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그릇’입니다.
창업 브랜드 디자인을 프로젝트 수업의 형태로 아이들과 30차시의 긴 시간 동안 만났다. 초록이 싱그러워질 무렵 시작해서 뜨거운 공기로 숨이 막히기 시작할 때쯤 마무리가 되었다.
긴 프로젝트 안에서 개별 활동, 모둠활동이 시기와 내용에 맞추어 어우러져 진행되었고, 자신의 진로와 꿈을 연계하여 아이디어를 구상했기에 아이들은 먼 미래의 자신과 만날 수 있었다.
꿈이 패션 디자이너인데, 자료조사와 마음 들여다보기 활동을 하며 디자인이 아니라 마케팅 쪽에 관심이 생긴 친구가 있었고, 카페 브랜드 디자인을 모둠활동으로 해결하며 새로운 목표가 생긴 친구는 카페 창업이 꿈이 되었다.
그 꿈을 가질 수 있게 된 우리들의 특별한 프로젝트를
소개하고자 한다.
일일카페를 오픈합니다.
단 하루!
점심시간에만
‘숨이 막히게 뜨거운 열기를 식혀 줄 팥빙수’
백 그릇
카페 브랜드의 네이밍부터 식•음료 개발, 로고 및 어플리케이션 개발, 홍보 마케팅까지 모두 프로젝트 팀 아이들의 즐거운 열정이 있었기에 해낼 수 있었다.
창업 브랜드 디자인 수업이 마무리가 되고, 수업평가를 해야 하는 7월, 방학을 2주 앞둔 학교의 분위기는 사실 에너지 침체기이다. 평가에 들어가는 과정이 마무리되고 나니, 그동안 온 힘을 다한 아이들은 더 이상 힘을 내지 않는다. 자습이라는 명목으로 수업시간이 가동되지 않고 멈추기도 한다. 아이들의 텐션은 가라앉거나 수면상태가 된다. 그러다 전 교실이 영화관이 되기도 한다.
나는 이 기간이 가장 안타깝다.
교실의 분위기를 세우는 것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만 무너지는 것은 순간이다.
그 기간에 아이들이 눈을 번쩍 뜰만한 이벤트가 필요했다. 그래서 기획한 하루 반짝였지만 교내 카페 오픈은 평가에 반영되는 수업의 그 어떤 활동보다 신이 났다.
서로 각자의 열정의 크기가 크다고 뽐내는 듯 느껴졌다. 이때는 교사는 중재의 역할만 하면 된다. 짧은 시간 동안 손발이 척척 맞아 세상에 하나뿐인 우리만의 브랜드를 만들 수 있었다.
브랜드 네이밍은 우리의 콘셉트와 상황에 연결하여 제안한 한 친구의 아이디어에 모두 적극 동의하며 비교적 쉽게 만들어졌다.
브랜드의 종류와 성격, 그리고 우리의 행사의 이야기가 네이밍 안에 그대로 들어 있었기 때문에 디자인과 마케팅 과정이 더할 나위 없이 빠른 속도로 척척 진행되었다.
팥빙수와 아이스커피, 아이스음료 세 가지의 제품부터 개발하였다. 팥빙수 기계를 대여하였고, 퀄리티가 높으면서 짧은 시간 안에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협의를 통해 개발하였고, 그에 따른 식재료들을 구입하였다.
그리고 우리만의 레시피로 최종 만들어진 빙수를 맛보고 음료도 제조하여 테스트 시음하였다.
뭔가 진짜 제대로 된 창업을 하는 듯 아이들은 설레어했다.
판매할 세 종류의 제품을 개발한 후 실제 판매에 사용될 용기와 동선, 이벤트 등의 아이디어를 협의하였다.
그리고 각자의 역할을 분담하여 디자인 작업, 어플리케이션 개발, 홍보•마케팅 담당으로 나누었고, 당일 오픈날 역할도 정하였다. 팥빙수 제조에는 재료수만큼 여러 명이 동원되어야 했고 음료 제조 3명, 계산대 2명, 음료 전달 1명, 이벤트 3명 등 구체적으로 역할을 배분해두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브랜드 로고 제작에 들어갔다.
몇 개의 시안이 만들어졌고, 투표에 의해 로고가 정해졌다.
그다음은 라벨 만들기와 출력, 로고 라벨은 음료와 빙수 케이스에 부착이 되어 우리 브랜드만의 아이덴티티를 구축할 것이다.
그리고 우리의 카페 공간을 한켠에 마련하기 위해 대형 사이즈로 메뉴와 브랜드명이 들어간 이미지를 제작하여 플로터로 출력하였다.
각 교실 및 학교 공간에 부착될 우리 카페와 메뉴 소개물도 제작하였다. 아이들의 손발이 척척 맞아져 짧은 시간 안에 인쇄물들이 제작, 출력되었다.
이제 일일카페 행사를 홍보할 차례이다.
홍보, 마케팅 담당 학생들이 재밌는 포스터를 만들어
부착하고, 각 교실에 들어가 직접 친구들에게 행사를 전달하였다. 물론 아이들의 반응은 ‘핫’, ‘핫’
그렇게 홍보활동까지 마무리가 되어 어느새 ‘백 그릇’
일일카페 오픈날이 되었다. 아침부터 분주하게 아이들은 각자 맡은 역할에 충실하게 임했다. 두근두근 떨리는 마음으로 심호흡을 하는 친구, 손님이 과연 얼마나 올지 걱정하는 친구, 차분하게 메뉴 준비를 하는 친구, 음악을 선정하며 즐거워하는 친구들이 보였다. 경쾌한 음악을 들으며 우리는 준비를 완료하고, 학교 손님들을 기다렸다.
드디어 점심시간
아이들이 복도와 계단을 신나게 뛰어오는 소리가 들린다. 손님이다! 번호표를 배부하고, 메뉴를 주문받고
얼음을 갈고 팥을 올리고 연유를 붓고 첫 판매용 팥빙수를 만들었다. 손을 덜덜 떠는 아이들을 보니, 그 마음이 전해져 뭉클했다. 열심히 최선을 다한 만큼 잘 해내고 싶은 것이었다. 그리고 점심시간 1시간 동안 우리는 팥빙수 백 그릇과 음료를 완판 할 수 있었다. 그 한 시간이 정말 힘들었지만 그 힘듦보다 훨씬 더 뿌듯하고 즐거웠다. 특히 빙수팀은 정신없이 빙수를 만드느라 기진맥진하였다. 1시간에 백 그릇이라니… 한 그릇의 빙수를 만드는데 1분이 채 걸리지 않은 것이니, 그 손이 얼마나 빨라야 가능했을까?
하루 반짝! 한 시간! 의 이 시간은 아마도 아이들의 평생의 기억에 남지 않을까?
이번 활동은 3학년인 아이들의 생활기록부와 자기소개서에 풍성하게 작성이 되며, 아이들의 진로에도 큰 도움이 되어주었다.
여름엔 ‘팥빙수’ 겨울에는 ‘따끈따끈 어묵’
코로나가 더 많이 진정되어야겠지만
네모난 학교 안에서 아이들과 열정을 뿜어낼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될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