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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Oct 11. 2020

14 이제는 실전이다

평소보다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심난한 마음에 깊은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회사 갈 생각에 무기력이 찾아왔다. 그렇게 무기력에 대해 고민하고 해답을 찾았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회사에 가려니 무기력이 찾아왔다. 나는 책상위에 있는 약봉지에서 약을 꺼내어 입에 털어넣었다. 이제는 도망갈 곳이 없다. 무거운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시원한 아침 바람이 필요했다. 조용히 일어나 밖으로 나갔다. 

아직 출근 시간전인 새벽이라 아파트 현관앞이 조용했다. 차들도 아직 잠자리에 있는 주인을 기다리느라 모두 조용히 주차되어 있었다. 나는 하늘을 한번 보았다. 동쪽 하늘의 여명의 빛이 기분을 차분하게 가라앉혀 주었다. 


“한번 뿐인 소중한 인생인데 왜 이렇게 주눅들어 살지?”


이런 물음이 나의 안에서 나왔다. 그러자 해답이 나왔다


“용기내어 활기차게 나아가자. 소중한 현재를 주눅들어 보낼 필요없어”


그러자 약기운 때문인지 새로운 다짐에 대한 각오가 들어서인지 기분이 한결 나아졌다. 무기력한 마음에서 기분을 끌어올릴 수 있는 내 스스로에게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출근하는 길의 풍경이 나쁘지는 않았다. 오랜만에 보는 아침 출근길 풍경이 신선한 느낌마저 들었다. 지하철 안에서는 사람들이 저마다 스마트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나는 오랜만의 출근길에 이런 풍경마저 새롭다는 듯 일부러 스마트폰을 보지 않고 그런 사람들을 조심스럽게 관찰했다. 코로나의 유행으로 모두 마스크를 쓴채 무표정한 눈으로 저마다의 생각에 빠져 있는 듯 했다.

나 역시 마스크에 얼굴을 가린 채 지나간 6개월의 시간에 대한 회상과 앞으로의 내가 헤쳐 나가야 할 무기력에 대처하는 나의 모습을 기대하며 나만의 시간에 잠시 빠졌다.

 사무실에 도착해서 부서장에게 인사를 드리고 먼저 출근한 직원들에게도 활기차게 인사를 했다. 모두들 반갑게 맞이해주어서 한결 기분이 좋아졌다. 

나는 내 소지품을 보관하기 위해 사물함이 놓여진 곳에 갔는데 신기하게도 내 사물함과 서랍이 그대로 있었다. 떠날 때 남겨두었던 그 자리 그대로 있는 것이 나를 뭉클하게 만들었다.


“너희들 나를 기다리고 있었구나”


나는 혼잣말로 사물함 안에 있는 소지품들을 만져보았다. 6개월 전에 적었던 업무수첩의 내용이 마치 어제 일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보니 모든 것이 그대로였다.

“같은 사람, 같은 업무”

6개월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모든 것이 그대로 와 닿았다. 생각보다 적응하기가 쉬어보였다. 

문제는 나의 마음가짐이였다. 내가 이런 변하지 않은 외부환경에서 예전처럼 무기력에 빠지지않고 잘 해 나갈 수 있을지가 미지수였다. 


“나는 변했을까?”


무기력을 겪고 있는 나를 치유하기 위해 잠시 떠났던 그간의 여행이 나에게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궁금했다. 사실 걱정되었다. 또 다시 무기력에 빠져 하루하루를 힘들게 버틴다는 것은 생각하기도 싫었다. 이제는 실전이였다. 

우선은 업무에 대한 완벽해야 된다는 생각을 버리고 내가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만은 만족함을 가졌다. 내가 회사내에서 할 수 있는 한계가 보잘 것 없더라도 나에게 칭찬하는 습관을 들였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고 만족해하자”


그리고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 지에 대해서는 신경을 끄기로 했다. 업무에 대한 평가도 남이 어떻게 생각하는 지는 신경쓰지 않도록 했다. 그러자 업무를 보는데 한결 자유로웠고 회사생활을 해나가는데에도 주눅들지 않았다. 

“남의 인정을 기대하지 않으니까 자유로움을 느꼈다.”


같은 사람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 지금 이런 생각의 전환이 되는 것은 보면 6개월의 시간이 헛되지는 않은 것 같았다.

 우리가 느끼는 통증은 사실 내 몸에 대한 위험 신호라고 한다. 그러니 통증은 고마운 것이다. 만약 통증이 없다면 내 몸이 어디가 이상이 있는지 모르는 것이다. 무기력도 내가 느끼는 마음의 통증이 아니였을까 싶다. 내 의식과 무의식이 어떤 상황에 대해 불편해하고 힘들어하고 있으니까 무기력을 통해 통증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회사생활 뿐만 아니라 인생을 살아가는 것도 나에게 맞춰서 돌아가는 것은 아닐 것이다. 우리의 삶 자체가 커다란 유기체처럼 서로 연결되어 돌아가다 보니 삐걱거리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닌가. 그런 엇박자가 마음의 통증을 유발하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 속에 질서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질서는 인생의 커다란 흐름인 것이다. 나는 그 흐름에 몸을 맡기고 순리대로 살아간다면 무기력에 의한 통증은 없을 것이다. 

 그동안 무기력에 대해 글을 쓰고 무기력과 함께 했던 삶의 모습들을 돌이켜보면 이 만큼만 아퍼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보이지 않는 저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무기력에 의해 아파하고 있을 나와 같았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그들의 아픔에 가슴이 아프다. 

나 역시 아직은 무기력에 대한 홀로서기에 대해 걸음마 단계다. 무기력에 의한 우울증으로 하루를 소비할 때도 있다. 그러때마다 우울증약을 털어넣으며 패배감에 힘들어할 때 마다 다음 순간에는 이길 수 있을 거야 라는 연약한 희망을 가져본다.

그만큼 무기력은 나에게 아직 진행중이다. 또 다시 회사 생활의 매너리즘에 빠져 힘든 나날을 보낼 지도 모른다. 그럴때마다 나는 용기를 내어 그 어려운 순간을 넘겨야 한다. 무기력에 힘들어 하고 극복하고 또 다시 힘들어하고 극복하기를 반복하다 보면 무른 쇠가 담금질되어 강한 쇠로 거듭나듯이 나 역시 강한 내가 되어 있지 않을까.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무기력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되었든 끊임없이 시도해야 한다. 나를 위해 포기하지 않는 태도가 중요한 것이다. 

 휴직하는 동안 나를 지배해온 무기력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했다. 그렇다고 해답을 찾은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나에게도 무기력을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있다는 것을 확인 하는 시간이였다. 그런 나에게 용기내서 다시 그 힘을 찾으라고 응원하고 싶다. 

다음은 이승민 작가의 “상처받을 용기” 중에서 글의 내용을 응원삼아 나의 짧은 휴직기간을 마칠까 한다


                                              세상은 나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아니 돌아가야 한다

                                             항상 가족들이 우선이 돼어야만 하고

                                     직장에서도 나를 드러내지 않으며 살아야 하지만,

                                                내가 존재함을 잊어서는 안 된다.

                                          내가 있기에 가족도 있고 직장도 있는 것이다.

                                  나 하나 없어져도 세상은 아무 일 없이 돌아갈 것이다.

                                           마치 나라는 사람이 있기냐 했냐는 듯이.

                                           어차피 사라지면 잊히는 게 운명이라면

                                           인생 한 번 내 중심으로 살아보는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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