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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10. 2024

살짝 제정신이 아닌 상태

2024.10.10.


눈이 아프다.

눈 주변이 매콤하고 쓰리다.

열이 나고 화끈거린다.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

눈이 건조하고 따가운데

그보다 몇 배 강한 느낌이다.

눈을 바로 뜨기 힘들어

얼굴을 찡그리고 실눈을 뜬다.

목을 뒤로 젖히기 어렵다.

목과 등이 뻣뻣하고 살갗이 따끔하다.

몸이 뜨거워지고 움직임이 힘겨워진다.

물 마시기도 고역이다.

침 삼키기가 이렇게 힘든 일이라니.

몸은 그대로인데

영혼이 납작 눌리는 것 같다고 할까,

몸과 마음의 간격이 벌어져

너덜거리는 기분이랄까.


작년 이맘때쯤이었나.

감기몸살인 듯했다.

그 며칠 전 예방 접종을 했다. 

체온계는 높은데

몸은 으슬으슬했지.

누인 몸뚱이는 아래로, 밑으로

한없이 가라앉는 걸까.

머리는 띵하고 흔들리면 더 아파.

비창이로구나. 

마음이 몹시 상하고 아프네. 

아내가 걱정을 많이 했다.

당시 만삭이었고 감기에 걸려

힘들었을 텐데 나까지 챙기느라

고생이 많았다. 


열이 오르면

살짝 제정신이 아닌 상태가 된다.

무기력이 엄습하고

피부를 경계로 외부와 구분된

신체의 영역이 흐려지는 감각,

인식의 테두리가 불분명해지며

세상이 나와 동떨어져 빙글빙글하다.

내가 도는 걸까, 지구가 도는 걸까.

잔잔한 고민과 걱정은

썰물처럼 사라지고

아픔과 불편함을 느끼며

여기 이곳에 있는 '내'가 

갯벌처럼 선명히 드러난다. 

'나'란 내 몸일까, 내 마음일까. 

내 감각일까, 내 감정일까.


헤르만 헤세는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모든 인간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방황하던 삶 가운데 서점 점원을 하며

많은 책을 읽고 그토록 꿈꾸던

작가의 길로 들어선 사람.

슈만의 피아노 소곡집《어린이정경》

가운데 제7곡 <트로이메라이>가 있다. 

꿈이라, 그 꿈이 눈앞에 배경으로 깔린다. 

그래, 나도 꿈이 있지. 

오늘도 그 꿈을 이루기 위해 힘내 전진하자.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며 지켜줘야지. 

Love Is Here To Stay.

오늘도 응원한다. 

모두의 삶을.


혼란한 정신 속 꿈을 그리며 다짐한다.

푹 자고 나면 좋아질 거야. 

그리고 꿈을 향해

더 나아갈 거야.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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