치밀 때 내가
'지금 분노하고 있다는 상황'
그 자체를 인식하라고 한다.
'아, 내가 지금 분노하고 있구나'
이를 알아차리면 분노는 내가 아니라
나와 별개의 감정임을, 분노 그 자체와
환경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화는 수그러든다고 한다.
물론 쉽지 않다. 화내는 게 속 편하기도 하다.
그래도 마음공부를 안 할 수는 없다.
화내는 것도, 화병도 싫으니까.
아, 분노를 분노해야 할까.
분노의 은밀한 역사가
삶의 한가운데를
흔들며 스쳐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