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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상명 Sep 08. 2020

여름 낙엽(落葉)

버리기

사계절이 뚜렷한 지역에서는 식물들이 봄에 새싹이 나고 꽃을 피우며, 여름에 무성함을 지나면서, 가을에 열매를 맺는다. 그리고, 스스로 잎을 떨어뜨려 겨울을 준비한다. 이것이 자연의 순리이고, 식물들이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항상 사계절의 여름과 같은 날씨를 보이는 열대지방에서의 식물들은 어떻게 적응하면서 살아갈까? 언제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까? 겨울을 준비할 필요가 없으니 스스로 잎을 떨어뜨리는 일은 없는가? 대표적인 열대식물인 바나나의 경우 일 년 내내 꽃을 피우고, 바나나 열매를 맺는다. 분얼아(分蘖芽)가 생장해서 잎이 일정한 수에 다 달아 열매를 맺을 준비가 되면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것이다. 계절에 따라 움직일 필요가 없다. 아니 그럴 수도 없다. 잎을 떨어 뜨리는 것도 마찬가지이다. 식물 스스로가 필요한 시기에 불필요한 잎을 떨어뜨려 버림으로써 열대 자연에서 생존해 나가고 또, 성장해 나간다. 이는 우리가 열대 지방의 길을 걷다가 보면 가로수 밑에서 항상 낙엽을 볼 수 있는 까닭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 기준으로 가을 낙엽이 아닌 여름 낙엽을 볼 수 있는 것이다. 


우리 삶도 이와 같지 않을까? 열대 지방의 식물과 같이 일 년 내내 꽃을 피워 열매를 맺어야 하고, 필요한 시기에 필요 없게 된 잎을 적당이 버릴 줄 알아야 생존할 수 있고, 성장해 나갈 수 있다고 하는 것이 조직 생활을 하는 우리와 같은 이치라고 하면 비유가 과한 것일까? 조직 생활이 이와 다르지 않다. 사계절의 변화에 따라 움직일 수 있으면 조직 생활이 좀 쉽겠지만, 우리의 조직 생활은 스스로 열매를 맺을 시기를 결정해야 하는 열대식물과 같이 나 스스로 결정해 나가야 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열매를 바라고 꽃을 피우면, 그 꽃은 실제 열매를 맺지 못하고 끝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우리의 조직 생활이 그러하다. 내가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는 어떤 성과를 창출해 내는 것은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꽃을 피워 열매를 맺기 위해서는 식물의 뿌리가 흔들림 없어야 한다. 조직생활로 보면 내가 맡고 있는 일에 대하여 자신감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 성과를 낼 수 있다. 그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가? 그 자신감은 실력에서 나온다. 운동경기를 관람할 때 많은 해설자들이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을 보게 된다. 그러면, 운동선수들이 '내가 자신 있게 해야지'하고 마음 가짐으로써 자신감이 나오는가? 그렇지가 않다. 셀 수 없는 연습을 통해서 기술이 또,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실력이 갖추어졌을 때 선수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된다. 조직 생활을 하는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부족한데 어떻게 실력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겠는가?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이든, 원해서 하는 일이 아니든 간에 맡게 된 바에는 일에 대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나의 자신감을 위해서 최우선으로 삼아야 하는 과제이다. 이는 나무가 뿌리를 튼튼히 하는 일과 같다. 나무의 뿌리가 튼튼하게 되면 분얼아(分蘖芽)를 가질 수 있게 되고 더 많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수 있다.


나무가 적당한 때에 불필요한 잎을 버리면서 생존하고, 성장해 나가듯이 우리도 조직 생활을 하면서 불필요한 것들을 버리고, 새로운 잎을 내는 일을 끊임없이 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조직 생활을 통해 앞으로 나가는 일에 많은 어려움이 따를 것이다. 조직 생활을 하면서 불필요한 것 버려야 할 것의 첫 번째는 일의 본질에서 벗어난 것들을 버릴 줄 아는 것이다. 실무자에서 경험을 쌓게 되면서 업무의 영역이 넓어지게 되고, 내가 관리해야 할 항목들이 많아지게 된다. 그리고, 내 업무와 관련된 관련자도 많아지게 되는 관리자급으로 성장해 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관리자급으로 성장하면서도 실무자 때의 수준과 경험으로 업무를 하게 되면 제대로 일해 나간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조직 내에서 '이렇게 해야 한다'라고 가르쳐 준 게 없다고 핑계를 대는 것은 의미가 없다. 관리자급으로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일의 본질을 꿰뚫줄 알아야  한다. 또, 관리자급에 맞는 의사결정과 관계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일에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을 수 있다. 두 번째는 합리적인 판단을 방해하는 것들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일하게 되지만 나도 사람인 이상 일할 때 나의 감정에 영향을 받을 소지가 상당히 많이 있고, 실제 영향을 받는 경우도 많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것을 피할 수 있어야 한다. 내가 실무자였을 때 상사의 기분에 따라서 내가 하는 일이 영향을 받게 돼서 얼마나 실망했던가? 내가 그러한 일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그리고, 내 컨디션에 따라서 일의 강도가 차이 나는 편차를 최소화해야 한다. 특히, 컨디션이 좋지 않을 때도 일의 강도를 일정한 수준 이상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이것 외에도 살아가면서 버려야 할 것들이 많이 있다.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서 불편한 감정을 오랫동안 유지하는 것, '내가 옛날에는 이랬어'하는 것,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다는 시기심을 가지는 것, 나보다 잘하는 사람을 보고 배우기보다는 깎아내리려고 하는 것 등이다. 이러한 것들은 내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또, 조직 생활을 해나가면서 나를 앞으로 나가지 못하게 하는 필요 없는 잎들이다. 어렸을 때의 잎을 떨어뜨리지 않고 나무가 계속 가지고 있다면 어떻게 더 높게 자랄 수 있겠는가? 우리가 열대지방에서 가을이 아닌 여름에도 낙엽을 보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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