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로 인한 삶의 모습이 바뀌었다. 거리를 나갈 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안되었고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나 사람이 많은 공공장소에서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법적 책임까지 묻게 되는 행정명령이 떨어졌다.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모든 사람들이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해야했다.
나 또한 외부활동은 물론이고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게 되었다. 휴직을 한지 4개월이 다 되어가지만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집에서 지내야만 했다. 무기력에 힘들어서 휴직을 했지만 집에만 있다보니 무기력에 더욱 빠지는 꼴이 되었다. 우울증 약을 끊겠다고 다짐했지만 약복용 횟수가 점점 늘어갔다. 다행히 무기력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여서 집안일을 닥치는 대로 했다. 집사람은 몇 명 안되는 남은 학원생이라도 가르쳐보겠다고 학원일을 나갔고 아이들은 온라인 수업을 하느라 방에만 있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안일 뿐이여서 빨래며 설거지부터 시작해서 오랜된 옷 정리, 서랍정리를 했다. 그러면서도 마음 한구석에는 늘 또 다른 내가 말하고 있었다.
휴직하면 알차게 보내고 싶었다. 자전거 국토 종주도 해보고 싶었고, 기술사 공부도 하고 싶었다. 혼자 여행도 떠나 보고 싶었고 악기도 배우고 싶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모든 것을 바꿔버렸다. 그래도 집에 있으면서 해보고 싶은 것중에 가능한 것들이 있었지만 혼자 시간을 보내기에는 신경써야 되는 것들이 많았다. 주위의 환경이 어수선하다보니 불안감에 무기력이 심해져 내가 할 일에 집중을 할 수 없었다.
무기력이 심해진 어느날 병원을 다시 찾았다. 의사 선생님과의 상담이 이루어졌다.
“선생님, 무기력 때문에 아무것도 집중 할 수가 없어요, 의욕이 생기지 않아요”
나는 의사 선생님에게 울먹이며 말했다.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듣고만 있었다
“무엇이 당신을 무기력에 빠지게 하는 걸까요?”
의사 선생님은 무기력의 원인을 찾아보기 위해 나에게 되물었다.
“글쎄요, 지금은 휴직기간이어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고 집에만 있는데 특별히 원인이 없는 것 같아요. 기술사 공부를 집중해서 하고 싶은데 5분도 집중할 수가 없습니다. ”
내말을 가만히 듣고 있던 의사 선생님은 조용히 한마디 건넸다.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나에게 커다란 울림으로 돌아왔다. 그랬다. 나에게 휴직의 목적이 기술사 시험합격은 아니였다. 그건 단지 하고 싶은 일중에 하나였다. 생각해보면 기술사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도 특별히 사명감이 있어서가 아니였다. 휴직이 끝나고 무언가를 해냈다는 것을 주위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아닌 타인의 관점에서 나를 평가받을려고 하는 것이였다. 나는 초심으로 돌아가 내가 왜 휴직을 했는지 곰곰이 생각해보았다.
무기력을 탈출하는 것이 꼭 무언가를 성취해야만 되는 것은 아니였다. 나는 휴직 후 해야할 일들을 계획하는 것이 아니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버리는 것”이 되었어야했다. 휴직을 한 목적이 무기력에서 벗어나는 것이였는데 나는 지금 또 다른 환경에서 무기력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었다. 인생의 목표가 아니라 목적을 찾으면 무기력에서 자유로울 것 같았다.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에 내안의 깨달음이 있었다. 그렇게 마음 먹으니 무기력의 기분에서도 자유로워지는 느낌이었다. 몸과 마음이 산뜻해지는 기분이였다
“그래. 이거지. 이런 기분이여야지. 얼마만에 느껴보는 마음의 자유로움일까”
기분이 좋아지니 웃음이 나왔다. 늘 이런 기분으로 산다면 얼마나 좋을까 라는 생각에 그동안 무기력하게 보낸 날들이 아깝기 시작했다. 의사 선생님의 한마디가 그동안 먹었던 약보다도 더욱 효과가 좋았다. 우울증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의식의 전환이였다. 의식의 전환하는 방법은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면 되는 것이였다. 생각을 바꾸는 것만으로도 의식이 전환이 이뤄지니 마음이 너무 편안했다. 하지만 의식의 전환이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이 아니다. 시간이 지나면 또 무기력이 찾아올까 겁난다. 오늘의 이 생각과 느낌을 잊어먹지 말고 무기력이 찾아오면 나는 주문처럼 외워야 겠다
오늘 따라 유독 지는 해가 아름다워보이는 것은 기분탓일까. 지금 이 자유로운 기분으로 빨리 집에 들어가야겠다. 오늘은 가족들을 꼭 안아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