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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Jun 15. 2020

지름길(捷徑)

쉽고 빠른 길은  없다

지름길은 본래의 길보다 더 짧은 거리를 이동해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는 길을 말한다. 첩경(捷徑)이라는 말로 쓰기도 하는데 풍자적인 의미를 갖는다. 더 짧은 거리, 적은 시간을 투자해서 목적지에 도달할 수 있다면 지름길을 마다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우리 주변에는 지름길이 너무도 많다. 공부 지름길, 시험 합격 지름길, 재산 형성 지름길, 성공 지름길 등 수도 없는 지름길이 있다. 이 지름길들을 알고 있으면 누구든 공부도 잘하고, 시험도 합격하고, 재산도 모으고, 성공도 할 수 있으련만 그렇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왜 그럴까? 본래의 길을 충실히 걸으면서 꼭 필요할 때 지름길을 선택해야 하는데 모든 길을 지름길로 가고자 하기 때문이다.


지름길 선호 경향은 우리 사회가 산업화, 정보화를 초단기에 이루면서 얻은 성공의 결과에 기인한다고 할 수 있다. 남들(산업화를 이룬 국가)과 같은 방법과 시간을 투자해서는 산업화를 이룰 수 없고, 따라잡을 수 없었다. 지름길을 선택해야만 했다. 그 지름길이 바른길이 아닐 때도 산업화라는 대의명분 하에서 용인되고 선택되는 일도 있었다. 이러한 것이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게 된 것을 알게 되는 데는 시간이 많이 걸렸다. 정보화 시대를 주도하면서 우리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게 되었고, IT분야에서는 세계 최고가 되었다고 자부한다. IT 인프라 수준이 어느 국가보다 앞서는 등 명실상부하게 앞서고 있지만, 여기서도 우리는 지름길을 많이 선택했다. 지름길의 선택은 일정한 수준까지는 도달할 수 있지만, 그다음으로 넘어서는 퀀텀 점프가 필요할 때 어려움을 겪게 된다. 결국은 넘어서지 못하게 된다. 그것은 개인이나, 조직이나, 국가나 동일하다. 퀀텀 점프를 위해서는 내부에 축적된 힘이 필요하고, 내부에 축적된 힘이 진정한 힘으로 작용하여야만 퀀텀 점프를 할 수 있다. 진정한 힘은 지름길에서 쌓이지 않고, 본래의 길에서 쌓인다.


우리는 S/W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다. AI, Big Data, 자율주행, 로봇 등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S/W 역량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래서, 중학생에 이어 초등학생까지 S/W 교육을 의무 교육으로 도입해서 교육을 한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도 지름길을 모색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봐야 한다. S/W 역량이 구체적으로 발휘되는 하나의 사례는 기업에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제품을 개발하는 S/W 개발자들이 여태까지는 S/W 프로그래밍 시 지름길을 많이 선택했다. 개발 일정이 촉박하고, 투입할 수 있는 M/M(개발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었다. S/W 프로그래밍에 지름길을 선택하면 그 제품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수정이 불가능하다. 그 제품의 S/W 프로그래밍을 담당했던 개발자도 원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 또한, S/W 프로그래밍에 지름길을 선택하면 그 노하우의 전수가 사실상 어렵다. 내부에 힘이 축적되지 않는 것이다. 초등학생, 중학생에게 S/W 프로그래밍, 코딩 기술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왜 S/W 역량이 중요한지, 어떻게 역량을 쌓아 갈 수 있는지를 교육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성인이 돼서 이러한 의식을 갖추는 것은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름길을 선호하는 경향은 또한 우리 조직 내에 이기주의와 끼리끼리를 팽배하게 만든다. 내가 아는 지름길을 경쟁자인 다른 사람에게 알려 줄리가 없지 않은가? 그것이 나의 경쟁력이고, 나의 노하우인데 말이다. 남이야 어떻게 되는 무슨 상관인가? 나하고는 상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로서 이성을 본질로 하는 존재(아리스토텔레스)'라고 했는데, 이러한 인간이 구성하는 사회와 조직을 발전시키는 원동력은 이기주의, 끼리끼리가 아니라 공동체 의식이다. 나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이기주의와 끼리끼리의 만연은 사회와 조직의 발전을 저해하고, 여러 가지 문제를 내포한다. 사회와 조직의 질서를 깨트리고, 갈등을 유발한다. 이기주의와 끼리끼리가 아니라 개인을 인정하는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나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다른 사회, 조직 구성원들은 그 성과를 인정해주는 문화가 만들어질 때 사회와 조직의 발전이 가능하다. 이러한 문화는 지름길이 아니라 정도를 걸을 때 갖춰지는 것이고, 시간과 우리 모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Soft Power를 가지려고 노력을 한다. 기업들도 근면성을 바탕으로 한 원가경쟁력을 갖춘 Hardware 중심 제품이 아니고, Software 중심 제품으로 이익을 창출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 그렇지 못하면 생존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직까지 그 사례를 많이 접하지는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 지금까지는 지름길을 요구하고 선택했더라도 앞으로 그것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지름길을 요구하고 선택해서는 안된다. 미래는 현재까지의 성공 연장선상에 있지 않다. 내부로부터 축적되는 Soft Power가 미래를 만드는 힘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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