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어리석은 사람인지라
종종 내 입장, 내 상황에만 관점을 맞추려 할 때가 있다.
실은 종종이 아니라 자주 그렇다.
내게는 중요하지만,
상대에겐 비루할 수도, 심심풀이일 수도 있는 것.
나는 애달프고 절실하지만,
다른 이에겐 지루하고 귀찮을 수도 있는 것.
요즘 내가 잘 잊고, 자주 깜빡거리고,
심하게 멍청해지는 이유다.
남들에겐 심심풀이 요기인데,
나 혼자 예술이라고 착각하고 사는 거 같다.
그렇다고 진짜 예술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면서
혼자만 비장한 것 같다.
혼자만 비장하다는 거,
참 웃기고 참 슬프다.
덜어내야지, 말은 자주 하는데
사실 터럭만큼도 비우질 못한다.
그러면서 혼자만 비장하다니......
이만한 코메디도 없다.
비가 그치면 반성의 순례를 해야겠다.
하루 종일 걸으며
마음에 작은 구멍 하나 뚫어야겠다.
그 사이로 줄줄, 버려야 할 것들 흘러내렸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