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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다움 Sep 23. 2024

이게 이름이 뭔지도 모르지만, 하고 나면 드러눕는 운동

근력 강화 운동 : 지금 여기만 집중하게 된다

  안 하던 일을 하게 되는 데는 생각보다 간단한 요인이 작용할 때가 많다. 한번 몸소 체험해 보고, 그것이 주는 매력이 비용, 귀찮음 등 현실적 제약보다 크면 지속력이 발휘된다. 마트 시식코너에서 먹어봤는데 마침 할인까지 하면 바로 카트에 담는 것처럼 말이다. 나에겐 새벽 6시 운동이 그랬다. 차가 없으면 집안에 자동 강금인 미국생활로 인해, 운동센터에 가려면 내가 차를 쓸 수 있는 시간 안에서 해결해야 했다. 따라서 다른 사람들이 일과가 시작되기 전인 새벽운동이 고정값으로 등장했다.

  동시에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도 중요했다. 음악을 들으며 혼자 운동을 하다 보면 팔다리는 이미 1시간이 지난듯한 지침을 호소하는데, 귀는 아직 3분짜리 노래의 후렴구도 안 끝났다고 알려주곤 했다. 운동의 지루함을 못 견디며 운동을 멀리하는 악순환이 작용했다.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했다. 그것은 바로 강사님과 함께하는 수업이었다. 앞전에서 1:1 강습은 성격상 부담스러워서 다수가 한 번에 참여하는 수업을 선택한다. 강사님이 나에게만 집중하지 않으니 편하고, 다수가 함께 운동하는 분위기에 휩쓸려 내 팔다리를 움직여보려는 심산이었다. 그렇게 세팅된 것이 매일 새벽 6시 운동 강습참여하기였다.

   앱으로 1주일 전부터 운동강의를 신청할 수 있다. 영어로 된 강좌명(XTREME HIIT, MAXOUT TOTAL BODY, WARRIOR SCULPT 등)만 보면 정체는 정확히 알 수 없지만 전투적으로 내달려서 내 온몸을 쥐어짤 것 같은 느낌이 들긴 했다. 영어가 주는 어감을 잘 체감하지 못한 채 우선 수업에 참여했다.(잘 몰라서 수업에 발을 디딘 것 같다. 영어를 잘 모르는 게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이야. 하하하)  뒤늦게 운동유형을 확인해 보니 하나같이 고강도 전신운동이었다.

  새벽부터 파이팅 넘치는 강사선생님의 최면에 걸린 듯, 사이비 종교 신봉자들처럼 환호성을 질러가며 모두가 손발을 휘적인다. 스쾃는 기본이고, 런지, 푸시업, 데드버그 등 온갖 동작들을 덤벨, 고무밴드 등 다양한 기구를 활용해서 쉼 없이 1시간 동안 한다. 하다 보면  체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끝나기 10분 전엔 기진맥진이 돼서 한 동작하고 시계 보기를 반복한다. 하지만 마른오징어 짜는 과정이 종료 5분 전에 남았다. 풀 스내치(덤벨을 들어 올리며 스쿼트) 6개, 버피(점프와 푸시업) 4개, 마운틴 클라이머(플랭크 자세에서 무릎을 번갈아가며 가슴 쪽으로 당기기) 16개를 한 세트로 총 3세트를 한다. 몸 안에 있는 에너지를 탈탈 털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죽음의 레이스(?)를 달리다 보면 머릿속에 아무 생각도 안 든다. 너무 힘들어서 생각이란 걸 할 수가 없다.  너무 힘들지만 선생님의 코칭에 따라 팔다리를 움직이다 보면 1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다. 개수대에 쌓인 설거지, 먼지 수북한 마룻바닥, 애들 영어 숙제 (챗 GPT 돌려서) 봐주기, 항의 및 문의사항 영어로 메일(챗 GPT 이용해서) 쓰기 등은 들어올 틈이 없다. 자동으로 여기, 현재에 집중하는 명상효과를 얻는다.

  게다가 나의 10일 치 에너지를 1시간에 내뿜는 선생님과 함께하다 보면 기운(?)을 받기도 한다. 동작을 앞에서 보여주시고는 전천후 뛰어다니시면서 기합과 함께 응원을 해주시는데 그러면 또 팔을 더 쭉쭉 뻗게 되고 다리도 곧게 펴게 된다. (집에 와서 극심하게 밀려오는 근육통은 논외. 하하하)

  여러 사람과 같이 운동을 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에너지'를 느낀다. 집에서는 운동을 거부하는 내 관성을 누르고, 침대에서 유튜브 쇼츠나 보고 싶은 몸뚱이를 일으키는 게 쉽지 않다. 운동 시작도 전에 에너지가 이미 많이 소비 돼버린다.  그럴 바에는 좀 번거로워도, 같은 목적을 가지고 함께 행동하는 사람들이 있는 공간에 나를 데려다 놓으면, 좀 더 쉽게 그것을 이룰 수 있는 에너지를 얻는다.

  세수조차 하기 싫은 날에도 어김없이 새벽에 일어나 샤워만 할 생각으로 운동센터에 간다. 막상 가면 모든 사람들이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너무 쉽게 자전거에 앉아있는 나를 발견한다. 혼자라면 이루지 못했을 것들을 달성하는 것, 그것이 공간과 사람이 주는 힘인 듯하다. 그 힘을 알기에, 혹시라도 원했던 것을 이루지 못하는 날엔 심한 자책대신 공간과 사람의 탓도 슬쩍해 본다. 나의 '계획, 의지, 노력'만이 아니라 '상황, 사람, 장소'의 힘도 더해본다.  그렇게 나에게 친절하게 대해 본다.

   


덧.

 운동을 거부하는 나를 '운동하는 사람과 장소'에 노출시키는 것에 덧붙여서 최근 유행이라는 '원영적 사고'를 운동에도 반영해 본다. 이런 식이다. "아싸, 차를 새벽에만 쓸 수 있으니까 새벽운동을 하네. 저절로 갓생인생.",  "동시에 새벽육아도 피할 수 있으니 좋네. 운동센터에서 씻고 오니 비싼 수도세도 아낄 수 있네."라고.

운동 강좌에 사람이 꽉 찼으면, "이렇게 인기 있는 운동을 안 하긴 아깝지?"하고 신청하고, 사람이 적으면 "넓은 공간에서 운동하면 한적해서 좋네"하고 들어간다. 그렇게 해야 할 이유를 만들어가며 운동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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