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26.
오늘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다.
어제는 12월 25일 성탄절,
엊그제는 12월 24일 크리스마스이브였다.
금일은 박싱 데이(Boxing day)라고 한다.
권투나 복싱과는 상관없이 사람들이 상자에
선물을 담아 서로 나누던 전통에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
강산이 한 번 변하고도 남았을 지난날의 청춘,
홈스테이 중이던 호주에서 거리를 기웃거리다
주워들은 단어가 생각났다.
남반구의 더운 겨울, 여름 연말이 인상적이었다.
이제 며칠 남지 않은 12월의 끄트머리,
해마다 이맘때 곳곳에서 캐럴이 울려 퍼졌다.
요즘은 훨씬 덜하지만 예전엔 길을 걸으면
가게마다 다양한 선율이 분수처럼 솟아 나왔다.
시끌벅적한 거리에는 올해와 새해에 대한
아쉬움과 기대감이 가득했다.
흥겨운 발걸음을 이끄는 음악 중
'울면 안 돼'가 있다.
산타할아버지는 우는 아이들에게는
선물을 안 준다는데...
왜 울면 안 되는 걸까.
울음과 선물 수령 여부를 연관 짓는
기준은 뭘까.
울면 나쁜 아이고 안 울면 착한 아이라서?
평소에 착해도 울면 나빠지는 걸까?
우는 건 나쁜 건가?
산타할아버지는 모든 걸 알고 있는
전지전능한 존재라 아이들은 울지 않고
항상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아, 이건 뭐랄까. 감기 시럽처럼
달큼한데 씁쓸한 그런 느낌이랄까.
뭔가 속는 것 같은데 듣다 보면
수긍하게 되는,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기분이다.
살다 보면 울고 싶은 날이 있다.
기쁠 때나 슬플 때,
속상할 때나 감동받을 때도 그렇다.
그런데 웃음과 달리
울음에는 금기가 많다.
남자는 세 번만 울어야 한다느니,
울면 바보라느니, 울어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느니...
그래, 아무 때나 울어도 문제겠지만
울음을 억지로 막거나 전혀 안 울어도
문제가 되지 않을까.
울음을 통해 눈물을 흘리면
감정이 배출되는데 이 자연스러운
흐름을 막으면 마음에 큰 병이 난다는데.
그럼 어떻게 하면 잘 울 수 있을까.
삶의 한가운데에서
눈물이 난다면 울어야 하는 신호다.
가슴이 저릿하고 눈시울이 뜨거워지면,
공감이 공명해 마음을 어루만지면
자신에게 울음을 허락하자.
조용히 또는 소리 내어 감정을 담아내자.
나지막이 울어보고 서럽게도 울어보자.
혼자서도 울어보고 누군가와도 울어보자.
앉아서도 울어보고 서서도 울어보자.
뭘 먹으면서도 울어봤지만 그건
그다지 추천하지는 않는다.
잘 울고 나면 지난 시간들이
더 맑아지고 다듬어지는 기분이 든다.
나무는 꽃을 버려야 열매를 맺고
강물은 강을 버려야 바다에 이르듯
사람은 눈물을 버려야 평온에 이르는 게 아닐까.
울기 좋은 날, 실컷 울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