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스포츠 경기장이 재생에너지 실험실이 된다면?

Environment in Sport (8)

by 축축박사



지난주 금요일이었던 8월 22일은 에너지의 날입니다. 이날은 2003년 한국에서 최대 전력소비(47,385MW)를 기록한 것을 계기로, 에너지시민연대가 제정한 기념일로, 에너지 절약과 신재생 에너지 확산을 목표로 합니다. 대표적인 활동으로는 '불을 끄고, 별을 켜다'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소등행사로, 저녁 9시 기업과 시민들이 5분간 불을 끄며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고 있죠.


K리그는 이날 후원사인 HD현대일렉트릭과 공식 에너지 파트너십을 맺었습니다. K리그는 2021년부터 꾸준히 환경 캠페인을 이어오고 있는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친환경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구단 및 경기장의 에너지 효율화와 재생에너지 확산을 위한 활동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예정입니다.


관련기사 : https://m.sports.naver.com/kfootball/article/343/0000135063




해외는 이미 '재생에너지 경기장' 시대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친환경 경기장'이 새로운 화두가 아닙니다. 암스테르담 아약스(AFC Ajax)의 홈 경기장인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Johan Cruyff Arena)는 2010년부터 지속가능성의 선구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경기장 지붕에는 4,200개의 태양광 패널이 설치돼 있고, 35km 떨어진 풍력 터빈에서 그린 에너지를 공급받습니다. 또 8.6MWh 용량의 대형 배터리 두 개를 통해 재생에너지를 저장하여, 일부 경기를 100% 친환경 에너지로 운영하기도 하죠. 아약스의 혁신·컨설팅 이사 산더르 반 스티푸트(Sander Van Stiphout)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단순한 경기장이 아니라 지속가능성의 선두주자가 되려 합니다. 이를 위해 이해관계자, 비즈니스 파트너, 업계 파트너들과 연결되어 있죠. 경기장은 사회의 거실과 같은 공간이므로, 지속가능성에 가치를 두는 것은 사회 전체에 가치를 창출하는 일입니다.”


요한 크루이프 아레나 홈페이지의 지속가능성 소개 :

https://www.johancruijffarena.nl/en/making-an-impact-togehther/duurzaamheid/


이처럼 지속가능성은 이미 경기장 설계와 운영의 핵심 가치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최근 만들어진 경기장은 더더욱 친환경적인 가치를 내세우고 있죠. 2017년에 개장한 NFL(미국미식축구) 애틀랜타 팰컨스(Atlanta Falcons)와 MLS(미국프로축구) 애틀랜타 유나이티드(Atlanta United FC)의 홈 경기장 메르세데스-벤츠 스타디움(Mercedes-Benz Stadium)은 북미 최초로 LEED Platinum(미국 녹색건축위원회(USGBC)에서 개발한 친환경 건축물 인증 시스템) 인증을 받은 경기장입니다. 반투명 외관이 특징으로 이 외관은 자연광의 활용을 극대화하여 전력 소비를 낮추고 있습니다. 4,000개의 태양광 패널로 경기장 소비 전력의 35~40%를 충당하고 있고, 자원회수시설을 설치하여 재활용품을 분리해 90%에 달하는 쓰레기를 감축하는 등 폐기물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함께하고 있죠.


메르세데스 벤츠 스타디움 홈페이지의 지속가능성 소개 :

https://www.mercedesbenzstadium.com/sustainability


지난번 소개해드린 토트넘 경기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토트넘 홋스퍼 스타디움(Tottenham Hotspur Stadium)은 100% 재생에너지로 운영하고 있고 2021년에는 세계 최초로 탄소 제로 축구 경기를 개최하기도 했었죠. 올해 토트넘 홋스퍼는 런던 기후 행동 주간을 맞아 주한영국대사관과 스포츠 포지티브(Sport Positive)와 함께 협력하여 KBS, SBS, 뉴스1, 세계일보 등 한국의 전국 및 지역 언론사 기자단을 초청하여 구단의 지속가능성 전략을 설명하는 행사를 갖기도 했습니다. 이번 행사를 통해 기자들에게 지속가능성이 경기장 운영에 어떻게 반영되는지 소개하고, 구단의 기후 행동과 관련된 대중 참여 전략에 대해서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죠.


토트넘 홋스퍼의 지속가능성 관련 지난 글 보기 :

https://brunch.co.kr/@assist/30


최근에는 영국의 옥스퍼드 유나이티드(Oxford United FC)가 최초로 전기 구동(ALL-electric) 축구 경기장 건립을 승인받았습니다. 2027년 개장을 목표로 하는 이 경기장은 16,000석 규모로, 1,000명 규모의 이벤트 공간, 180개의 객실을 갖춘 호텔, 레스토랑, 헬스 및 웰빙 센터, 그리고 정원이 있는 공공 광장을 포함됩니다. 이 경기장은 상업성 극대화와 저탄소 생활의 청사진을 결합하여 설계되었는데, 화석연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3,500㎡ 규모의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 효율적 건축자재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또한 빗물 정원·야생화 초원·연못 등을 통해 생물다양성까지 추구하고, 450개에 가까운 자전거 주차 공간과 통합 교통망을 연계해 팬들의 이동 방식까지 친환경적으로 바꾸려 합니다. 상징적으로나 실질적으로나, ‘지속가능한 스포츠 인프라’의 새로운 정의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아스날(Arsenal), 맨체스터 시티(Manchester City) 등 프리미어 리그 구단부터, 분데스리가의 프라이부르크(Freiburg), 세리아A의 우디네세(Udinese) 등 재생에너지의 사용, 에너지 효율화의 사례는 스포츠 선진국에서는 이제 당연시될 만큼 너무나도 많습니다. 미국에서는 NFL 경기장의 30%가 이상이 태양광 설비를 갖추고 있기도 합니다.




한국 스포츠 경기장, 어디까지 왔을까?

한국에서도 다양한 신축 경기장이 들어서고 있습니다. KBO만 보더라도 2014년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 2015년 고척 스카이돔, 2016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 2019년 창원 NC파크, 그리고 올해 개장한 대전 한화생명볼파크까지 신축 경기장이 계속 생겨나고 있죠. 최근 지어진 경기장들은 이런 흐름을 반영해 재생에너지 활용을 점차 확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래된 경기장은 여전히 한계가 분명합니다. 태양광 설비 도입이나 일부 효율화 조치가 이뤄지고는 있지만, 노후화된 구조와 재생에너지를 고려하지 않았던 초기 설계 탓에 근본적인 개선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제는 친환경 스포츠 인프라를 위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기후변화는 점점 더 속도를 내고 있고, 정부 또한 ‘기후에너지부’ 신설을 논의하며 탄소중립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핵심 과제로 삼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 속에서 스포츠는 거대한 인프라와 막강한 팬덤을 기반으로 재생에너지 인식을 확산시키고, 실질적인 변화를 촉진할 수 있는 강력한 플랫폼이 될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경기장이 지자체 소유라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 차원에서 스포츠 경기장을 상징적으로 활용하는 전략도 충분히 의미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정책적 차원에서도, 스포츠 현장에서도 보다 과감하고 도전적인 시도가 요구되는 때입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글로벌 무대에서 주목받을 만한 친환경 스포츠 인프라 사례가 탄생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저 역시 그 여정에 작은 힘이라도 보탤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경기장 #지속가능성 #에너지의날 #환경 #재생에너지





keyword
월요일 연재
이전 24화내한한 바르셀로나, 유니폼에 숨겨진 특별한 사연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