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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Oct 12. 2024

내 뒤에 남기고 온 것

2024.10.12.


눈을 떴다.

아침 알람 때문은 아니었다. 

그러기엔 한 시간도 더 남았지. 

무슨 꿈을 꾼 것 같은데 잘 기억이 안 나. 

지금껏 만난 이들 중 몇몇이 나온 것 같은데

잠깐 본 사람도, 오래 알던 사람도 있었다. 

화장실에 다녀와야지. 

볼일 때문에 일어났는지,

일어나니 볼일을 보고 싶은지는 불분명했다.

뭐, 어쨌든 시원하네. 


자리에 누웠는데 잠이 안 온다. 

이런저런 상념에 젖어들었다. 

매일 잠들고 깨는 것,

당연한 것 같은데 신기하다. 

사람은 수면 중에 피로를 풀고

기력을 회복하는데 그럼

그렇게 하는 어떤 주체가 있는 건가. 

그 대상은 한밤중에도 쉬지 않고 일하나.

그럼 언제 쉬지? 괜스레 걱정된다.


자고 일어나면

오늘이라고 믿었던 날은 

어제로 흘러가 버리고

내일이라고 여긴 날이

오늘이 되었다. 

오늘도 내일도, 그렇게 반복된다.

기차를 타는 것 같다. 

일과를 마치고 자고 일어나면

하루가 바뀌듯

플랫폼에서 기차를 타고 이동하다 보면

다음 역에 도착한다. 

그다음 역도, 그리고 다음 역도 그렇다.

나는 가만히 앉아있을 뿐인데

풍경이 바뀌고 지역이 변한다. 

그러다 어느 곳에서는 내린다.

목적지 또는 종착지에서. 

앞서 지나간 역으로 

다른 기차를 타면 

돌아갈 수 있다. 

시간은 그렇지 않다.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타임 슬립(time slip)이 가능할까. 

만약 가능하다면 그건 좋은 걸까. 


지난날을 돌아보면

내 뒤에 많은 것을 남기고 왔다. 

기쁨과 즐거움도 있고

슬픔과 괴로움도 있다.

수많은 추억들이 기차역 곳곳에서

펄럭이거나 뒹굴고 있다.

부끄러운 것도 있고

자랑스러운 점도 있다.

이룬 것도, 이룰 것도 많다. 

그런 모든 것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겠지. 

바닷가에서 예쁜 조약돌을 줍듯

지난날의 좋은 순간을 

담아 올 수 있다면.

반짝반짝 빛나는 작고 어여쁜 날들을

투명한 유리병에 넣어두고 보면 좋겠다.

오늘의 내가 힘들 때 꺼내어 볼 수 있게,

힘을 내고 나아갈 수 있도록 말이야. 


오늘 하루, 난 무엇을 남길까.

먼 훗날 지금을 떠올리며

무엇을 길어 올릴 수 있을까. 

알람이 울린다. 

하루가 시작이다. 

사는 건 터프하지만 

나도 만만치 않아. 

때로는 고독하지만 혼자는 아니지. 

외롭지 않다. 그대와 함께이기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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