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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한한 바르셀로나, 유니폼에 숨겨진 특별한 사연은?

Social Responsibility in Sport (8)

by 축축박사


이번 주와 다음 주는 국내에 있는 해외 축구 팬들에게는 그야말로 축제의 연속입니다. 7월 30일(수) K리그 올스타인 팀 K리그와 뉴캐슬 경기를 시작으로, 7월 31일(목) 바르셀로나와 FC서울의 경기, 8월 3일(일) 토트넘과 뉴캐슬의 경기, 그리고 8월 4일(월)에는 바르셀로나와 대구FC의 경기까지 해외 축구클럽의 방한 경기 일정이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FC서울과 바르셀로나의 경기는 총 10골이 터진 난타전 끝에 7대3으로 바르셀로나가 승리하며 관중들에게 큰 즐거움을 선사했습니다. 라민 야말, 레반도프스키, 하피냐 등 주전 선수들이 모두 출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경기의 완성도를 높였고, 세계 최정상급 팀다운 실력을 입증하기에 충분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세계 최고 명문 클럽 중 하나입니다. 리오넬 메시, 사비, 이니에스타에서부터 지금의 라민 야말까지 수많은 스타플레이어들이 이 클럽을 대표해 왔고, 이들을 길러낸 유스 시스템 ‘라 마시아(La Masia, 카탈루냐어로 '농장'이라는 의미입니다.)’는 전 세계 축구계의 모범 사례로 꼽힙니다. ‘티키타카’라 불리는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과 수많은 트로피 또한 바르셀로나의 위상을 상징합니다. 그러나 팬들이 바르셀로나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지 축구 실력 때문만은 아닙니다. ‘Mes que un Club(클럽 그 이상)’이라는 슬로건에서 알 수 있듯, 바르셀로나는 단순히 축구 클럽 이상을 추구합니다. 바르셀로나는 카탈루냐 지방의 문화와 정체성을 상징하는 구단이며, 나아가서는 사회적인 책임을 실천하고 있는 구단 중 하나입니다. 오늘은 바르셀로나가 행하고 있는 여러 사회적 책임 중, 축구 외적으로 '바르셀로나'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인 '유니세프(UNICEF)'와의 파트너십에 대해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유니폼 스폰서가 없던 구단

바르셀로나는 2006년까지 창단 이후 무려 107년 동안 단 한 번도 유니폼 스폰서를 받지 않았습니다. 이는 바르셀로나 구단의 특수성과도 연관이 있는데 바르셀로나 구단은 팬들이 조합원인 협동조합 형태의 법인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즉 팬들이 구단의 주인으로서 활동하며, 회장 선거에 참여하는 등 직접 구단 운영에 참여하는 형태죠. 바르셀로나의 팬들은 지역의 상징이자 자존심인 구단이 특정 기업에 의해 상업적으로 이용되는 것을 반대해 왔고, 이는 유니폼에 기업 로고를 넣지 않는 오랜 전통으로 이어졌습니다. 당시 라이벌 구단인 레알마드리드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 다른 빅클럽들이 유니폼 스폰서로만 연간 수백억 원을 벌어들이고 있었기 때문에 바르셀로나의 이런 신념은 축구팬들에게 낭만과 자부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했죠. 하지만 구단의 재정적 어려움과 광고효과를 노린 세계적인 기업들의 파격적인 제안에 바르셀로나 구단도 마음이 흔들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2006/2007 시즌, 창단 이후 107년 동안 지켜온 전통을 깨고 바르셀로나의 유니폼의 한가운데 메인 스폰서 로고가 들어서게 됩니다.



구단의 첫 유니폼 스폰서, 유니세프(UNICEF)

당시 전 세계 모든 축구 팬들은 역사적인 바르셀로나의 첫 유니폼 메인 스폰서가 어디가 될지에 대해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침내 2006년 7월, 바르셀로나는 2006/2007시즌 유니폼의 메인 후원사를 발표했는데, 그 상대는 다름 아닌 UN 산하의 아동구호기관 '유니세프(UNICEF)'였습니다. 또한 스폰서로 후원금을 받는 것이 아닌, 매년 구단 수익의 0.7%에 해당하는 약 150만 유로(현재 환율로 약 24억 원 이상) 이상을 향후 5년간 유니세프에 기부하는 내용이었죠. 당시만 해도 유니폼 스폰서는 기업들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에, 이런 선택은 축구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겨 주었습니다. 바르셀로나는 단순히 유니세프의 로고를 단 것에 그치지 않고, 실제로 전 세계 아동을 위한 다양한 유니세프 프로그램을 지원합니다. 아프리카 지역에서 AIDS(에이즈) 확산을 억제하고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예방 약물과 치료를 지원하는 한편, 교육 및 스포츠 프로그램을 강화하여 고아 및 취약 아동에 대한 보호와 돌봄을 통해 지역 아동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죠.


