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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Oct 05. 2020

13 가족여행을 갔습니다

복직까지 2주간의 시간적 여유가 나를 조바심나게 했다. 6개월의 휴직 기간동안 못했던 일을 2주간에 다해야한다는 심리적 압박이 있었다. 무엇을 해야 할지는 모르겠는데 무언가를 해야한다는 조바심이 생겼다. 또한 회사생활을 다시 시작해야하는데 또 다시 무기력에 빠져 허우적되면 어떻하지라는 걱정도 생겼다. 불안과 걱정은 나를 다시 무기력에 빠지게 했다.

빨리 무기력한 기분에서 빠져나와야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다시 힘든 시간을 보내야할 것이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만약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2주밖에 남지 않았다면 나는 무엇을 할것인가”


답은 생각보다 빨리 나왔다. 그건 가족과 여행을 가는 것이였다. 그렇다. 앞으로 없을 2주간의 자유로운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다. 때마침 코로나의 유행으로 해외여행이 힘들어지면서 국내에서의 캠핑이 인기를 끌고 있었다. 갖가지 캠핑 아이템들이 유행이 되고 있었다. 집에만 있던 아이들과 학원일로 힘들어하고 있는 집사람을 데리고 캠핑 용품점에 갔다. 오랜만에 외출이여서 그런지 아이들과 집사람이 들떠있었다. 캠핑 용품점안에는 그 유행을 실감할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 가계의 경제사정과 사장님의 조언으로 적당한 텐트를 구매하고 그 외 부수적으로 필요한 캠핑용품들을 사고 나니 가격이 만만치 않게 나왔다. 코로나로 인해 가계경제도 안좋은데 괜한 과소비를 한게 아닌가하는 후회가 생겼다. 내 마음을 질책하는 후회는 나를 의기소침하게 만들었다. 그러자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무기력이 찾아왔다. 이처럼 무기력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나에게 온다. 방심하면 안되었다. 빨리 생각의 전환이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나에게 주어진 2주간의 자유의 시간이 무기력으로 인해 망칠 지도 몰랐다


“가족들이 기뻐하는 현재를 즐기자”


생각해보면 그렇게 우울한 기분으로 있을 것도 아니였다. 가족들과 캠핑을 가는 것은 행복한 일이며 그 행복을 위해 돈을 지불하고 시간을 할애하고 하는 행위들이 모두 지금 필요한 것이였다. 행복한 삶을 위해서는 지나버린 과거도 알 수 없는 미래도 아니였다. 지금 현재의 삶을 얼마나 잘 만끽하고 있느냐가 중요한 것이였다.

이것은 자기 합리화라기 보다는 무기력한 기분에서 빠져나오기 위한 생각의 전환으로 받아들여야겠다. 무기력한 기분에 집중하다보면 우울한 기분으로 소중한 순간을 망쳐버릴지 모른다. 그렇게 무기력에 빠지기 전에 지금 나의 기분을 환기시켜 지금의 순간이 우울한 감정으로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고 내 스스로에게 말하는 것이다. 사람의 감정이란 한번의 숨소리 만으로도 빠뀔 수 있다.

 

 

텐트를 구매하고 몇 일뒤 계획했던 가족여행을 갔다. 바닷가 근처 캠핑장이 있는 춘장대로 방향을 정했다. 아침부터 자동차 트렁크에 텐트며 캠핑장비들을 쌓아 올렸다. 아이들은 오랜만에 외출이며 캠핑을 간다고 하니 들떠 있었다. 나 역시 가족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했다. 이렇게 즐거운 순간에도 마음 한 구석에는 무기력이 언제 또 나와야하는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럴때마다 캠핑을 가는 여행의 즐거움을 생각하며 무기력이 튀어나오지 않게 나의 생각을 환기시켜주었다. 무기력을 겪고 있다는 것은 이런 즐거운 순간에도 충분히 우울한 기분을 나타나게 해준다. 내면의 감정의 줄다리기는 이렇게 항상 마음상태를 위태롭게 만든다. 이런 힘든 내면의 싸움이 항상 나를 더 피곤하게 만든다. 이 얼마나 쓸데없는 에너지 낭비인지 모르겠다. 

