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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나사 Sep 05. 2020

9 자전거 여행을 하다

코로나로 인한 생활의 제약은 여전히 진행중이였다. 식당이나 음식점등에서는 사람과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배달 음식을 시켜먹는 경우가 많아졌고 해외 여행을 못가니 국내 여행을 하는 캠핑족들이 많아졌다. 사람들은 저마다 접촉을 안하는 선에서 각자 나름대로의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 역시 사람들과 접촉을 안하고 휴직의 시간을 즐겨보고자 자전거 여행을 계획했다. 

 작년에 회사 자전거 동호회에서 제주도를 갔다오고 너무 좋아서 이번에도 또 가려고 했지만 제주도 여행은 안될 것 같아서 대전에서 자전거로 갔다가 올 수 있는 코스를 정하기로 했다.

MB 정권때 만들어놓은 국토종주 자전거길이 잘 되어 있어서 나는 대전에서 가기 편한 금강종주를 하기로 계획했다. 열심히 달리면 하루 코스면 될 것 같아서 대전에서 군산 까지 가기로 마음먹었다. 군산에 도착하면 버스로 다시 대전을 와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대전에서 출발하기에는 제일 좋은 코스였다.

 작년에 제주도를 갔다온 것이 마지막 라이딩이여서 주력이 많이 떨어졌을 것을 감안해 아침일찍 출발하기로 했다. 부지런히 가야 군산에 도착해서 버스를 타고 내려올 것이였다. 인터넷검색을 통해 군산에서 대전오는 버스편을 찾아보고 금강 종주 자전거길에 대한 라이딩 후기도 읽어보았다. 

 오랜만에 외출이라 설레기도 했고 혼자 하는 자전거 여행은 처음이여서 목적지까지 무사히 도착할지도 걱정이 되었다. 계획한 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 준비를 했다. 이른 새벽시간이라 집사람과 아이들은 모두 잠들어있었다. 오랜만에 일찍 일어나 바쁘게 움직이니 산뜻한 기분이 들었다. 부지런하게 살면 무기력도 찾아올 시간이 없을지도 모르겠다 생각하니 그동안 내가 무기력을 핑계로 게으른 삶을 살았던 건 아닌지 반성이 되었다. 

 우선 대전에서 세종을 거쳐 공주로 가야했다. 대전에서 세종 가는 길은 도로 한 가운데 자전거 길이 있어서 무난하게 갈 수 있었다. 세종을 들어서자 금강을 따라 자전거 길이 펼쳐져 있는데 평일 시간대라 아무도 없었다. 자연과 나, 둘만 존재하는 시간이였다. 아직 라이딩 초반이라 체력도 괜찮았고 특히 아침 공기가 주는 상쾌함이 좋았다. 

 공주에 도착해서 금강 다리 아래에서 집에서 싸온 바나나와 쵸코바를 먹으며 흐르는 강물을 보고 있었다. 다리 위로는 차가 달리고 있었고 다리 아래에서는 낚시 하는 사람들이 보였다. 코로나로 인하여 집에만 있다가 이렇게 야외로 혼자 나와 경치를 구경하고 있자니 문득 마음의 공허함이 생겼다. 가족들이 보고 싶었다. 그동안 무기력으로 인해 내 기분에만 집중하느라 집사람이 혼자 학원 사업을 하며 힘들어 하는 것도 신경쓰지 못했고 사랑하는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놓치고 있는 것도 마음에 걸렸다

.     

“그렇구나, 나는 무기력 때문에 현재를 놓치고 있었어” 

    

마음의 소리가 내 안에 메아리 쳤다. 무기력 때문에 삶의 많은 부분을 놓치고 살아온 건 아닌지 반성이 되었다. 어쩌면 회사 생활에서도 분명히 좋은 부분이 있을진대 나는 무기력을 핑계로 좋은 부분을 안보고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일에 대한 자신이 없는 것, 당당하지 못하고 주눅들며 회사생활을 하는 것 그런 모습도 내 인생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야” 라고 나를 인정한다면 삶이 좀 편해지지 않았을까 싶었다.

