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의 좌우명 “똥도 열심히 싸라”
초등학교 1학년 1학기를 마무리하고 있는 막내아들이
오늘 무언가를 곱게 접어 자랑스럽게 두 손에 꼭 쥐고 있다 “짜잔” 하고 펼쳐 보여준다.
똥도 열심히 싸라!
‘와! 인생을 아는 아이다.’ 싶어 깜짝 놀란 얼굴로 막내의 얼굴을 쳐다본다. 눈웃음을 살짝 보여주는 아이!
미술학원에서 그려온 작품에 어깨에 걸린 뿌듯함이 저만치 올라가 있다.
“엄마, 이건 화장실 앞에 붙여야 해”
“그래 저기가 좋겠어”
작품을 붙일 위치까지 선정해주며 한껏 업된 목소리가 경쾌하다.
똥 ‘도’ 열심히 싸라니 …
요즘 ‘하고 잡이’ 막내의 스케줄을 되돌아보니
뭐든 열심히 하고 있는 아이의 모든 생각이 담긴
큰 문장이었다.
그리고 그 문장이 흔들렸던 내 가치관을 붙잡아준다.
열심히 했더니 남는 게 마이너스인듯한 상황들에
애쓰지 않겠다고 다짐하던 참이었다.
애써서 잘하려고, 잘해주려, 잘 보이려 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참이었다.
아들의 좌우명에 순간 부끄러워졌다.
평소 가장 싫어하는 남의 탓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신념대로, 가치관대로 의지력 가동해 열정을 다했던 내 삶을 부정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리고 저 문장이 왜 이렇게 위로가 되는지, 내 방식대로 내가 가고자 하는 길을 걸을 용기가 생겼다.
재밌게도 오늘 막내아들이 엄마의 인생에 길을 안내한다.
아침마다 화장실에 혼자 있는 게 무서워 문을 활짝 열고 끙끙 열심히 힘을 주던 녀석의 모습이 떠올라 피식 웃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