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친절한 James Dec 24. 2023

날이 어두워진 정원에서

2023.12.24.


바스락바스락.

누굴까. 이 야심한 시각에.

희미한 달빛 아래 날이 어두워진 정원에서

사람 형체가 아른거린다.

손에 든 긴 막대기 끝에 뭔가 달려있다.

삽인지 곡괭이인지 아무튼 그런 거다.

고요한 밤, 부쩍 겨울이 다가온

11월의 마지막 날이 깊어가고 있다.


대도시와는 멀리 떨어진 Z시에서도

한적한 곳인 M마을은 분지를 따라

집들이 드문드문 들어서 있다.

그중 대지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석조주택이 산중호수를 마주 보며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내고 있다.

3대째 대대로 이 지역에서 살아온

D가문의 근거지가 바로 여기다.


마을에서 이 집안의 도움을

받지 않은 사람은 없지만

주민 모두가 그 일가를

좋아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사는 집을

닭 모가지처럼 생겼다고

깎아내리는 몇몇 무리가 있었는데

그중 X는 그 우두머리 격이다.

왜, 어딜 가나 그런 부류가 있지 않나.

남 험담하기 좋아하고

패거리 만들어 편가르고

자신은 항상 옳고 잘났기에

뭐든지 자기 뜻대로 하려는 사람들.

그런 그가 깊은 밤에 파묻힌

석조주택 정원에 나타난 것이다.


"휘휘휘."

X는 낮은 소리로 휘파람을 세 번 불었다.

잠깐의 정적. 곧 같은 소리가 맞은편

주택 별채 구석에서 들린다.

"왔는가." "그려, 오늘은 쌀쌀하구먼."

길고양이처럼 살금살금 기어가는 목소리들이

낙엽이 깔린 정원 바닥을 스쳐갔다.

별채 쪽에서 누군가 다가온다.

검은 모자와 허름한 외투를 걸친

깡마른 노인이 꼬챙이를 들고 X를 맞이했다.

"드디어 이번에 확인할 수 있는 건가.

자네가 말한 그 물건을."

X는 자못 떨리는 음성을 애써 담담히 내뱉었다.

"그래, 나도 확실하지 않은 이야기들을 맞춰보다

결론을 내렸지. 그것이 숨겨진 장소 말이야."

노인은 꼬챙이를 들고 정원 어딘가를 가리켰다.

"내가 이 집에서 일한 지도 30년이 넘었지.

그동안 그들에게 신뢰를 얻느라 고생 꽤 했네."

"아무렴, 나도 알지. 고생 많았네."

X는 능글거리는 웃음을 감추지 않았다.

"자, 빨리 시작하세. 시간이 없네."

X는 노인의 뒤를 아이처럼 졸졸 따랐다.

그들은 정원의 암흑 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