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의 열정 끄집어내기
'내 수업이 삶의 힘이 되어 주기를'
올해 1년, 학생들이 없이 혼자 외로이 연구에 전념해야 함이 반갑기도 하지만, 아쉬운 마음이 더 큰 것은 왜일까? 학생들이 있었기에 나는 더 많은 것을 알게 되고, 더 많이 알고자 노력했고, 함께 성장하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던 게 아니였을까? 내 수업이 학생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되어 힘이 되어주기를 바랬던 많은 날들을 뒤로하고 이제 내 삶의 힘을 더 키울 때이다.
'5년 전으로'
시간을 거슬러 2017년 4월, 패턴 디자인을 주제로
업사이클링 재료를 이용한 아트웨어를 제작하는 수업활동을 할 때였다. 나의 프로젝트 수업의 시작은
여기서부터였는지도 모른다.
그 당시 6년 만에 복직을 하고, 낯선 학교에서 그저
적응하는 것을 목표로 지냈기 때문에, 수업에 대한
열의는 넘쳤지만, 하루하루 무탈하게 전날 수업연구를 하며 하루살이의 삶을 살아갈 때였다. 8주에 걸쳐
24차시의 긴 시간을 계획하여 재료 연구부터,
아트웨어 디자인, 재료 가공과 작품 완성,
그리고 결과물 전시 및 등굣길 이벤트까지
긴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학생들과 함께 수업 안에서 출렁일 수 있었다.
장기간 프로젝트의 문제점은 어느 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져 분위기 조성에 어려움이 있다는 것에 있다.
특히 그 시절 나는 나의 수업의 지향점을 고민하지도 않고, 때문에 알지도 못한 채 그저 학생들을 열심히
수업에 참여시키고 열심히 결과물을 완성하게 하는 것을 목표로 아이들을 독려했다. 모둠 수업으로 진행하였기 때문에 재료 탐구부터 스케치까지 제대로 척척 진행되어 결과물이 기대가 되는 모둠도 있었지만
서로의 일이라고 여긴 채 각자가 모둠의 주변을 빙빙 돌며 방관자가 되어 겉도는 모둠들도 있었다.
그때 내가 제안한 것이 ‘짜장면’이었다. 전시회는
이미 계획이 되어있었지만 ‘짜장면’은 계획에 없던
신의 한 수였다.
주변을 맴맴 돌던 아이들이 눈에 밟혀 번뜩 든 생각이 전시회에 +@를 해보자였다.
“얘들아! 우리 작품들 전시회 하면서 등굣길 이벤트를 할 거야! 등굣길에 친구들, 선생님들에게 투표를 하게 해서 1등 작품을 뽑아볼 거야!”,
“와~ 샘 1등은 뭐 줘요?”,
“1등 한 모둠은 샘 하고 짜장면 먹으러 간다~~!”
그 순간 갑자기 아이들의 눈빛이 반짝! 손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들리는 한마디,
“샘 탕수육도요~”,
나는 “콜!”
학교가 외진 곳에 있어서(거의 시골에 가까운)
선생님과 중국집 나들이라니, 거기다 탕수육까지..
아이들의 참여의욕을 100% 끌어올릴 가장
달콤한 유혹이었다.
우리 모둠의 작품이 1등이 될 수 있어! 아이들은
꿈을 꾸며 작품에도 꿈을 담았다. 결과물들의 완성도가 꽤 높게 나왔고, 등굣길의 1등을 뽑는 이벤트는
대성공이었다.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진 건 이때부터였다. 1등이 되지 못해 아쉬워한 모둠이나 1등을 해서
맛있는 짜장면과 탕수육을 먹게 된 모둠이나 달달한 성취감을 맛보았다. 그것은 다음의 수업 활동에
큰 영향을 주어 수업을 마치는 마지막 수업시간까지 아이들은 최선을 다해주었다.
'짜장면 때문만은 아니었다'
물론 그날의 1등 모둠에게 주어지는 보상이었던 짜장면은 매우 특별했지만 아이들의 눈빛이 더욱 반짝이고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게 된 이유가 짜장면 때문만은 아니였을 것이다. 사실 이 아이들에게 수업 활동 결과물을 가볍게 수업시간 안에 전시하는 활동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전시회에 작품평가의 활동을 덧붙이니,
모두가 함께 하는 전시회가 되었고 자신들의 작품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고 한다.
아이들은 성적을 위해서든, 성취를 위해서든 열심히 참여한 수업 활동에 애착을 가지고 있다. 7살짜리 우리 막내가 유치원에서 친구와 함께 접어온 딱지 하나하나를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처럼 학생들도 평가를 위한 활동을 했더라도 자신이 만든 작품이나 활동지가 아마도 무척 소중할 것이다.만약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 분위기라면 소중하게 되도록 만드는 것도 교사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그리고 그 소중한 것을 대중에게
공개하는 활동은 아이들에게 자신을 특별한 존재로
만드는 것으로 성취감과 자신감을 높이 높이 자라게 할 것이다.
물론 공개활동인 전시회에는 재밌는 이벤트가 함께
한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주려고 했던 건 열정'
공교롭게도 첫 프로젝트부터 나는 아이들에게 '열정'을 담아주려고 노력했었다. 힘을 쏟아부어 가르치려고 했던 것이 열심히 몰입하는 마음이었다. 그때의 아이들이 대학교에 가서 취업을 위해 4시간씩 자고 하루에 16시간씩 공부하고 있다고 연락이 온다. 나를 모두 기억할 거라며 응원한다고 이야기한다.
마음이 뭉클해지며 교사이길 다행이라고
중얼거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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