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14.
늦은 오전, 공원 산책을 나왔다.
보슬비가 막 그치고 해가 났다.
촉촉한 길 위에 햇살이 반짝,
시원한 바람이 숨결에 녹아든다.
긴 물길을 따라 가을이 익어가는
풍경 속에 파릇한 푸르름이 샘솟는다.
이른 오후에는 꽃을 닮은 보트들이
내다보이는 한옥 카페에 자리 잡고
차를 마시며 글을 썼다.
맞은편 건물은 야외 결혼식 준비로,
건너편 광장은 공연 무대 준비가 한창이다.
공원을 거니는 사람들은
저마다의 네모 상자 속에
눈에 담긴 프레임을 담아내고 있네.
카페는 곧 만석이 되었다.
나이와 모습이 다양한 사람들이
저마다 기나긴 이야기를 이어갔다.
곳곳에서 웃음소리가 터졌다.
아이들의 귀여운 몸짓이
고운 단풍처럼 살랑이네.
집중해서 듣지 않으면
의미를 알 수 없는 웅성거림이
헤드폰처럼 귀를 감쌌다.
약간은 시큼하고 조금은 달콤한
따스한 차향이 코끝을 채웠다.
사람들을 보다가 문득,
누구나 부모가 있다는 걸,
자녀는 부모를 닮는다는 걸,
외모뿐 아니라 성격이나 습관도
닮는다는 걸 새삼 느꼈다.
'나'라는 존재를
세상에 태어나게 해 주시고
자라나게 해 주신 분,
그분으로부터 무엇을 물려받았을까.
돈이나 건물 같은 자산일까.
그건 아니다.
물론 '나'를 키우며 들어간
각종 재화가 있었고 이 덕분에
별 탈 없이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런 것들은 나의 지난 시간을
채우고 길러냈다.
카페 앞뜰에는 잔디가 가득했다.
풀잎과 꽃잎들이 바람에 떨리네.
저들도 각자의 생애와 자손이 있겠지.
살아 움직이는 작은 물결이
파르르 일고 진다.
겉모습이나 속마음을 물려받을까.
내가 어릴 적 어른들은
눈이 많이 닮았다고 했다.
부드러운 쌍꺼풀과 반짝이는 눈망울,
날렵한 눈썹을 물려받았다고 했다.
크면서는 가치관을 배운 것 같다.
삶을 대하는 태도와 마음가짐,
대인 관계와 다양한 관점.
이런 건 성인이 되고 가정을 이루며
또 달라지기도 했다.
아기가 크면서
또 무언가가 이어지겠지.
세포일까, 유전자일까.
그 속에 든 또 다른 무엇일까.
생명의 힘이 깃든 그 무언가,
영혼과 비슷하고 정신을 닮은
그 어떤 것은 아닐까.
어머니로부터, 그 어머니로부터
거슬러 오르고 올라 어쩌면
태초의 생명, 이름 붙일 수 없고
단정 지을 수 없는 우주 속 박동에서
시작한 그것, 아마도 그건
그대로부터 피어난 사랑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