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친절한 James
Dec 22. 2023
소중한 것을 잃은 적이 있는가? 그중 한 가지를 써라
2023.12.22.
"아, 뭐야!"
점심을 먹고 식당을 나오던 직장 동료의 외마디.
자기 우산은 없고 다른 우산이 대신
놓여 있었다. 둘이 비슷하게는 생겼네.
헷갈릴 수도 있겠는데.
식당에 짜증스러운 연락처를 남기고
다시 나오는 직원의 모습을 보다가,
소중한 선물이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싶었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것을 얻고 잃는다.
나 역시 지금껏 무수한 얻음과
셀 수 없는 잃음이 있었다.
기억하지 못하는 아주 어릴 적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이는
변함없는 삶의 흐름이었다.
돌아보면 얻은 것보다 잃은 것에
더 많은 마음을 주고 살았던 것 같다.
얻은 건 당연하고 잃은 건 불만이라 그럴까.
인생에서 당연한 건 없는 것 같은데.
상실도 마찬가지겠지만...
그러다 보니 삶을 스쳐간 것들,
잃어서 잊은 것과 잊어서 잃은 것들,
그중 한 가지, 잃었던 소중한 것이라.
물건도 있고 사람도 있지. 기억도 있네.
이 모든 건 마치 시간이라는 호수에
떠 있는 꽃잎이나 나뭇잎 같다.
언제까지나 곁에 머무를 줄 알았는데
잠깐 다른 곳을 보거나 바람이 불면
두둥실 떠나 버리곤 했다.
소중한 것을 잃은 적이 있는 듯한데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는다.
무의식이 막고 있는 걸까,
하도 잘 잃어서 다 떠올리지 못하는 걸까.
다시 곰곰이 생각해 보면...
제일 소중한 잃음은 시간의 유실이 아닐까.
예전엔 시간을 잃을 수 있을까 했다.
시간이란 물이나 공기처럼 흘러가 버려
어떻게 붙잡을 수 없다고 여겼으니까.
어쩌면 정말 잃은 것은
시간 자체보다 그 시간에 담아낸 순간들,
다시는 오지 않을 선물 같은 나날이었다.
허둥지둥 허송세월로 보낸 시절과
그 속에서, 어쩌면 아름답게 피어올랐을
관계의 맺음일지도 모르겠다.
해가 뜨면 눈에 보이지 않는
밤하늘의 별처럼.
오늘도 이렇게 작은 생각 하나 보태며
잃어가는 시간을 붙잡아본다.
Brunch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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