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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Sep 11. 2020

10 나의 아이들에게

무기력에 힘들어 할지 모를 아이들에게 이 글을 남깁니다

사랑하는 나의 아이들아, 아빠가 이글을 쓰는 이유는 세월의 강력함에 나의 몸과 마음이 늙어  더 이상 버티지 못할 순간이 오기전에 미처 정리하지 못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너희들에게 말하고 싶어서야.

 아빠는 늘 걱정된단다. 너희들도 나처럼 무기력에 빠져 삶을 힘들어하다가 인생의 소중한 순간들을 놓치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때로는 무기력한 나의 모습이 너희들에게 영향이 갈까봐 아무렇지 않은척 하려했지만 순간순간 내 몸을 지배하는 무기력을 너희들에게 들킬때면 미안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란다. 건강한 가장이 되어야 하는데 무기력에 연약한 모습을 보일때면 죄책감이 들었단다

 아빠도 너희처럼 어린시절이 있었어. 너희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아빠의 어린시절을 많이 회상하게 되더구나. 특히 아빠의 부모님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너희도 아빠처럼 부모가 되었을 때나 이런 감정을 느끼지 않을까 싶다. 

너희가 아직 어린 탓일까. 지금은 마냥 귀엽고 이쁘기만 한데, 이제 조금 더 성장하여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가질 나이가 오면 아빠와의 의견충돌도 많겠지. 그러면서 아빠하고는 대화가 안된다며 소통의 시간도 줄어들지 모르겠다. 하지만 괜찮아. 그것도 다 성장하면서 겪게 되는 성장통 같은 것이더구나. 아빠 역시 너희 할아버지와 할머니하고 수도 없이 의견 충돌로 다툼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냥 나이 드신 할아버지와 할머니 일뿐이더구나.

 아빠 역시 기력이 다해가는 할아버지가 되었을 때 너희 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좋아했던 시절이 희미해질 즈음에는 지금의 무기력조차 세월의 흐름에 약해져버린 노인이 돼있겠지

 너희들이 성장하면서 겪게 될 아픔들을 생각하니 아빠의 걱정이 앞서는구나. 순위가 너희 인생에 전부가 되어서는 안되는데 인생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순위에 집착해야 되니 너희들이 그 고통을 어떻게 감당할지 모르겠다. 주어진 현실 앞에서 점점 자신이 작아져보일 때 느끼는 자괴감을 어떻게 감내해나갈지 모르겠구나

 아빠는 솔직히 그런것들을 잘 이겨내지 못하고 있어. 어떻게 해야 그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이렇게 무기력에 빠져 힘들어하고 있단다.

 너희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다. 무기력에 빠진다는 것은 현재를 즐기지 못하고 영원히 지나버린 과거에 집착하며 언제 올지 모르는 미래를 걱정하는 것이다. 그런 삶은 영혼을 메마르게 한다. 자신의 영혼을 병들게 하는 것일 뿐이다.

 아이들아. 무기력에 빠지기 전에 빨리 알아차리고 기분을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 무기력에 빠지는 것도 습관의 힘이라 그 관성의 힘에 이끌리면 어느 순간 저절로 무기력에 빠지는 것이다. 너의 뇌가 무기력에 익숙해지기 전에 빨리 알아차리고 그 기분에서 벗어나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을 가질 줄 알아야한다. 내가 무기력에 빠졌을 때 헤어나올 수 있는 자신만을 위한 시간 말이다. 취미생활을 즐길 줄 알고 그런 취미들 중에 내가 잘하는 것을 찾고 즐길 줄 알아야한다.

 또한 비교 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 살아가는 매순간 비교는 너희들을 따라 다닐 것이다. 그건 살면서 겪게 되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일 뿐이다. 그렇게 비교당할 때 나를 존중할 줄 아는 자존감을 키워야한다. 남과의 비교에 집착하는 순간  무기력에 빠질 것이다. 남의 기준대로 자신을 맞추지 말고 나의 기준에 충실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한다.

