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깨달음 내 안에 있다
오늘 무기력의 기분에서 탈출했다고 해서 내일부터는 괜찮다고 할 수 없다. 감기처럼 감기약을 먹고 씻은 듯이 낫는다면이야 얼마든지 약을 먹어도 괜찮겠다, 하지만 무기력이 그런 식으로 해결되지는 않는다. 무기력에 의한 우울한 기분이 며칠씩 지속되는 날이면 하루하루가 힘이 든다. 몸은 축 쳐지고 머리는 무거워진다. 나의 뇌가 이런 몸상태가 피곤할 걸로 착각했는지 잠만 계속 온다. 하지만 자고 일어나도 산뜻하지가 않는다. 눈을 뜨는 순간부터 존재하지도 않는 걱정과 불안함이 가슴속에 꽉 차있다. 답답한 마음에 산책도 해보고 재밌는 텔레비전 프로그램를 보며 웃을려고 애쓰지만 소용이 없다. 초조한 마음에 5분도 집중하지 못하고 안절부절한다. 머릿속에는 어제까지 괜찮았던 일들이 부정적으로 변한다. 긍정적으로 보였던 사건들이 부정적인 새로운 시각으로 나에게 다가와 생각에 꼬리를 물어 집착하게 만든다.
휴직 하는 동안 무기력에 힘들어하는 나를 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시도를 계획했었다. 하지만 코로나가 터지면서 부득이 집에만 있는 시간이 많았고 아이들도 학교에 가지 않아 집에서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이 많았다. 집에서의 반복적인 생활은 무기력에 더욱 빠져드는 환경을 만들었다. 무기력하지 않게 하기 위한 쉼을 선택했지만 그 쉼에 의해 또 다시 무기력에 빠지는 꼴이였다. 그렇다고 내가 겪고 있는 무기력을 그대로 방치할 순 없었다.
마음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았다. 마음 돌봄이 필요했다.
그래서 명상을 선택했다. 명상을 통해 본격적인 나의 마음 돌봄을 하고 싶었다.
우선 적당한 명상 센터를 찾아야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담마코리아의 윗빠사나 명상센터를 찾아갈 계획이였다. 전라도 진안에 위치한 명상센터인데 10일 코스로 비용은 각자가 내고싶은 만큼 내는 시스템이였다. 이곳에 가면 무기력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 싶어 가려고했지만 코로나 때문에 센터를 열지 않았다. 몇 달을 기다렸지만 코로나로 인해 센터가 열지를 않으니 참가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다른 명상 센터를 인터넷을 통해 알아보다가 단월드 라는 명상센터를 검색하게 되었다. 포털 검색창에 명상이라는 단어를 치니 명상센터 1위로 검색 되기에 믿을 수 있는 기관이다 싶어 대전에서 단월드 센터를 검색하게 되었다. 다행히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센터가 위치하고 있어 직접 찾아가게 되었다.
과연 명상이 나의 마음돌봄에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라는 기대반 설렘반으로 센터에 문을 두드렸다. 나이가 좀 있어 보이는 원장이 나를 맞이해줬다.
나는 의사 선생님 앞에 중증 환자처럼 원장 앞에서 나에 대해 솔직히 말했다.
“도우님은 (도우: 여기서는 서로를 도우라고 불렀다) 여기를 어떻게 알고 오셨습니까”
“예,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알게 되었습니다”
“명상을 통해서 무엇을 얻고 싶으세요”
“명상을 통해 무기력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마음의 자유를 얻고 싶어서 찾아왔습니다”
“잘 오셨습니다. 꾸준히 명상을 하시면 분명히 효과가 있을 겁니다”
원장은 몇장의 설문지와 상담을 통해 단월드의 명상이 나의 무기력 극복에 분명히 효과가 있을 거라고 강조했다. 나 역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원장의 말에 집중하며 공감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나는 곧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 말을 꺼냈다
“그럼 수련비는 한달에 얼마입니까”
“여기는 코스 과정이 있어요. 도우님처럼 마음 수련을 위한 사람들을 위해 3개월, 6개월 단위로 코스로 되어 있습니다. 도우님은 6개월에 77만원인 상품을 하시면 됩니다. 6개월은 수련을 하셔야 효과가 있을 겁니다”
“그럼 혹시 6개월 과정을 선택하고 중간에 그만두면 환불을 받을 수 있을까요”
“그럼요, 가능합니다. 저희는 이익을 창출하는 회사가 아니라 마음을 다스려주는 회사입니다. 저희를 선택하신 것은 잘 하신 거예여 . 후회 없으실겁니다.”