 춘장대 바닷가 근처에 도착하여 집사람과 나는 텐트를 치고 아이들은 바닷가 갯벌로 놀러갔다. 처음 쳐보는 텐트를 집사람과 나는 오랜 시간이 걸려 시행착오 끝에 완성했다. 평일인데도 근처에 캠핑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다른 텐트와 충분히 간격을 두어 코로나에 대한 생활방역도 준비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캠핑의 꽃은 불멍(불을 멍하게 쳐다보는 것)이라고 해서 화로대도 준비하여 불을 피웠다. 텐트도 완성하고 화로대의 불도 준비되어서 준비해간 의자에 앉아 잠시 휴식시간을 가졌다. 불을 쳐다보면서 잠시 쉬고 있자니 그동안의 일들이 필름처럼 한 장면 한 장면 지나갔다. 무기력에 힘들어하며 휴직을 하고 무기력을 겪고 있는 나에 대해 고민하던 순간들이 하나씩 생각나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에서 6개월의 공백기간을 가졌던 지금 내가 잘 적응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도 앞섰다. 지금도 무기력을 찾아오는 걸 보면 아직 무기력에 대한 해답을 찾진 못했다. 휴직동안 지내오면서 무기력에 대한 많은 터닝포인트에 대해 생각해 두었지만 막상 무기력이 찾아올때면 생각해오던 것을 실천하기가 힘들었다.

그런 생각에 빠지니 어느새 마음이 무거워졌다. 그때였다

“아빠, 고기 구워주세요”

언제왔는지 아이들이 배고프다며 불을 보더니 고기를 구워달라고 했다. 나는 준비해간 돼지고기를 구워주면서 아이들이 먹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이 순간 만큼은 내 마음에 우울함이 끼여들 틈이 없었다. 어느 새 무거워진 마음은 사라지고 가족들과의 여행에 집중하고 있는 것이다. 이 순간이 영원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이런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지금 이 상황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상황은 얼마든지 나빠질 수 있어, 지금 누리고 있는 행복이 감사하다고 생각하자”


문득 감사 한다는 것에 생각하게 되었다. 잊고 있었다. 지금 나에게 허락된 것들에 대해 감사해본적이 없었던 것이다. 인정받지 못해서, 돈이 없어서, 대인관계가 힘들다고 해서 고민하고 무기력에 빠졌을 때는 있어도 가족이 있어서, 여가 생활을 즐길만큼 여유가 있는 것에 대해서, 내 몸이 아프지 않고 또한 가족중에 아픈 사람이 없는 것에 대해서 진정으로 감사한적이 없던 것이다. 


“못 가진 것에 불평하기 보다는 가진것에 감사하면 무기력에서 벗어 날 수 있다”


감사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보니 인생의 의미를 좀 더 크게 볼 수 있는 경험을 했다. 순간순간 겪는 무기력에 대한 생각들은 시간의 흐름이라는 강력한 의미 앞에서는 모든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느꼈다. 무기력의 순간은 영원 할 수 없다. 시간이 지나면 그 의미는 변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가 가진 행복한 순간들은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를 잃지 않는다. 언제나 기억속에 그 순간 그대로 기억되어 있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캠핑가면서 즐거워하던 순간, 아이들이 건강하게 웃고 있는 순간, 그리고 소소한 일상들 까지도 모든 면에서는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된다면 그 의미를 항상 간직할 수 있는 것이다. 

 복직까지 나에게 주어진 자유시간을 좀 더 의미있게 보내고 싶어서 선택한 가족들과의 캠핑여행에서 난 감사한다는 것에 대해서 배우고 왔다. 그건 내 삶에 대해 만족하고 내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보는 시작인 셈이다. 이제 출근을 하게 되면 회사의 환경속에서 감사함을 잊고 살지도 모른다. 그때마다 오늘의 추억을 꺼내보며 감사함을 떠올려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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