아빠가 이렇게 너희들의 무기력을 걱정하는 이유는 너희가 아빠의 유전적 특징을 물려받았을까 봐서야. 무기력에 취약한 유전적 특징 말이다. 아빠가 생명과학자이거나 생물학적인 지식이 풍부한건 아니지만 우리 인간의 유전자안에는 인류의 기원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차곡차곡 저장되어진 인류의 유전자 정보가 인간의 DNA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주어진 환경에 맞게 적응하며 살아가긴 하지만 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인간의 몸속에 있는 기본적인 유전자 정보에 의해 너희들은 환경에 맞춰가는 것이다. 그만큼 주어진 문제에 대처하는 가족들의 행동 양상이 비슷하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아빠가 어른이 되어갈수록 부모님들에게서 느꼈던 인간적인 모습들. 부모님도 똑같이 실수투성이고 소심하고 연약하고 고민하고 있는 모습들이 나에게 투영되었을 때 아빠의 부모님의 모습에서 아빠의 모습을 보았단다. 

 어쩔 때는 무기력 때문에 세상 사는데 참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느꼈다. 똑같은 문제에 대해서 좀 더 유연하게 대처한다면 세상 사는데 이렇게 힘들지 않을 텐데 아빠의 본질 자체가 무기력에 취약한 성격을 가지고 있으니 남들보다 마음의 문제들을 해결하는데 많은 노력이 필요했단다. 처음에는 이렇게 낳아준 부모님이 원망스러웠지만 지나고 나니 그것도 아니더구나 . 유전적 특징을 물려받은 건 부모님의 선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결국에 아빠가 느꼈던건 그들도 살아가는데 그만큼 힘들었겠구나 하고 공감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너희들에게 만큼은 아빠의 유전적 특징을 물려주고 싶지 않구나. 의식해라. 무기력이 너의 삶을 지배 하려고 하는 순간 “내가 또 이러는구나” 하고 나에게 생각의 전환을 할 시간을 주는 것이다. 너희들의 뇌가 주어진 유전적 특징에 익숙하게 반응하게 하지 말고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게 항상 싸워야한다. 그러면 그것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은 너의 유전자에 저장되어 너희 자식들에게 또 다른 무기력에 대처하는 방법을 전해주는 것이다.  

 오늘도 아빠는 무기력에 힘들어하며 처방받은 우울증 약을 입에 털어 넣어야 했다. 너희에게 당부를 하는 만큼 아빠도 실천해야 하지만 그것이 쉽지가 않았다. 10년 넘게 아빠를 지배해온 무기력을 쉽게 떨쳐버릴 수가 없구나. 약의 힘을 빌려 편안해지는 마음을 느끼는 몇 시간이 그렇게 좋을 수가 없단다. 그만큼 마음의 평화라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삶의 조건이라고 생각한다.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는 존재 자체만으로 그 의미가 있는 거란다. 아빠 엄마가 너희를 만들어서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아니라 아빠, 엄마를 통해 이 세상에 온 거란다. 그러니 세상이 너희들을 무시하거나 슬프게 해도 그 속에서 나를 사랑하는 힘을 길러야한다. 남을 위해 사는 것이 아니고 나를 위해 살아라. 남의 기준에 맞춰 살다보면 몸과 마음이 지쳐 무기력에 빠지는 것이다. 남을 생각하지 않는 이기주의자가 되라는 말이 아니다. 우선은 자신을 사랑하고 내 마음의 평화를 유지해야만 남을 위해 신경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것이다. 

 아빠는 오늘도 마음의 평화가 있는 곳을 가기 위해 혼자 힘들어하고 있단다. 사막 한 가운데서 어딘가에 있을 오아시스를 찾아 힘들게 마음의 짐을 얻고 걸어가고 있단다. 모래 위에 그려진 나의 발자취가 너희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오늘의 이글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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