나는 절실한 마음에 그 자리에서 카드로 6개월 할부로 결재를 하게 되었다. 한달에 10만원정도면 투자해볼만 하다고 생각했다. 휴직 기간이라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달에 10만원 정도 투자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다면 괜찮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절실했던 탓일까. 때론 절실함이 사람을 어리석게도 만든다는 것을 알았다.
내가 상상했던 명상은 조용한 가운데 나를 찾아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였다. 처음에는 센터에서 하라는 대로 미친 듯이 온몸을 흔들기도 하고 대성통곡을 하기도 하고 큰 소리로 웃기도 하는 등 그냥 하기에는 어색한 동작들을 해나갔다. 그리고 1시간 정도의 상담을 받기도 했다.
나는 이런 행위마저 무기력 극복에 도움이 된다면 열심히 해보겠다는 심정으로 모든 과정을 따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센터의 권유로 다른 지방에서 열리는 특별수련에도 참석하여 그곳에서 이뤄진 프로그램에도 열심히 참여했다. 하지만 그렇게 수업에 참여하여 수련을 하고 20일이 지나자 원장님의 또 다른 특별 수련에 대한 참가요청이 있었다. 300만원을 투자하면 또 다른 자아를 발견할 거라는 것이였다. 그때부터 거부감이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 나는 수련을 관두기로 결심했다. 내가 생각했던 명상 수련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그제서야 깨달았다.
나는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남은 금액은 환불받아야겠다고 말을 했다. 하지만 원장님이 말하길 환불 금액이 없다는 것이였다. 왜냐하면 내가 받은 1시간여의 상담이 1회에 10만원이고 그런 상담을 수차례 받은 비용과 특별수련이 20만원이니 이미 77만원을 넘었다는 것이였다.
나는 뒷통수를 한 대 맞은 기분으로 계약서를 요구했다. 정말로 처음 입회 했을 때 아무것도 모르고 한 내 싸인이 상담지에 기록되있었다. 좀 더 꼼꼼히 읽어보지 못한 내 불찰이 컸다.
나는 화가 난 상태로 집에 왔다. 그리고 인터넷 검색을 다시 해보았다. 그제서야 단월드의 피혜사례가 눈에 들어왔다.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았다. 어떤 사람은 평생 회원으로 3000만원을 낸 사람도 있고 더 많은 금액을 낸 사람들도 보였다. 77만원을 낸 나는 그나마 적은 금액이였다.
무기력을 극복해보겠다고 급하게 마음먹은 것이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생각하니 문뜩 이런 생각이 들었다.
한달만에 77만원을 쓴 댓가의 깨달음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돈은 아까웠지만 마음은 진정되는 것을 느꼈다. 비싼 명상수련을 한 셈이었다.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 꼭 무엇인가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였다. 아무것도 하지않아도 내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다면 무기력은 극복할 수 있는 것이였다. 모든 것은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내 마음의 무기력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 언제가 내 편이 되지 않을까. 억지고 내 마음 상태를 바꿀려고 하기 보다는 그런 나를 인정하고 세월의 흐름에 몸이 맡겨보는 것은 어떨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회사생활을 쉰다고 무기력이 극복되는 것은 아니야”
정말 돌이켜보니 집에만 있는다고 무기력이 극복되는 것은 아니였다. 무기력은 언제 어떻게 올지 모르는 것이였다. 왜냐하면 무기력은 내 안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오는 것이였다. 회사를 쉰다고 해서 고쳐지는 것이 아니구 명상을 한다고 해서 없어지는 것이 아니였다.
아무 이유없이 불안하고 초조하다면 그것을 떨쳐버리기 위해 발버둥 치지 말고 그대로를 인정하고 불안과 초조함을 내려놓는 연습을 해야겠다. 내 몸이 자유롭도록 불안과 초조함 자체를 내려놓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제가는 익숙해질 것이다. 무기력이 내 몸이 지배할 때 그것을 잊기위해 무엇인가를 하려 하지 말고 내 안에 있는 무기력을 받아들이고 인정해야겠다. 무기력도 나의 감정이니 조급해 하지 말고 내려놓는 연습을 하다보면 언젠가는 없어질 감정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내려놓은 연습, 그건 마음의 여유와 같은 것이다. 무기력에 힘들다고 경직되어 있지 말고 마음의 여유를 주면 몸과 마음도 가벼워지지 않을까싶다.
명상센터를 찾은 일이 꼭 손해보는 것만은 아닌 것 같다. 깨달음은 인간의 의식중에서 제일 높은 의식인 만큼 무기력에 대한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었다.
이제 직장생활을 다시 해도 예전처럼 무기력하게 나를 내버려두지는 않을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이제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