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육지로

참 좋은 인연입니다.

by 꿈의복지사

다시, 육지로

(잠시 멈춘 섬의 시간, 그리고 타오르는 여름의 도시)


폭염이 연일 이어지던 8월 나는 육지행 배에 올랐다.

울릉도 사동항에서 출항하는 배에 몸을 실을 때,

등 뒤로는 짙은 녹음과 바다의 윤슬이 멀어지고 있었다.

배가 천천히 부두를 밀쳐 나가는 순간,

마치 그동안 숨겨두었던 감정들이 잔잔한 물결처럼 밀려왔다.

군대 휴가 나가는 이등병처럼 설렘과 아쉬움, 기대와 긴장 모두가 교차하여 얽힌 감정은 바다 위 짙은 수평선 위로 길게 드리워졌다.

한참을 가다 뒤를 돌아보면 섬은 어느새 점으로 변해 있었다.

그 작은 점 안에 내가 익숙해진 삶이 있었고, 이제 잠시 그곳을 벗어난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설렘이었을까?


포항에 닿았을 때, 바로 느껴지는 건 ‘열기’였다.

포항의 바닥도 데워진 프라이팬 같은데, 익숙했던 곳 대프리카라 불리는 대구의 여름은 과연 오랜만에 온몸으로 다시 맞으러 가고 있다.

(그래도 울릉도는 바람이 안겨주는 시원함이 있었는데...)


급히 터미널로 향해 버스를 탔다.

창밖 풍경은 분명 익숙해야 할 도심이었지만, 낯설었다.

너무 빠르게 지나가고, 너무 많은 소리와 간판들이 나를 스쳐 갔다.

울릉도의 바람과 파도 소리에 익숙해진 몸은 도시의 굉음과 진동이 설레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마음은 또 한편으로는 설렜다.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 등산을 함께하며 서로의 삶을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던 사람들 그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에게 보여줄 울릉도의 맛—

출항 전날 같이 일하는 동생 집에서 직접 잡아 손질해서 말린 오징어 살이 통통하게 오른 제철의 맛, 그것만은 꼭 함께 나누고 싶었다.

버스를 타고 대구로 향하는 길.

에어컨 바람에도 식지 않는 도심의 열기.

하지만 그 속을 뚫고 가는 마음엔 기분 좋은 들뜸이 있었다.


2박 3일. 짧고도 찐한 육지에서의 시간.

대구에 도착하자, 익숙한 얼굴들이 반겨주었다.

등산 동호회에서 함께 산을 탔던 가족 같은 친구들.

“오징어는 어딨노?” 인사라는게 나보다 오징어가 이 인간들 ^^

“야, 울릉도에서 진짜 왔네?” “어서 온나.” “한잔 묵자.”

오랜만에 마주 앉아 웃었고,

나는 소중하게 가지고 온 오징어를 꺼내며 이야기했다.

그곳의 바람,

그곳의 파도,

그리고 그곳의 사람들까지도 담아온 듯한 마음으로.

육지에서 먹는 삼겹살과 쓰디쓴 소주 한잔, 오늘만은 삶의 무게를 내려놓고

벗들과 어깨를 마주하고 술잔을 기울여 본다.

오징어를 굽자 테이블에 바다 내음이 퍼졌고, 자리의 웃음은 찐한 향기와 함께 퍼져나갔다.

우리는 소주 한 잔에 울릉도를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날, 살던 집에서 고요함과 함께 마주한 시간 오랜시간 비워진 듯한 집에서 어색함과 마주하다 내일 아침 배로 복귀하기 위해 나는 다시 짐을 챙겼다.

짧은 2박 3일의 육지 휴가가 끝나가는 시간. 나는 다시 섬으로 돌아갈 마음을 다졌다.


포항항으로 향하는 길.

짐 속엔 남은 오징어 대신,

사람들과 나눈 대화, 웃음, 그리고 여운을 가득 담아 새로운 시작을 준비했다.

배가 항구를 떠날 때,

이번엔 반대로 육지가 멀어졌다.

그러나 이상하게도,

이젠 그 멀어짐이 그리 아프지 않았다.

나는 다시 섬으로 돌아가는 중이다.

내 자리를 향해,

내가 익숙한 바람 속으로~~~

지는해.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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