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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정을 잊어버리셨나요?
by
친절한 James
Dec 25. 2023
구석에 숨어 있는 것
2023.12.25.
또 시작이다.
한동안 잠잠하더니
어제 새벽부터 활동을 재개했다.
알 수 없는 대상이지만
자기 존재를 분명히 드러내는 그것, 뭘까.
B는 눈을 떴다.
침대는 한숨 소리보다 더 크게 삐그덕 거렸다.
B는 일어나 발치 구석을 노려보았다.
"언제쯤 잠잠해지겠니?"
들을 리 없는 미지의 무언가에게 뱉어낸
짜증은 빈 방을 맴돌다 사라졌다.
비스듬히 기운 한쪽 벽면을 따라
침울한 침묵이 흘러내렸다.
이곳은 B의 거주지다.
주택 2층 창고의 절반을 방으로 꾸민 공간,
문이 있는 벽은 두꺼운 합판이고
맞은편은 지붕경사를 따라 대각선으로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빗면이다.
벽이라고 부를 것도 없지.
나무 대들보는 훤히 드러나
B의 침대 위를 가로지르고 있다.
누워서 팔을 뻗으면 닿는 네모 기둥.
한때는 대지에 뿌리박고
하늘을 향해 자라던 생명체는
목재라는 사체가 되어 B와 마주 보고 있다.
머리맡의 삼각형 벽에는 작은 미닫이 창이 달렸다.
두 손바닥을 활짝 펼치면 얼추 비슷한 크기가 된다.
늦은 오후의 햇살이 겨우 기어들어오는
유리 장막 앞에서 B는 우두커니 앉아있곤 했다.
1층에는 친절하지는 않아도
박하지도 않은 늙은 주인이 산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았다고 했다.
다리가 불편하고 무뚝뚝한 독거노인이지만
가끔 B에게 살가울 때가 있다.
2층으로 올라오는 계단소리,
주인만의 발걸음 리듬이 들리는 날은
소박한 간식을 가져다주곤 했으니.
아무튼 여기 와서 일주일 뒤부터
방금처럼 끽끽 대는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주인은 오래된 집이라 쥐나 고양이가
지붕을 타고 다닌다고 했는데
그건 아닌 것 같다.
B의 방 맞은편엔 철문으로 굳게 닫힌 창고가 있다.
원래 창고로 쓰던 공간 일부를 이 방으로 만든 거니
이상할 건 없지만 그런데 지난달이었을까.
끽끽, 그곳에서 기분 나쁜 소리가 들려왔다.
B가 방문을 열면 멈추고 한동안 조용했다.
그러던 중 언제부턴가
방 한 구석에서도 그런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뭐냐. 구석에 숨어 있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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