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5년 영국 존 왕이 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함으로써 근대 헌법의 토대가 되고, 자유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었다. 폭정에 못 견딘 귀족들이 반란을 일으키고 시민들이 동조하게 되므로 결국은 왕이 굴복, 마그나카르타에 서명하게 된 것이다. 전문 63조의 마그나카르타는 왕의 과세권 제한, 자유민의 보증, 마그나카르타의 존중이 주요 내용인데, 그중 39조에는 '자유민은 동등한 신분을 가진 자에 의한 합법적 재판 혹은 국법에 의하지 않고서는 체포, 감금, 추방, 재산의 몰수 또는 어떠한 방식의 고통도 받지 않는다'라고 되어 있다. 이것이 민주주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이후 프랑스혁명, 미국 남북전쟁을 통해서 진정한 인간의 자유를 보장하는 자유 민주주의를 발전시켜 왔고 지금에 이르고 있다. 이것이 지금 우리가 누리는 자유이다. 인간 본래의 권리인 자유를 억압받는 곳이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조직에서의 자유도 계속 발전되어 왔다. 같은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 조직에서의 자유가 억압되고, 심지어 폭력도 행사되던 시기가 있었다는 것은 상상하기 어려울 것이다. 당시 상사, 선배의 말은 법이나 마찬가지였고 거부하기 어려운 명령과 같은 시기가 있었다. 이제 그런 조직은 없다. 존재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일한다. 하지만, 화려한 퇴사를 꿈꾼다, 더 이상 조직에 구속되는 삶을 살고 싶지 않다는 수사를 구사하며 조직에서 벗어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사람도 있다. 어떻게 된 것일까? 자기 스스로 자신의 자유를 지켜내지 못한 까닭일 것이다.
조직에서 내 자유를 어떻게 지켜 낼 수 있을까?
조직에서 일에 항상 쪼들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일 A가 끝나기도 전에 일 B가 어떻게 됐냐고 재촉을 받는다. 일 B가 끝나기도 전에 일 C가 또 떨어진다. 능력이 뛰어나 일이 몰리는 거라면 힘은 들지라도 행복한 일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고픈 마음이 안 들고, 하루하루가 지옥 같은 날들일 것이다. 왜 그럴까? 이 경우 내가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생각을 갖기 어렵다. 시키는 일 하기도 바쁘니 말이다.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자유 의지하에 일한다는 것과 같은 것이다. 주체적으로 일할 때 나에게 자유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시키는 일하기도 바쁘다는 것은 나에게 자유가 없는 것과 똑같다. 그러면, 주체적으로 일한다는 것이 무엇일까? 간단히 생각해보자. 상사가 일의 결과를 찾기 전에 상사에게 가져가는 것이다. 몇 번만 이렇게 한다면 '아, 저 직원은 스스로 알아서 잘하는구나' 하고 상사가 나를 신뢰하게 될 것이다. 신뢰가 형성되면 나는 주체적으로 일할 수 있게 되고 자유를 갖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상사와의 관계에서 뿐 아니라, 동료와의 관계에서도 후배와의 관계에서도 친구와의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일의 결과를 어떻게 상사가 찾기 전에 상사에게 가져갈 수 있을까?
그 첫 번째는 일의 전후를 보도록 노력하는 것이다. 조직에서의 일이란 것이 그 일 하나만(Stand alone)으로 끝나는 경우는 없다. 여러 가지 일들이 연결되어 있고 그중에 일부를 내가 담당하는 경우가 보통 일 것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만 본다고 하면 그 일의 중요성, 시급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흐름도 파악하기 어렵다. 전체를 보면서 내 일을 파악한다고 하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접근할지, 어떻게 해결책을 가져갈지, 확장하거나 미리 준비할 것은 없는지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부단한 노력과 정성이 있어야 함은 당연 하지만 말이다.
두 번째는 협력(Cooperation)을 잘 이끌어 내야 한다. 나 혼자 해결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 점점 그렇다. 나 혼자 해결하려고 애쓰다가 성과는 못 내고, 시간만 가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 잘한다고 인정받는 경우중 많은 케이스가 나의 일을 다른 사람을 통하여 해내는 케이스이다. 이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마찬가지이다. 기업 내(In House)에 모든 자원과 역량을 가지고 있을 수 없기 때문에 기업 외부에 있는 자원을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Outsourcing)가 기업의 성과와 직결된다. 많은 경우 내가 찾고 있는 해결책은 조직 내부든 외부든 어딘가에 있다. 그것을 잘 찾아내고 활용해야 한다. 이것이 협력이고, 나의 자유를 찾아준다.
세 번째는 공유(Sharing)이다.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공유하는 것이다. 오픈 마인드(Open Mind)로 잘되고 있으면 잘되고 있는 대로, 어려운 문제가 있으면 문제가 있는 대로 과정을 공유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사에게 진행 사항을 단계별로 보고를 해주면 불안해하지 않는다. 우리가 어둠 속에 있을 때 불안하지 않는가? 상사 입장에서는 일의 중간 과정을 모르는 것이 어둠 속에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또한, 어려운 문제를 공유하면 의외의 곳에서 쉽게 해결책을 발견할 수도 있고, 어려움을 같이 고민하면 혼자서 고민하는 것보다는 훨씬 좋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결국 이것이 나와 조직을 위하는 길이다.
우리는 나 아닌 다른 곳에서 이유를 찾을 때가 많다. 하지만, 그 이유의 대부분은 나에게서 비롯된다. 조직에서 나의 자유도 마찬가지이다. 상사가 나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과다한 업무가 나를 구속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묶고 있는 것을 벗어나지 않는 것 아닌가를 돌아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