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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친절한 James Nov 09. 2024

기다림에 대해 써라

2024.11.9.


시간이 가고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시간은

알아서 자신만의 속도로 움직인다.

그 가운데 각자의 시간이

저마다의 리듬으로 움직인다.

세상의 그것보다 빠르기도 하고

느리기도 한 셀 수 없는 각자의 시점.

산을 뒤덮은 알록달록한 풍경,

푸른 숲 속 한 그루 나무에 달린

잎사귀 한 장 같은 작은 시간 위에

기다림이라는 이슬이 맺혀 있다.

대수롭지 않은 듯한 한 방울,

아디아포라(adiaphora)로

증발해버리지는 않을까.

선도 악도 아니고,

명령받지도,

금지되지도 않은,

누군가에게는 작은 시간도

또 누구에게는 정말 소중하다.

그 시간이 누군가를 향한

기다림이라면 더 그렇다.


바다 같은 세계의 시간에서

잠시 떠올라 흰 포말로 일군

파도 같은 기다림.

그 대상에 가까워질수록,

약속한 시간과 장소에 가까워질수록

기대와 설렘이 방울져 흐르고

조금씩 말라가다가 마침내

흔적을 지워낸다.

기다림이 끝났다.

만났을까.

이루었을까.

지나갔을까.

나의 시간은

다시 세상의 시간 속에 파묻혔다.

기다림은 어땠나.

보람 있는 기다림이었나.

아니면 헛수고가 되었나.

다시 기다려야 하나.

영영 기다리지 못하게 되었나.


무언가 기다리는 중이다.

알듯 말듯한 순간들,

내가 아닌 것도, 모르는 것도 있다.

기다림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사랑하는 누군가가 있을 수 있지.

그토록 보고 싶었던 당신.

서로를 닮은 미소 지으며 달려가

두 팔 벌려 한가득 안아줄 당신.

그런 기다림도 있겠지.


기다림의 끄트머리에는

포도 같은 추억 한 송이가

매달려 있지는 않을까.

옛 생각 한 알 떼어 입에 넣으면

달고 시고 상큼한 지난날의 과즙이

팡 터져 가슴에 묻어날 수도 있지.

혀가 물들고 눈이 감기는 그 맛.

돌고 돌아 다시 돌아왔다.

아르페지오일까

아다지오일까.

시간이 걸렸다.

그래도 좋다.

때로는 기다림 자체를

기다려 보는 것도 괜찮다.

너를 마주하고

다시 나의 마음을 만나는

그 시간 속으로 향하며.


기다림에 대해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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