      

“남의 기준에서 내가 너무 부족해 보인다고 생각하는 순간 무기력은 찾아왔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나의 기준에서 당당히 생활했다면 회사 생활을 무기력에 빠지지않고 다르게 하고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의 평가에 집착하지 말고 그대로의 나를 인정하자” 

    

나는 이 깨달음을 잊어먹지 않기 위해 핸드폰에 기록했다. 갈길이 멀었다. 이제 부여를 향해서 출발해야 했다. 공주에서 잠시 쉬면서 체력도 비축하고 깨달음의 시간도 가져서인지 몸과 마음 상태가 좋았다. 부여 백제보를 도착하니 오후 1시가 되었다. 배가 고팠다. 다행히 백제보내에 편의점이 있어서 나는 라면을 사먹었다. 힘들게 라이딩을 하고 먹는 라면맛이 일품이였다. 

다음 도착지는 익산 성당포구였다. 익산까지 가면서 중간에 편의점이나 슈퍼가 없다는 것을 알고 나는 백제보에서 부족한 음료수와 배를 채울 먹을거리 몇 개를 사서 출발했다. 우려 했던대로 오후가 되니 오전처럼 몸상태가 좋지 않았다. 봉크가 오면 중간에서 난감할 것 같아서 천천히 체력안배를 해서 라이딩을 해나갔다. 익산까지 가는 길은 멀고 외로운 라이딩이였다. 몸이 점점 무거워 지더니 우려했던 봉크가 왔다. 가면서 쉬는 횟수도 많아졌다. 눈에 들어오던 경치도 점점 안보이고 자전거 페달 구르는데만 집중하게 되었다. 혼자 하는 여행의 단점이 외로워진다는 라는 것을 알았다. 이러다가 군산 까지 못갈수도 있겠다 싶었다. 하지만 군산까지 가야한다고 나를 채직질했다. 왜냐하면 내가 계획했던 목표이기 때문에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했다. 군산까지 가는 목표를 이루면 나도 인생에서 계획한 일을 성취하는 사람이 될 것이라는 목적을 이룬다고 생각했다.

     

“나는 무기력한 사람이 아니다. 내안에도 의욕적인 내가 존재한다”     


 나는 마음속으로 되네이며 앞으로 조금씩 나아갔다. 가는 도중 간간히 라이딩을 하는 사람들을 마주쳤다

모두 나를 앞질러서 속도를 내서 가고 있었다. 나도 저들의 속도에 맞쳐 따라가야 하는 것이 아닌가. 내가 너무 느리게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란 생각이 들자 지친 몸에 힘을 내서 앞질러가는 그들을 따라갈려구 했지만 몸이 지쳐 갈 수 없었다.

     

“이봐 친구, 인생은 속도전이 아니야, 너는 니 페이스에 맞게 목표에 도달하면 돼”  

   

그랬다. 내 마음의 또 다른 내가 나를 위로해주었다. 그러자 급했던 마음이 진정되었다.     

“그래, 내 속도에 맞게 가자. 오늘 안에 도착하면 나와의 약속을 지킨거야”     

나는 애써 다른 사람의 속도에 맞추지 않고 내 속도에 맞게 갔다. 비록 몸이 지쳐 계획했던 시간에는 못가겠지만 대전까지 가는 막차를 타도 되겠다는 심정으로 천천히 내 페이스를 유지했다. 그러자 그동안 지나쳐왔던 풍경들도 눈에 들어오고 힘들었던 몸 상태도 점점 좋아지는 것 같았다. 

드디어 군산에 도착했다. 비록 계획했던 시간보다 2시간이나 늦게 도착했지만 아직 대전까지 가는 버스도 있었고 군산에 도착한 것만으로도 내 자신이 뿌듯했다.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는 것은 무기력에서 점점 멀어지는 길이다”


나와의 약속을 지켰다는 성취감에 몸은 피곤했지만 정신은 맑아졌다. 그동안 무기력 때문에 집에서 힘들어 했던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였다. 

 오늘은 혼자 생각하는 시간도 많았고, 그 만큼 나와의 대화도 많이 했다. 집에서 무기력에 빠져 혼자 고민하는 시간만 가지다가 이렇게 하루를 알차게 보냈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좋아졌다. 대전으로 내려가는 버스안에서 나는 조용히 오늘 하루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무기력에 빠지지 않고 보낸 오늘 하루를 감사하며 나에게도 무기력하지 않은 모습이 있구나하며 차창밖의 어두운 풍경을 베개 삼아 잠시 잠을 청했다. 오늘 밤은 무기력한 내일이 또 찾아온다해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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