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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캐슬이 팬들의 함성을 모두에게 전하는 방법

Equity in Sport (4)

by 축축박사


다음 주에는 팀 K리그와 프리미어리그(잉글랜드)의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맞붙는 쿠팡플레이시리즈 경기가 있습니다. 해외축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뉴캐슬을 잘 아시겠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게는 생소한 구단일 텐데요. 뉴캐슬의 역사나 선수 정보는 검색하면 쉽게 찾을 수 있을 테니, 뉴캐슬의 방한을 맞이하여 저는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2024년에 뉴캐슬 유나이티드에서 진행한 사회공헌 캠페인 'Unsilence The Crowd' 입니다.




뉴캐슬은 '툰 아미(Toon Army)'라는 이름의 영국에서도 손꼽히는 열성적인 서포터즈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2024/25시즌에도 프리미어리그에서 다섯 번째로 많은 52,305명의 평균관중을 기록했는데, 이는 홈경기장인 세인트제임스파크의 총 수용 인원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즉, 전 경기가 매진이라는 이야기죠. 뉴캐슬이라는 도시의 인구가 3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도시 전체가 뉴캐슬유나이티드의 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카라바오컵에서 우승하며 국내대회에서는 1954/55시즌 FA컵 우승 이후 70년 만에, 국제대회를 포함해도 1968/69시즌 인터시티 페어스컵 우승 이후 56년 만의 우승을 차지했는데요, 오랜만의 우승만큼이나 우승 퍼레이드 시 뉴캐슬 거리에 모인 약 30만 명의 팬들의 흑백 물결이 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뉴캐슬의 카라바오컵 우승 퍼레이드 모습 (출처 : Anadolu / 게티이미지)


이렇게 열광적인 응원으로 유명한 뉴캐슬이지만, 이런 열기를 오롯이 느낄 수 없는 팬들도 존재합니다. 바로 청각장애인들입니다. 청각장애인 팬들은 눈으로 경기를 볼 순 있지만, 5만의 관중이 만들어내는 열성적인 응원가와 함성은 느끼지 못하죠. 현장에서 스포츠가 만드는 감동을 반만 느낄 수 있는 겁니다.


UNSILENCE THE CROWD, 고요를 깨다

뉴캐슬은 뉴캐슬의 메인스폰서이자 사우디아라비아의 스포츠, 이벤트 마케팅 전문기업인 셀라(Sela)와 함께 청각장애 팬들도 경기장의 열기를 체감할 수 있도록 ‘Unsilence The Crowd’라는 캠페인을 기획합니다. 캠페인의 핵심은 촉각 기술(Haptic Technology)을 활용한 ‘Sela Sound Shirt’라는 이름의 특별한 유니폼입니다. 이 유니폼에는 28개의 진동 모터가 내장되어, 경기장 함성의 크기에 따라 그에 맞는 진동을 발생시킵니다. 전도성 섬유와 원단에 통합된 촉각 모듈을 사용하여,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마이크를 통해 주변의 소리를 포착하고 특수 소프트웨어를 통해 관중 소음을 촉각 데이터로 변환하여 안테나를 통해 셔츠로 무선 전송합니다. 이 유니폼을 입은 팬들은 생생한 경기장의 분위기를 진동으로 느낄 수 있는 거죠.


셀라 사운드 유니폼을 설명하는 이미지 (출처 : 뉴캐슬 유나이티드)


그리고 지난 2024년 4월 13일, 뉴캐슬과 토트넘의 경기에서 실제로 청각장애 팬들이 이 셔츠를 착용하고 관람하는 장면이 펼쳐졌습니다. 이 특별한 유니폼을 착용한 청각장애인 팬들은 경기장의 함성을 소리로 듣지는 못했지만 진동을 통해 몸으로 들을 수 있었습니다. 해당 경기는 뉴캐슬이 4-0으로 대승을 거두었는데, 뉴캐슬의 골이 터질 때마다 팬들의 함성은 진동이 되어, 청각장애인을 포함한 경기장의 모든 이들이 같은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관중석 전체로 퍼져나갔습니다.


Sela Sound Shirt를 처음 선보인 이 경기에서 셀라는 자사의 유니폼 전면 스폰서 자리를 영국의 청각장애 지원 단체인 RNID(Royal National Institute for Deaf People)에 기부했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청각장애 단체가 유니폼 전면에 노출된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리고 뉴캐슬의 득점 후 댄 번(Dan Burn) 선수가 수화를 통해 골을 자축하며 캠페인의 대미를 장식했죠. 경기장에 모인 팬들과 TV로 경기를 시청한 팬들 모두는 경기장 광고보드에 등장한 RNID 로고를 통해 이 메시지를 함께 접할 수 있었습니다. 이는 ‘모두가 함께하는 응원’이라는 캠페인의 목적을 고스란히 담아냈습니다.


수화로 세레머니 하는 뉴캐슬의 댄 번 선수 (출처 : The QT)


뉴캐슬은 현재 청각장애인 전용 티켓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으며, 2024/25 시즌부터는 해당 티켓을 구매한 팬이 사전 신청을 통해 이 ‘셀라 사운드 셔츠’를 착용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경기 시작 전 수령하고 종료 후 반납하는 방식입니다. 또한, 청각장애 아동을 위한 축구 교실도 병행하고 있어 기술과 커뮤니티 프로그램 양면에서의 청각장애인의 축구 접근성을 높이는 실질적인 사업들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 캠페인은 스포츠가 단지 경기를 넘어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특히 계속해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힘으로 소외된 팬들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더 주목할만합니다. 모두가 소외되지 않고 스포츠를 즐길 수 있도록 모두를 위한 스포츠 문화가 계속해서 확대되기를 바랍니다.


캠페인 영상 : https://www.youtube.com/watch?v=MC2C44ktof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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