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의 삶, 엄마의 삶 안에서 나를 찾는 것.

산책, 오전의 카페, 글쓰기, 자전거

by 심횬



엄마로 살아가기

아이들의 키가 제법 자라 내 턱 밑을 아슬아슬 넘어서려고 한다. 나는 오늘도 믿어지지 않는 세 아이의 엄마인데, 이제 이 아이들과 식탁에서 제법 어른스러운 농담을 주고받으며 저녁식사시간, 뿌듯한 웃음도 같이 포개어진다. 엄마라서 해야 할 일이 수십 가지가 넘는다. 청소, 식사 준비, 설거지, 빨래 정리, 학습 챙기기, 그리고 아주 사소한 것들 수십 가지들을 나는 엄마가 되어 최선을 다한다. 아이들의 따뜻한 눈빛을 맞으며, 어느 날은 사춘기 같은 미운 말들을 맞으며, 한 번씩은 나를 간절하게 필요로 하는 몸짓과 표정을 맞으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엄마가 되길 정말 잘했어”, “어쩜, 나에게 사랑스러운 세명의 아이가 생긴 걸까?”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엄마가 되었다가 갑자기 “왜 세명이나 낳아서 이 고생을 할까!!” 엄마로 살고 싶지 않은 순간들도 온다.


그렇게 좋아도, 싫어도 아이들의 엄마로 살아간다.

물론 좋은 날이 더 많다. 어느 날은 새삼스럽게 엄마인 게 믿어지지 않는 벅찬 순간이 있다. 잠든 아이의 손가락을 만지락 거리며 이 생명이 어떻게 내 뱃속에서 만들어졌을까, 마치 생명이 처음 뱃속에 닿은 날처럼 경이롭기도 하다.


그렇게 매일 엄마가 되어간다.


교사로 살아가기

중간고사 기간, 종이 울리기 전 감독반 시험지를 챙겨

교실로 들어선다. 아이들 출석상황을 체크하고 시험지 개수를 세고 종이 치면 시험지와 답안카드를 배부한다.


신규발령을 받고 지금까지 매번 중간고사, 기말고사 첫 시험감독 시간에 매번 나는 똑같은 감정을 느낀다. 마치 정해진 루틴처럼, “내가 선생님이 되어 시험감독을 하고 있다니!” 이 생각 속엔 벅참과 뿌듯함이 공존하며 교사로서의 내가 더없이 소중해진다. 18년 차인데 아직도 몽글몽글한 그 맘에 벅차다.


그래서 잘하고 싶었다. 뭐든 잘하고 싶었다. 출근길에 한껏 에너지를 장착하여 학교에서 에너지를 마구 뿜어냈다. 아이들과 즐거운 수업을 하고 싶어 수업연구에 힘을 다하고, 일을 통해서도 성장을 꿈꾸었다. 그렇게 교사로서의 나의 삶은 언제나 텐션이 높았고 나는 즐거웠다. 물론 힘에 부쳐 저 바닥까지 내려가는 날들도 한 번씩 찾아왔다. 교사로 살아가며 변화의 필요성을 느꼈기 때문이다. 모두에게 긍정과 열정이 필요했다.

그래서 애쓰고 또 애쓴다.


그 안에서 나를 찾는 것

내 안에는 엄마와 교사 이외에도 수많은 내가 존재한다. 유치하기 짝이 없는 내가 있고, 아직도 외로움에 투정을 부리는 내가 있다. 뭐든 다 좋은 긍정이 넘치는 내가 있고, 뭐든 다 꼴 보기 싫어 괜한 심통을 부리는 내가 있다. 누군가에게 불려지는 이름이 아니라 그냥 나 자체로의 내가 있다. 그런 나를 찾았을 때, 그때의 나는 내 이름 석자로 불린다. 누군가가 불러주기를 기다리기보다 내 이름을 내 스스로 불러본다. 그리고 나를 한없이 사랑해준다. 지지해주고 격려해주고 돌보아준다.


어떠한 역할에 최선을 다하다 보면 어느 순간 '번아웃'이 올 때가 있다. 엄마이기도, 교사이기도 싫은 그 이름에서 벗어나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바로 그때,

나를 찾는 일은 벗어나고픈 그 마음을 달래주었다.


누군가에게 불려지는 이름이 아니라, 스스로

내 이름 석자를 불러보자!


그리고 나를 마음껏 지지하고

잘 돌보아 다시 일어 서보자!


나를 찾는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다. 그동안 수 없이 다가온 부정의 낯선 감정들을 달랜 방법들 중 가장 파워가 괜찮았던 것들은 산책, 오전의 카페, 글쓰기, 자전거 타기였다.


나를 찾기 위해서는 나에게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하다.


올해 초 갑작스럽지만 꼭 필요한 시간이었던 ‘쉼’의 시간에 나는 그 방법들로 나를 발견했다. 나를 돌보며 즐겁게 일어서 본다.



얼마전 나는 자전거를 배웠다. 나와 만나는 하나의 도구가 생겼다.



keyword
이전 17화작년과 다른 엄마