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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움 Sep 29. 2024

에필로그 : 나는 왜 운동을 하는가

하고 싶어서 하는 건 (절대) 아니고, 하다 보니 (여태) 하게 되네요.

 '나는 왜 운동을 하는가' 질문 답을 찾기 위해 이제까지 해왔던 운동을 쭉 적었다. 다양한 운동에 도전했지만 결국 그 끝은 하다가 그만두거나 흐지부지 되었다는 단조로운 결말에 도달한다. 숨쉬기 운동에만 최적화된 내가 기적처럼(?) 운동에 재미도 붙이고 거의 1년을 꾸준히 했지만, 1달만 철저하게 쉬어보니 처음에 운동시작 했을때 보다 더 격렬하게 피하기도 했다. 운동하며 힘들었던 순간들이 세포에 새겨진건지, 한참 쉬다가 다시 운동하러 가기가 더 싫어지는 폐해를 낳기도 했다. 인바디 속 숫자들도 매일 운동을 할 때는 찔끔찔끔 올라가더니, 1개월 쉬고 나니 1년 전 기록으로 순식간에 돌아가는 회복력(?)에 이게 다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운동을 시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했다. 어렴풋이 다가오는 이유를 어느 책의 문장에서 명확히 찾았다.


"운동은 1+1=2가 가능한 세계였다. 하는 만큼 결과가 보였다."

- 최진영 작가님의 책 "쓰게 될 것" 중 '디너코스'-  


  운동은 정직했다. 내가 한 만큼 근육통이 찾아왔고, 근육량이 미세하게 늘었갔다. 작가님의 말처럼 운동은 1+1=2처럼 하는 만큼 결과가 보이기도 했지만, 그 결과가 바로 보이는 것이 아니기도 했다. (누군가는 1 다음단계로 곧 2가 찾아오기도 하겠지만) 나는 1 다음이 1.0001로, 몇 달을 겨우 해야 2에 가까스로 도달하기도 했다. 때로는 무식한(?) 운동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기존의 1에서 -1로 뒷걸음치는 순간도 있었다. 그래도 운동을 했던 이유는 그 결과가 느릴지라도 '하는 만큼 달라진다'는 강한 믿음이 있었고, 동시에 '내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가장 쉬운 것'이었기 때문이다.  

   운동과 달리, 살다 보면 내 의지와 행동만으로는 결과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예를 들어 아이를 돌보는 일만 해도 그렇다. 아이가 눈뜨고 일어나 학교 가고 돌아와서 다시 잠들기까지, 엄마로서 많은 체력과 감정을 쏟아붓는다. 아침마다 아이들에게 밥 한 숟가락만 더 먹으라는 채근도, 숙제 좀 미리 하는 재촉도 통하지 않고 내가 들인 수고와 시간은 그대로 허공에 사라지기도 한다. 그럴 때 무력감과 좌절감을 온다.

  그나마 운동은 내 의지로 내 몸뚱이를 움직이기에 타인이 주요 변수가 아니다. 타인을 움직여서 결과를 얻어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직접 하는 것이기에 실행 단계가 줄어 실패 확률이 그만큼 낮아진다. 또한 운동은 모두가 장려하는 분위기 속에서 주변의 저항도 덜하고 응원분위기가 조성된다. 즉 하다 보면 그나마 다른 환경에 덜 영향을 받는 영역이기도 했다. 이를 테면 운, 시기, 상황 등 내가 어찌하지 못하는 변수들의 침투가 덜한 영역이었다. 한마디로 투입 대비 산출이 비교적 명확하고 투명해서 매력적인 게 운동이었다.

   동시에 나에게 운동이란 한결같이 '오늘은 쉬고 내일부터?'라는 문장이 운동 가기 5분 전까지 머릿속을 지배한다. 오래된 습관은 불꽃같은 의지보다 강해서 운동을 안 하는 쪽으로 기울곤 했다. 부끄럽지만, 운동 관련 연재를 매주 쓰겠다고 다짐하고도 못썼던 이유도 실제로 운동을 '내일로 미루기'를 무한 반복했던 탓도 있다. 쓸데없이(?) 정직한 탓에 운동을 안 하면서 운동 관련 글을 쓰는 것은 속옷을 빼먹고 외출한 듯 찝찝하여 운동과  글쓰기를 동시에 중단했다.

