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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Jun 26. 2020

신뢰(信賴)라는 집짓기

Trust

믿을 신(信), 의지할 뢰(賴)의 신뢰(信賴)는 믿고 의지한다는 의미이고, 영어 단어인 Trust도 믿는다는 뜻과 함께 의지하다, 안심하다는 뜻을 같이 가지고 있으니 신뢰(信賴)는 동서양이 같은 의미로 사용하는 것이다. 신뢰가 전제되지 않으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사회는 존재하기가 어렵다. 신뢰가 가장 기본적인 사회 운영의 전제 조건인 것이다. 사회 유지의 가장 기본적인 전제 조건인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 사회는 법과 질서를 통해서 이를 뒷 바침 한다. 신뢰가 깨지지 않게 하기 위한 조치로서 말이다. 사회 구성원 간의 약속과 거래가 일어날 때 이를 보증하기 위해 즉, 신뢰를 보증하기 위해 상호 간에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고 이는 법률로써 보장을 받는다. 이러한 신뢰를 깨게 되면 당연히 법률에 따라 합당한 처벌을 부여함으로써 재발을 방지하게 된다. 또한,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에도 당연히 지켜야 하는 질서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자동차는 좌측통행을 해야 하고, 사람은 우측통행을 해야 한다. 순서를 기다리기 위해선 줄을 서야 한다. 남의 물건에 내 임의대로 손을 대서는 안된다. 이렇듯 열거하면 수도 없이 많지만, 우리는 자연스럽게 이를 실천하면서 살아가도록 사회 구성원으로서 교육을 받아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좁혀서 생각해 보자. 기업에서의 신뢰는 어떤가? 기업과 개인의 최초 신뢰 조성은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처음에는 일방적 신뢰 관계로 형성된다. 개인이 기업의 상품과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서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신뢰 관계의 정도는 개인의 차이에 따라서 다르게 나타 날 수 있어 기업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개인(소비자)의 신뢰를 얻고자 한다. 상품과 서비스의 질은 확보되었다는 가정하에서 말이다. 이러한 것의 대표적인 것이 상품 광고, 기업 홍보가 될 것이다.


그러면, 내가 기업에 속하게 될 때의 신뢰는 어떻게 구축되는가? 처음으로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것이 채용 단계이다. 채용 단계는 이력서, 자기소개, 전문성 시험, 인터뷰 등 여러 단계를 거치게 되면서 개인과 기업 간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기 시작한다. 개인은 기업을 신뢰하게 되면서 지원을 하게 되고, 기업은 개인을 신뢰하게 되면서 채용 결정을 하게 된다. 이것은 쌍방향의 신뢰 관계로 시작된다. 쌍방이 합의하게 되면, 입사가 이루어지게 되고 개인은 기업 구성원이 된다. 기업의 성과 창출을 위한 개인과 기업의 신뢰가 구축된 것이다. 여기에도 이를 지키기 위한 계약이 존재하게 되고 이는 법률로써 보증을 받는다. 근로를 제공하고 임금을 받는 계약, 근로계약이다.


조직(기업)에서 일하게 되면서 쌓아지는 나를 중심으로 한 신뢰 관계는 나의 성공과 직결된다. 법률에 의해서 보증받는 신뢰 관계를 넘어서 사람 대 사람, 마음으로부터의 신뢰를 구축하는 것 말이다. 기업에서의 신뢰는 사람대 사람으로의 신뢰로서 조직과의 신뢰로 구축된다. 즉, 상사나 유관부서 관련자, 협력회사 관련, 거래선 등 모두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떤 경우는 나의 일에 대한 성과로서 이를 보증하는 경우도 있지만 말이다. 신뢰를 구축하는 것은 집을 짓는 것과 같다. 집은 기초를 깊이 파고, 단단히 해야 튼튼하고 높은 집을 지을 수 있다. 사상누각(沙上樓閣)으로서는 집을 유지할 수가 없다. 어떻게 하면 사상누각이 아닌 신뢰라는 집을 튼튼하고 멋지게 지을 수 있을까?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집을 짓기 위해서는 기초를 단단히 해야 한다. 신뢰의 기초는 사람에 대한 '사랑'이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 없으면 신뢰를 만들어 갈 수가 없다. 사람에 대한 '사랑'이라 함은 타인에 대한 것뿐 아니라, 나를 포함하여 '존중, 배려, 이해'이다. '존중, 배려, 이해'가 없다면 어떻게 신뢰를 쌓을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의 입장을 이해해 주지 않는데, 어떻게 그 사람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 주고, 나를 의지하게 할 수 있겠는가? 그 사람을 존중해주지 않는데, 그 사람으로부터 내가 존중을 받을 수 있겠는가? 나는 나를 존중해주지 않는 사람을 신뢰하는가? 이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것이 신뢰의 기초이다.


신뢰 관계는 '솔직함'으로부터 출발한다. 솔직하지 않은 것은 언젠가는 드러나게 된다. 그럴 때의 실망감이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것이다. 단테는 신곡 지옥편에서 '배신'을 지옥의 가장 깊숙한 곳 9층에 두었듯이 '배신'의 실망감이란 말로 다 표현하기도 어렵다. 솔직하지 못한 것은 그 사람에게 배신감을 안겨 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솔직함이 처음에는 쉽지 않을 수 있지만, 진정성을 가지고 대하게 되면 누구에게나 받아들여진다. 특히, 기업에서 인사 담당들은 직원들을 진정성으로 대함으로서 직원들과 신뢰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이것이 솔직함이다. 직원들과 관계 시 당장의 필요에 의해 듣기 좋은 말로만 설명하고, 다른 이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감춘 채 설명하지 않는다고 하면 그 관계는 신뢰 관계로 나아가지 못한다. 궁극적으로 기업의 발전을 해치게 된다.


그리고, 신뢰(信賴)가 실제 행동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 사람이 어려울 때 도와줘야 한다. 필요할 때 도움이 되어야 한다. 함께하고 있음을 상호 공감해야 한다. 물질적으로 도움을 주는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편안함과 의지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진정한 친구라면 이유 없이 전화하고, 연락할 수 있는 것이다라고 하지 않는가? 나에게 물질적 이익이 있다고 판단될 때 관계를 지속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익이 없다고 판단될 때에도 관계가 지속되는 것이 신뢰 관계라 할 수 있다.


신뢰(信賴)라는 집을 짓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살기 위해 집이 꼭 필요하듯이 신뢰(信賴)라는 집을 짓는 것이 꼭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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