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다움 Oct 21. 2023

나는 왜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가?

나에게 새벽 루틴을 만들어준다 : 동기부여가

  아침형 인간과 저녁형 인간 둘 중에 택일하라면 난 아침형으로 일찍 일어나는 건 자발적 의지이지만, 이른 새벽인 4시 30분부터 일어나게 된 것은 사연이 있다.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6시였던 나의 기상시간은 아들 둘을 기르면서 점점 빨라지기 시작한다. 엄마를 너무 사랑하여 엄마가 일어나면 함께 놀고 싶은 아들을 피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기위해  조금만 더 일찍을 외치다 보니 4시 30분에는 일어나야 했다.

  아이들이 아무리 일찍 일어나도 나 말고 또 다른 보육자인 남편의 역할을 기대해 볼 수도 있지만, 그게 불가능하다. 아이들이 2시간마다 깨던 신생아시절부터 새벽에 아이가 바로 옆에서 아무리 울어대도 태연히 잠을 청하는 남편 덕분에 새벽기상은 언제나 나의 몫이었다. 처음엔 아이의 울음소리만 안 들리는 선택적 청각장애를 의심해 봤는데, 군대에서도 아침엔 일어나기 힘들었다며 체질상 저녁인간이었다는 것을 증거로 들이미는 그를 더 이상 아침에는 없는 사람을 생각하기로 했다. 강제로 깨워놔도 어차피 좀비상태인 남편에게 아침육아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새벽부터 일어나 아이들과 놀아주는 것도 나였다.

  아침형 인간인 동시에 나는 MBTI상 I(내향형)으로, 나의 에너지 충전의 방법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다. MBTI란 것을 알기 전부터, 아무리 친한 친구와 웃고 떠들고 와도 자기 전에 혼자 책을 보거나 일기를 쓰느냐며 또 다른 하루를 살아갈 힘을 얻곤 했다. 내 아들 둘과 어머님 아들 한 명이 만든 환장의 콜라보로 남들이 다 깨어있는 시간에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게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 다가오자, 결국엔 파이를 키우는 법,  즉 내 시간을 늘리는 방법을 찾아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게 된 것이다.

    새벽에 일어나 나에게 온전히 주어진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기 위해 많은 것을 채워 넣고자 애를 썼다. 한동안은 아침에 일어나 글을 쓰기도 했고, 때로는 책을 읽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에 오고 무급여 육아휴직자로 지내며 나의 새벽루틴이 깨지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학교 보내고 나서 조금 여유가 생기자 오히려 그동안의 쌓여왔던 피로가 한 번에 몰려와 우르르 나를 무너뜨렸다. 오히려 아침에 일어나기가 힘들어지고,  자꾸만 침대에서 시체놀이하는 시간이 늘어났다. 대다수의 단기 미국체류자들이 와서 하는 게 여행과 골프인데, 나만 이 둘 다 안 하고 매일 집에서 아이들 뒤치다꺼리만 하다 하루를 보내니 무기력도 찾아왔다.  

나는 퀭한 눈동자를 상시 유지하며, 점점 저 해골과 좀비들처럼 늘어져갔다.

    축축 쳐지는 나와 달리, 같이 사는 어머님 아들은 골프에 매진하며 나름 즐거운 미국생활을 하는 게 배알이 꼴렸다. 그래서 큰맘 먹고 (내 기준에) 비싼 헬스클럽을 등록하고 돈 아까우니까 매일 가되, 무조건 늦어도 새벽 5시 반에 집에서 출발하는 루틴을 만들었다. 내가 사는 곳은 특히 자가용이 없으면 이동이 불가능했기에, 남편이 차를 안 쓰는 시간을 활용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결과는 만족스럽다. 체중은 유지하되 근육량만 늘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숨쉬기 운동만 겨우 하고 지내던 내가 '새벽에라도 집을 탈출'하여 '운동하기'를 할 수 있도록 강력한 동기부여를 제공해 준 남편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오늘은 남편이 일이 잘 조율된 덕에 본인이 차를 안 써도 된다고 한 날이었다. 내가 새벽운동을 안 가도 된다는 뜻이었다. 기쁜 소식에 낮에 차를 타고 가서 여유롭게 운동하고, 도서관에서 북세일하는데 책도 좀 보고 하면 되겠다며 오랜만에 들떠서 혼자만의 나들이 계획을 잔뜩 세워놨는데, 급작스레 오늘 아침에 본인이 차를 써야 한다며, 미안하다는 AI 식 짧은 사과를 남기고 휑하고 나가버렸다. 철저한 계획형인 솓아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하고 애꿎은 노트북 키보드만 평소보다 더 높은 압력으로 탁탁 거리며 치고 있다. 오늘과 같은 돌발상황에 대비하는 계획으로 그냥 무조건 새벽운동을 가는 것으로 다시 한번 마음먹는다.  이로서 명확해졌다. 나의 새벽루틴은 남편으로 완성된다는 것. 오늘 못한 운동까지 더해서 내일은 더 열정적으로 두 손에 덤벨 꼭 쥐고 휘둘러야겠다.

운동을 못간 다음날, 망나니가 칼 잡듯이 혼신을 담아 덤벨을 휘둘러댔다.

   덧. 18년이 넘도록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일했다는 이금희 아나운서가 아침마당을 그만둔 다음날 오전 9시에 일어났다는 일화를 들은 적이 있다. 그래서 본인이 '아침 월급형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는데, 크게 공감한다. 이와 같은 논리를 적용하면 나는 '아침 결혼형 인간'인 것인가. 이금희 아나운서가 직장을 그만두고 깨달았듯, 나 역시 결혼생활에 종지부를 찍으면 아침형 인간이 아닐 수도 있는지 궁금해지는 하루이다. 하하하

나는 결혼으로 완성된 새벽형 인간이구나.

   



이전 05화 나의 기대도, 나의 몫이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