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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빛고은 Aug 01. 2024

정우와 보내는 시간

놀이터에서 친해진 아이들

정우는 성격이 활발하고 적극적이었다.

운동신경도 또래 아이들보다 월등히 좋았다.

정우가 술래가 되면 아이들은 호들갑을 떨며 도망을 갔다.

금방 잡힐 것을 알기 때문에 어떻게든 술래가 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정우는 달리기는 물론이고 줄넘기, 축구 등 모든 운동에 자신감이 넘쳤다.

바깥 활동을 많이 해서 얼굴이 검게 그을렸으나 그래서 더욱 순수한 빛이 돌았다.


그런 정우를 좋아하고 따르는 친구들이 많았다.

놀이터에서 정우는 주로 게임이나 놀이 진행을 주도하는 편이었다.

놀이 방법도 정하고, 다른 친구들 의견도 듣고 조율할 줄 아는 성숙한 면이 많은 친구였다.


안나와 요한이가 교실 안에서 차분함으로 빛을 발한다면

정우는 놀이터에서 활발함으로 빛을 발했다.

안나와 요한이에게 없는 적극성과 리더십이 정우에게는 있었다.

안젤라는 자신의 아이들의 내성적인 성격이 정우와 같이 놀면서 외향적으로 바뀔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래서 정우가 요한이에게 술래잡기를 같이 하자고 말을 걸 때 안젤라는 기쁜 마음에 자기가 먼저 대답을 할 뻔했다.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동안 엄마들은 아이들의 놀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놀이터 보초를 서느라 모두 꽃샘추위에 덜덜 떠는 엄마들은 그래도 아이들이 언제 또 이렇게 뛰어놀까 싶은 마음에 집에 가자는 말을 아꼈다.


정우 엄마와 안젤라는 아이들이 놀이를 시작하자 서로 눈이 마주쳤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 거리를 좁혔다.


"안녕하세요, 정우엄마예요."

"네, 안녕하세요, 요한이 엄마예요."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난 뒤 두 사람은 이런저런 소소한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동에 사는지, 아이가 아침에 일어나는지, 급식은 많이 먹고 오는지, 학원은 어디를 다니는지부터 동네에서 외식은 주로 어디에서 하는지와 같은 소소한 정보들이 오고 갔다.


정우 엄마는 정우처럼 성격이 활발한 편이 아니라 낯선 사람과 이야기하는 게 편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정우의 친구 엄마이기도 했고, 나중에 복직을 했을 때를 대비해서 정우의 친구 엄마 한 두 명쯤을 알아놔도 나쁘지 않다고 들었기 때문에 웃으면서 대화를 이어나갔다.


정우에게는 이제 갓 돌이 된 남동생이 있었지만, 나이 터울이 워낙 크다 보니 정우는 집에서 외동이나 다름없이 혼자 놀 시간이 많았다. 혼자 놀다가 지루하면 엄마 아빠를 찾았고, 한창 손이 많이 갈 동생을 돌보느라 정우와 함께 시간을 보내지 못하는 게 정우 엄마는 늘 미안했다.

그래서 정우 동생을 할머니께 잠시 맡기고, 정우가 온전히 놀이터에서 놀 시간을 주는 게 정우 엄마로서 정우를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물이었다.


안젤라는 정우 엄마에게 휴대폰 번호를 물어봤다. 둘은 번호를 저장하고, 기회가 되면 아이들을 또 같이 놀리자고 하면서 헤어졌다. 곳간에 쌀을 가득 저장해 놓은 것처럼 안젤라는 마음이 든든해졌다.

요한이와 안나가 활발하고 사교적인 정우와 자주 놀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안젤라 눈에 정우는 자신의 아이들과 어울려도 괜찮을 아이 같았다.

집에서 엄마의 적절한 관리를 받으며, 예의 바르게 인사도 잘하고, 활발한 것은 물론이고 재치 있는 농담도 자주 하여 요한이와 안나를 웃게 만드는 친구였다.


꽃샘추위에도 뛰어 논 아이들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 있었다.

안젤라는 요한이와 안나의 책가방을 양쪽 어깨에 메고 아이들을 데리고 집으로 향했다.


"재미있게 놀았어?"

"응, 정우 엄청 빨라. 그리고 웃겨. 정우랑 또 놀고 싶어."


안나가 이렇게 마음에 들어하는 친구는 처음이었다. 안젤라는 아이들에게 친구가 생긴 것 같아서 감격스러우면서도 놀라고 기뻤다. 

 

요한이와 안나의 친구로 정우는 합격이었다. 안젤라는 정우 엄마와 더욱 가까워져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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