   우여곡절 끝에, 또 한 번의 큰 운동방황을 마치고, 새로운 운동루틴을 시작하고 다시 이 글을 쓴다. 의욕 넘치게 성인강좌 운동에 이틀 몸 담았다가 2주 동안 앓아눕는 실패(?)를 맛보고, 다시 겸허히 어르신 대상 강좌에 참석한다. 아쿠아로빅 수업에서 처음 뵌 어머님은 멀쩡하게 생긴 젊은이(?)가 주 타겟층이 어르신인 강좌에 있는 사연이 궁금하신지 나에게 "어디 안픈건가?"라고 물어보시기도 했다. 하지만 낯익은 어르신들은 오랜만이라면서 웃으며 반겨주셔서 고향에 돌아온 기분이었다. 어르신 대상 아쿠아로빅을 해도 더 이상 힘들지 않을 때, 다시 성인반 강좌를 매일 듣겠다고 다짐하며 지금은 신나는 음악에 몸을 맡긴 채 물안에서 첨벙거리는 중이다.   

  이러다가 또 언제 무슨 일이 생겨서 운동을 또 쉴 수도 있다.(그럴 가능성이 더 높다. 하하하) 하지만 예전과 다른 점이 있다. 비록 인바디 숫자는 운동 전으로 금세 돌아가있을지 몰라도, 운동을 하며 내 몸에 새겼던 경험과 성취감은 남는다는 것을 안다. 처음엔 서서 허리를 구부렸을 때 손이 발목 근처도 힘겹게 닿았던 게 지금은 손바닥으로 땅을 짚을 수 있다. 아쿠아로빅을 1시간 하면 30분부터는 시계만 봤었는데 지금은 1시간 정도야 거뜬히 웃으면서 할 수 있다. 3lb 덤벨을 들고 운동한 다음날 팔이 떨어져 나갈 듯 아팠는데 지금은 5lb 덤벨로 운동한 다음 날이 멀쩡하다. 객관적이고 간단한 수치로는 말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주관적이고 장황한 문장으로는 충분히 내 변화를 설명하고 느낄 수 있었다.  

  나는 뭔가 생산적인 일을 않으면 잉여인간이 된 듯하여 쉽게 자책하곤 한다. 매일 쏟아지는 의무사항을 힘겹게 쳐내고 있으면서도 더 밀도 있는 생활을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강요한다. 매일 운동을 일정하게  하는 경험은 무언의 압박감에서 해방되는 시간임과 동시에 내가 계속 뭔가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그래서 운동이 끝나고 나면 약간의 자신감이 생겼다. 내가 제일 싫어하고 못하는 운동을 꾸준히 하는 것이야 말로 내가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가고 있는 증거로 삼으며 말이다.

  솔직히 운동해서 막 체력이 올라오고 건강해지고 그런 것은 못 느낀다. 지금보다 젊었을 때는 운동 안 해도 밤새고도 멀쩡했는데, 지금은 운동 열심히 하고도 고작 잠 몇 시간 부족하게 자면 힘에 부친다. 비교 대상이 과거의 나일 때는 운동의 효과를 느끼기 어렵다. 하지만 미래의 어느 날에 내가 꺼내쓸 체력을 지금 만들어 놓는 중이라고 생각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오늘 힘차게 달린 10분의 러닝머신이 10년 후 에도 여전히 뛸 수 있는 다리를 만들어준다고 믿으면서, 운동을 한다. 그렇게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닌 내 몸에 쌓는 '경험'을 하러 오늘도 운동을 한다.   

덧. 주 1회 총 15화 운동 관련 연재글을 쓰겠다며 작년 12월부터 시작했던 게 다음 해9월에서야 마무리를 짓습니다. 중간에 운동도 쉬고 글 쓰는 것도 중단하면서 이 브런치북을 마무리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했지만, 오랜만에 글을 올렸는데도 많은 분들이 글을 읽어주셔서 참 감사했습니다.

  운동을 하며 공간과 사람의 힘을 많이 느꼈는데, 글 역시 마찬가지인 듯합니다. 브런치 스토리라는 공간에서 제 글을 읽어주시는 독자분들이 계신 덕분에 멈추지 않고 글을 쓰는 힘을 얻어갑니다. 진심으로 고맙습니다. 모쪼록 제 글이 독자님들께 잠시나마 휴식이 되길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생활신조였던 "운동은 내일부터"를 조금 길게 풀어봅니다.  "운동은 오늘 쪼~끔만하고,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한다." 라고요.  그렇게 오늘의 부담은 낮추고 내일의 희망은 높이면서 운동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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