UNICEF.jpg 유니세프 로고를 가슴에 단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있는 리오넬 메시 (출처 : AP)


유니폼 가슴의 유니세프 로고는 바르셀로나가 Qatar Foundation(카타르 재단)과 5년간 총액 1억 5천만 유로(현재 환율로 약 2,415억 원, 연간 3천만 유로) 규모의 대형 스폰서십 계약을 체결하며,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상업광고를 달게 되는 2011년까지 지속됩니다. (바르셀로나가 상업광고를 달지 않는 전통을 갑자기 깰 수 없어 유니세프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다음 상업광고를 받기 위한 완충제로 사용했다고 바라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와 유니세프의 파트너십은 2022년까지 계속 이어졌습니다. 유니세프 로고는 2011/12시즌부터 뒷면 등번호 아래로 위치가 바뀌었지만 계속해서 바르셀로나 유니폼 속에서 함께했습니다. 2016년부터는 연간 기부액을 기존 150만 유로에서 200만 유로로 인상하기도 했죠. 2021년 발표에 따르면 이 파트너십을 통해 300만 명 이상의 어린이들이 스포츠, 놀이, 교육, 아동 보호활동에 참여할 수 있었고, 브라질, 가나, 남아프리카공화국, 중국 등 16,000개가 넘는 학교에서 프로그램이 운영되었습니다.


유니세프.PNG 유니세프와 함께한 S4D(Sport for Development) 프로그램 (출처 : 바르셀로나 재단)



UNHCR과의 새로운 여정

바르셀로나와 유니세프의 파트너십은 2022년 종료되었지만, 바르셀로나는 또 다른 의미 있는 여정을 시작합니다. 이번에는 UNHCR(유엔난민기구)와 손을 잡은 것이죠. 유엔난민기구와의 새로운 파트너십을 통해 '클럽 이상의 클럽'이라는 정체성을 현재까지 실천하고 있습니다. 유엔난민기구와는 전 세계 난민과 실향민 문제에 대한 인식 제고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우간다,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터키 등지에서 아동 및 청소년 난민을 위한 교육, 건강, 성평등, 다양성 관련 프로그램을 직접 지원하고 있고, UNHCR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도 지속적으로 착용하고 있죠. 이 파트너십은 UN SDGs(지속가능발전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스포츠 영역에서의 실질적인 기여를 인정받아 2024년에는 PMI(국제 프로젝트관리협회)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프로젝트' 중 하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UNHCR.PNG UNHCR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바르셀로나 (출처 : 바르셀로나 재단)



배고픔 없는 세상을 지원하는 전북현대

이번시즌 K리그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습니다. 올해 전북현대는 UNWFP(World Food Programme, 유엔식량계획)과의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구단 유니폼에 WFP 로고를 부착해 '배고픔 없는 세상'을 향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유니폼 판매 수익의 일부를 유엔식량계획의 지원 활동에 기부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전북.jpg UNWFP와 파트너십을 체결한 전북현대의 유니폼 (출처 : 전북현대)




프로스포츠 구단은 영리를 추구하는 단체다 보니 유니폼에 재정적인 도움이 되는 스폰서가 아닌, 공익적인 목적의 파트너 로고를 넣는 것은 쉬운 결정이 아닙니다. 그렇다 보니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라는 구단의 철학을 행동으로 실천하고 있는 바르셀로나의 사례가 더 의미 있어 보입니다. 특히 단순히 로고 노출이 아니라, 유니세프, UNHCR과 같은 국제기구들과 협업을 통해 축구가 사회에 만드는 긍정적인 영향력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더 특별한 동행이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도 바르셀로나가 어떤 파트너십으로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갈지 기대가 됩니다.



#바르셀로나 #내한 #유니세프 #UNHCR #UNWEP #유니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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