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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코리아 논란, 좋은 의도가 본질을 잃을 때

Social Responsibility in Sport (9)

by 축축박사


최근 W Korea의 'Love Your W' 유방암 인식 개선 캠페인이 여러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유방암 인식 개선을 내세운 이번 행사는 수많은 유명 셀럽들의 참여로 큰 주목을 받았지만, 정작 사회공헌의 본질보다는 '이슈화와 홍보'에 집중된 이벤트로 비추어졌습니다. 결국 W Korea는 공식 사과문을 발표했죠. 이 일은 사회공헌을 내세운 행사가 본질을 잃고 홍보에만 집중될 때 어떤 부정적 이미지를 남길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은 비단 W Korea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스포츠계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종종 일어납니다. 많은 스포츠 브랜드와 구단, 단체들이 '세상을 바꾼다'는 그럴싸한 슬로건 아래 다양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스포츠는 팬이라는 확실한 지지 기반이 있기 때문에, 팬들에게 긍정적인 메시지를 전하려는 캠페인이 활발하죠. 하지만 안타깝게도 그중 상당수가 실질적인 변화나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한 채 홍보용 이벤트로만 남는 경우가 많습니다.




홍보는 필요하지만, 본질이 가려져선 안 된다

홍보는 물론 필요합니다. 특히 사회공헌 영역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CSR이나 사회공헌 분야는 생각보다 대중의 관심을 받기 어렵습니다. '좋은 일'이라는 건 알지만, 그 결과가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고, 너무 많은 '좋은 일' 속에서 사람들에게 회자되는 건 쉽지 않은 일입니다.

스포츠로 따지면, 마케팅은 매출액이나 관중 수, 선수운영은 성적이나 임금 규모라는 객관적이고 직접적인 데이터와 결과물로 평가받지만, 사회공헌과 CSR 영역은 그런 명확한 데이터를 만들기도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많은 단체들이 ‘대외적으로 홍보하기 좋은 사업’을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얼마나 사람들에게 알려졌는가, 얼마나 노출이 되었는가가 가장 중요한 목표가 되어버리죠. 저 역시 사회공헌 캠페인을 준비하고 운영할 때 홍보에 꽤 많은 비중을 두기도 합니다.


하지만 담당자로서 절대 잃지 말아야 하는 건 그 본질입니다. 내가 하는 이 일이 실제로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가. 우리 조직이나 사회가 직면한 문제를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 완화하는데 도움이 되는가. 이 본질이 홍보에 가려지는 순간, 아무리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라도 W Korea의 사례와 같이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스포츠 사회공헌 캠페인들은 홍보와 본질을 동시에 잡은 사례들입니다. 대표적으로 NFL의 암 인식 확산 캠페인 ‘Crucial Catch’가 있습니다. 2009년부터 시작되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이 캠페인은, 유방암 인식 제고와 암의 조기 발견과 예방을 목표로 매년 10월 NFL 경기장에서 대대적인 홍보를 진행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홍보만 진행하는 것은 아닙니다. NFL은 이를 통해 지금까지 3천만 달러(약 420억 원) 이상을 미국암학회에 기부했고, 그 기금은 구단 연고지역의 커뮤니티 건강센터를 통해 76만 건 이상의 실제 암 검진으로 이어졌습니다. 단순히 홍보를 위한 사회공헌 캠페인에서 나아가 암 인식 확산과 조기 발견 및 예방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이고 지속적인 행동으로 이어진 거죠.


관련 지난 글 링크 : https://brunch.co.kr/@assist/28


이제 소비자와 팬들도 단순히 브랜드가 이야기하는 메시지를 넘어 훨씬 더 많은 정보를 찾아보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화려한 슬로건과 캠페인 뒤에 실제 데이터나 결과가 공개되지 않거나, 영향이 제한적이라면 사람들은 그 메시지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이런 의구심은 부정적인 인식으로 전환되기도 합니다.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사례가 아마 '그린워싱(Greenwashing)'이 아닐까 싶습니다. 기업들이 ‘친환경’이라는 이름으로 이미지를 포장하지만, 실질적 변화는 없는 경우입니다.


스포츠계에서도 '그린워싱' 사례는 많습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은 FIFA가 ‘최초의 탄소중립 월드컵’이라고 홍보했지만, 실제 배출량이 제대로 계산되지 않았고 상쇄 방식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점이 드러나 스위스 규제기관이 FIFA의 탄소중립 주장이 허위라고 판결했습니다. 세계적인 흐름에 맞춰 '환경'이라는 이미지를 강조했지만, 실질적인 개선이 부족했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CSR과 사회공헌 분야에서는 늘 ‘진정성’과 ‘지속성’을 강조합니다. 이 두 가지가 없다면, 그것은 단지 단기적인 이슈를 위한 홍보 캠페인에 불과할 겁니다. 처음에는 그 화려함에 사람들이 박수를 보낼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난다면 그 메시지가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는지, 진심에서 비롯된 것인지를 계속해서 평가할 겁니다. 그리고 그 메시지가 가면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지지를 보냈던 만큼 실망도 커지게 되고 부정적인 인식과 함께 돌아서겠죠.


스스로 사업을 할 때면 홍보보다는 그 사업이 갖는 의미가 더 중요하다고 되뇌지만, 돌아보면 본질에 대한 고민보다는 얼마나 이슈화가 될 수 있는지를 더 많이 고민했던 것 같아서 한번 더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되는 날입니다.



#W코리아 #유방암 #CSR #사회공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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