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을 가르치는 사람입니다

존재의 이유

by 심횬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인가?”



생각이 많은 사람이다.

그 많은 생각들 중 언제나 깊은 생각의 마지막엔

마치 깨어나지 못한 그 무엇에 갇힌 양

존재의 이유가 물음표로 담겨있다.


어쩌다 교생실습을 나간 고등학교에서

한 달간 아이들과 생활하며, 선생님이라는 직업의

매력에 빠져, 그 매력이 얼마나 대단했던지

공부에 또 푹 빠져 1년을 보내고 임용고시에 합격하게

되었다. 당시 지원한 도에서는 디자인 교과 T.O. 가

한 명이였다. 그래서 나에게는 디자인 교사라는 직업이 더 특별한지도 모른다. 많은 경쟁을 뚫고 나의 직업이 된 교사, 나는 무엇을 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할까?


교사라는 직업은 가히 디자인스럽지 않다고 말할 수 있다. 특히 우리는 공무원의 신분이다. 교육공무원,

신분의 이름은 듣기만 해도 딱딱하고 재미없고 대신 안정적이다. 교육공무원인 우리는 학교라는 틀 안에서

정해진 업무를 수행하고 주어진 수업에 책임을 다하며 학급의 아이들을 관리하고 교육이란 것을 한다.

열심히 하지 않아도 누구도 뭐라고 하지 않고, 정말 불미스러운 뉴스에 날 사건 정도가 아니면 평생직장으로 자리를 지킬 수 있는 안정적인 직업,


정말 재미없을 뻔했는데 다행히도 나는 디자인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디자인은 정해진 선 밖에 있는 다채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일이다. 흥미롭고, 즐겁고, 변화무쌍하다.

나는 그 일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문제를 발견하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창조적인 능력을 발현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하는 사람이다.


열명에게 질문을 한다. “당신은 창조적인가요?”

열명 중 9명은 아니라고 답한다. 자신의 창조성에 대한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작업 결과물들은

학생들의 아이디어가 더 톡톡 튀고 즐거운 영감을

주는데도 처음 아이들과 만나면 창조성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은 바닥을 뚫고 지하 저 밑으로 내려가 있다.

아이들을 지상으로, 더 높은 곳으로 끌어올리는 일.

창조성에 대한 자신감, 즉 창조적 자신감은

디자인 교육이 필수이며 디자인 교사에게도

필수적인 요소이다.


창조적 자신감, 스스로에게 세상을 변화시킬 능력이 있음을 믿는 것, 그것이 디자인 수업 프로젝트를 만나기 전 학생들에게 심어줘야 할 신념이다.


창조적 자신감은 놀랍게도

노력과 경험을 통해 강해지고 커진다


수업을 깨알같이 촘촘하게 짜내어

아이들의 창조적 자신감을 일깨우고

그 힘으로 타인을 위한 창조적 발산을 하고

그러한 노력과 경험이 삶의 힘이 되어줄 수 있도록

또 그 일들이 더 큰 자신감이 될 수 있도록 하는,

나는 그러한 자신감이 만들어지도록 돕는 사람이며

또한 자기 확신인 시작한 일을 완수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주는 사람이다.


그래, 나는 이 일을 하기 위해 세상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나의 수많은 역할들에는

여전히 물음표를 남기고 싶다.


모든역할에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그리고 완벽하려고 하는 나의 성향 때문에

그리고 역할이 많아져버려 존재의 이유가 버거운 나이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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