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섬에 살아본다는 것 Ⅱ

조금씩 사람과 시간에 스며들며

by 꿈의복지사

울릉도에서의 출근길은 묘하게 조용하다.

길 위엔 차보다 바람이 먼저 지나가고, 파도 소리가 가는 길 음악이 되어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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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울릉군 환경사업소 직원이다.

이전 현장에서 중간관리자로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는 신입직원으로 많은 것을 배워야 하는 막내 직원이 되었다.

20대 사회 초년병의 시절로 돌아간 듯, 한 편으론 긴장이 되기도 하고,

설렘이 가득한 생활이 시작되었다.

작은 사무실. 일하는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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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 고요함이 어색했지만,

며칠 지나니 그 정적 속에도 사람 냄새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곳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단순하지 않았다.

섬은 폐기물이 들어오긴 쉬워도, 나가는 건 어렵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일의 강도가 달라지고, 변화에 적응해야 했다.

그 속에서 나는 동갑내기 동료 둘을 만났다.

울릉도 토박이 친구들, 한 친구는 성당을 다니는 신자였기에 빨리 친해질 수 있었고,

한 친구는 말수가 없긴 하지만 정이 많은 친구였다.

처음에는 서로 조심스러워 OO 씨라고 부르 생활했지만 함께 공동 작업을 하는 일이 계기가 되어 터놓고 지내는 친구들이 되었다.

섬 생활에서 친해질 수단이 무엇이 있겠는가?

자연스러운 술자리가 서로 살아왔던 삶을 공유하고 공감하는 시간이 되면서 관계는 날로 발전했다.

“야, 내일 아침에 저동항에 오징어 배 들어오면 같이 나가 오징어 사서 시원하게 한잔하지 않을래?”라는 말이 친구와의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나왔다.

섬은 어쩌면 시간보다 경험이 먼저 사람을 묶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일요일이면 성당에 간다.

모태신앙으로 군 생활 할 때 피치 못한 상황으로 나가지 못했던 때를 빼고는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었다. 미사를 마치면 성당 주임 신부님과 인사를 나누었다..

연고도 없는 외딴섬 인연이 되려는 것인지 신부님이 고등학교 선배 동기 신부님이었다.

“급할 거 없어, 여유롭게 쫓기지 않는 생활 하려고 들어왔는 거 아니야.?” 신부님의 이야기 나를 공감해 주는 것 같아서 괜히 눈물이 나올 뻔했다.

그렇게 나는 울릉도에서 신앙생활로 또 하나의 인연과 함께하게 된다.

홀로 들어간 섬이지만 그곳에서 하나둘 나타나는 은인들로 인해 나는 외로울 틈 없이 섬 생활을 이어간다.

그렇게 또 하나의 인연이 시작된 것이다.


나는 쉬는 날은, 종종 섬 해안 산책로를 걷는다.

관광객이 북적이는 계절에 들어왔지만 인적이 드문 시간과 장소를 찾아 때론 고요함을 즐긴다. 언제나 말이 없는 바다. 그 조용함이 좋다.

해안 산책로를 걸으면서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기도 하고, 지금의 삶,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날을 위한 설계를 그려본다.

그러다 바다를 등지고 걷다가, 마음이 허하면 벤치에 앉아 책을 편다. 육지에선 늘 시간이 부족해 아니 마음에 쫓겨 읽지 못했던 책들이, 이곳에선 한 장 한 장 다 들어온다. 읽던 문장에서 고개를 들면, 윤슬이 내려앉아 있다. 그럴 때는 풍경이 문장보다 더 깊은 위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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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하루를 다 채우고 집에 돌아오면, 문득 고요함이 크게 들린다.

식탁엔 늘 한 사람 분의 식기.

말 걸 이도 없고, 퇴근했다고 불 켜진 창도 없다.

모든 것을 스스로 채워야 하는 하루.

그게 어쩐지, 종종 외롭다.

스스로 다짐한다.

‘섬살이는 외로움을 두려워하면 못 버텨. 대신, 그만큼 네 마음도 잘 들을 수 있어.’라고 스스로에 답을 한다. 맞는 말이다.

나는 요즘, 나 자신과 대화를 많이 한다.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리듬으로 살고 싶은지.

예전엔 묻지도 못했던 것들.


아직 이 섬이 완전히 나를 받아들인 것 같진 않다.

하지만 나도 이 섬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했으니, 그건 공평한 일일지도 모른다. 서로에게 조금씩 시간을 주는 것 아마 그것이 진짜 정착의 시작일 것이다.

오늘도 출근길에, 여전히 같은 바람이 분다.

같은 언덕길인데, 어제보다 오늘이 덜 낯설다.

그리고 그게 충분한 삶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살아간다.

조금씩 스며들며, 나도 이 섬의 일부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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